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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과 연이 깊은 인스타클럽 회원 정혜림(@aprilrim) 씨의 집을 1년 만에 다시 찾았다. 집은 여전히 그녀의 취향을 대변하고 있었다.
작년에 집 소개 촬영을 시작으로 <메종>과 돈독한 연을 쌓아온 정혜림 씨의 집은 그간 비슷한 듯 달라져 있었다. “그때 클래식한 느낌이 좋았다고 얘기해준 기억이 나요. 지금도 클래식한 분위기가 있지만 조금씩 바뀐 부분이 있죠. 취향은 계속 바뀌니까요. 여전히 오래된 TV를 버리지 못했고요(웃음).” 한번 산 것을 쉬이 버리지 못한다는 예전 인터뷰 내용이 기억 났다. 투박한 프레임의 TV와 에어컨을 가리는 전신 거울, 폭이 넓고 편안한 소파는 그대로였지만 새로운 작품이 눈에 띄었다. “요즘 포스터를 시작으로 모던한 작품을 모으고 있어요. 거창한 작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느낌이 좋은 것들로요. 집이 클래식하다 보니 좀 더 모던하고 팝한 느낌의 작품을 선택하게 돼요. 그래야 균형이 맞으니까요.” 오픈갤러리를 통해 3개월마다 한 번씩 작품이 바뀌는데, 이번에는 김영지 작가의 작품을 선택했다. 정혜림 씨는 한남동에 위치한 아티초크 갤러리나 섬씽엘스라는 빈티지 포스터 가게에서 작품이나 포스터를 구입하곤 한다며, 요즘은 꼭 작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많은 작품을 보고 감상하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모던한 포스터와 작품은 의외로 원래 있던 것처럼 집에 잘 어울렸다.
화장실부터 주방 코너 등 곳곳에 둔 도자 꽃병이 예뻐서 구입처가 궁금했는데, 직접 만든 것이라는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도자기를 배운 지 1년 정도 됐어요. 서촌에 있는 공방에서 배우는데, 아직 물레질도 어렵고 반듯하게 만드는 게 힘들지만 형태가 정형화되지 않은 꽃병은 만드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촬영을 한다고 했더니 플로리스트인 친구가 어울리는 꽃들로 장식해줬어요.” 정혜림 씨는 딸 서진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는 듯 보였다.
최근에 좋았던 전시나 재미있었던 경험에 대해 물으니 한남동 컬렉트에서 진행한 <위클리 캐비닛> 전시를 꼽았다. “빈티지 가구부터 포스터, 조명, 니트와 도자까지 다양한 작업이 어우러져 참 재미있게 봤어요.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지 작가들의 작품을 보거나 전시 감상을 좋아해요. 그래서 <메종>에서 주최했던 플라워 콘서트도 기억에 남아요. 제가 플로리스트는 아니지만 꽃을 좋아하고,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딸 서진이가 예체능을 좋아하는데 제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집이나 사진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촬영 중간쯤 돌아온 서진이는 촬영 장비와 컴퓨터로 전송된 사진을 보면서 즐거워했고, “우리 집은 화장실이 제일 예쁜데 왜 안 찍어요?”라는 귀여운 주문을 하기도 했다.
양쪽으로 열 수 있는 회색 중문, 조명과 좋아하는 향수, 작품으로 꾸민 현관, 프렌치 스타일로 꾸민 서진의 방까지 정혜림 씨의 집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집이란 그래야 하지 않을까. 사는 사람이 가꾸고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자신만의 완벽히 사적인 공간이니 말이다. 또다시 시간이 지난 뒤 이 집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