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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은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토요 문화 생활
평소처럼 퇴근 후 운동을 간 날이었다. 운동이 끝나고 허기진 배를 어디서 채울까 하다 선정릉역 근처 새로 생긴 티컬렉티브의 2호점에서 미숫가루나 한잔 먹어야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카페에서 잠시 쉬다 집에 가기 위해 탄 엘레베이터에서 올라올 때는 보지 못한 흑백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토요일 낮에 건물 지하에서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게으른 주말을 보내고 싶지 않아 부리나케 찾아갔다. 알아보니 밤부 타워는 디자인 회사인 밤부 컬렉션에서 오픈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프라이빗 오피스는 물론 대관이 가능한 셰어존, 먹고 마실 수 있는 카페 그리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시네마와 갤러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회사가 즐비한 삼성동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하는 취지였다고. 그날 상영한 영화는 미국의 흑백영화 <프란시스 하>. 27살의 뉴요커 여주인공 프란시스는 무용수로서의 성공을 꿈꾸지만 하는 일마다 문제투성이인 평범한 연습생 신세일 뿐이다. 하지만 매사에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간다. 이 영화의 엔딩은 뉴욕에서 집을 알아보며 전전긍긍하던 그녀가 마침내 자신만의 집을 갖게 된다. 이제 자신한테도 집이 생겼다는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풀 네임인 프란시스 할러데이가 적힌 이름표를 우체통에 넣어보지만 크기가 맞지 않아 이름표를 우체통 크기에 맞춰 접는다. 우체통에서 보여지는 이름은 ‘Frances Ha’. 항상 긍정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꿈을 꾸던 여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일부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방황하고 정신없는 캐릭터의 여주인공이 그다지 썩 와닿지는 않았지만, 결국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힌 그녀를 보니 왠지 씁쓸했다. 밤부 시네마에서는 매달 첫째 주 토요일마다 디자인, 예술 그리고 건축을 테마로 하는 무료 영화를 상영한다. 영화에 관한 정보는 밤부 컬렉션의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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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원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