신진수 라이프스타일 디렉터 ‘ENDLESS LOVE’
오일을 먹여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는 월넛 소재의 표면, 코너에도 넣을 수 있는 삼각형 외관, 20.9×35.6×15.6cm의 콤팩트한 크기. ‘세련되고 귀엽군.’ 탄노이 오토그라프 미니 OW의 첫인상이었다.
어느 날 남편이 데려온 탄노이 오토그라프 미니 OW는 늘 음악을 듣지만 ‘장비’에는 별 욕심이 없었던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오디오를 잘 모르는 이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탄노이, 그중에서도 탄노이 오토그라프 스피커는 세기의 걸작으로 표현된다. 인테리어에 신경 쓴 공간에 가면 위풍당당한 자태의 빈티지 탄노이 오토그라프 스피커(지금은 단종됐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탄노이 오토그라프 미니는 오토그라프 스피커에 대한 오마주이자 주니어 버전으로 그때 그 스피커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뒤에 ‘OW(Oiled Walnut)’가 붙은 버전은 올해 초 선보인 두 번째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도톰한 전면부의 그릴을 떼어내면 이야기는 더 멋있어진다. ‘GR’이라는 탄노이 사의 최신 버전을 입증하는 금장 마크가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같은 축(동축)을 지니고 겉으로 보이는 하나의 유닛에서 고음과 저음이 동시에 출력되는 탄노이 사만의 ‘듀얼 콘센트릭’ 구조가 한눈에 보인다.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튤립 웨이브가이드’로 불리는 꽃잎을 연상시키는 여러 개의 원이 이 스피커가 다양한 음역을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어려운 용어는 잠시 접어두고, 몇 개의 LP를 틀었다. 탄노이 스피커는 아날로그적인 소리, 특히 LP 플레이어와 찰떡궁합으로 알려져 있다.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드뷔시의 ‘달빛’ 등의 클래식을 들으니 아주 작은 소리도 귀에 제대로 들어와 박혔다. 이어서 빌 에반스의 ‘Interplay’에서는 현장감이 느껴졌고,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는 방 안을 도쿄로 만들었다. 그러다 정점을 찍은 것은 다이아나 로스의 ‘Endless Love’. 청아하지만 녹진한 그녀의 목소리로 속삭이는 ‘Endless Love’는 탄노이 스피커를 향한 내 마음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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