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 기억되는 곳

향기로 기억되는 곳

향기로 기억되는 곳

페파민트 김미선 대표는 향을 만들고 공부하는 사람이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향을 전달하는 이곳에서는 후각으로는 맡을 수 없는 내면의 향기가 느껴졌다.

 

스튜디오 페파민트

서촌에 위치한 페파민트 작업실은 빛이 잘 들고 환기가 잘 되는 공간이다.

 

스튜디오 페파민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미선 대표는 서촌의 독특한 공간에 작업실을 얻었다. 4층에 위치한 작업실은 아래층에 있는 한복대여가게를 통과해야지만 올라올 수 있는 구조다.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며 올라가서 만난 페파민트의 작업실은 채광이 좋고, 환기가 잘되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공간이었다. 그녀의 클래스는 금세 수강생이 찰 만큼 인기가 많은데, 조향 수업부터 비누, 향초, 향수, 수제 화장품 등 수업 내용도 다양하다. 공대를 나왔지만 취미로 배운 비누 수업에 매력을 느껴 지금까지 오게 됐다는 김미선 대표는 자신의 생각을 상냥한 목소리로 전했다. “기술은 배울수록 늘어요. 그런데 뭘 만드는지도 모르고 유행하는 걸 좆아서 하거나 별 생각 없이 만드는 걸 지양해요. 수업을 할 때도 테크닉을 가르치기보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 향을 느끼는 각자의 방식이나 소감 같은 걸 많이 이야기하려 하죠. 그동안 배운 것을 충분히 제 것으로 만들어야지만 누군가에게 나만의 방식으로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페파민트 김미선 대표

단순히 향을 가르치기보단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페파민트 김미선 대표. 공간처럼 자연스럽고 내면의 향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인테리어 오브제

인테리어 소품

작업실 곳곳에 김미선 대표가 좋아하는 오브제나 소품을 연출했는데 수강생들이 보고 영감을 얻거나 느낌을 공유할 수 있기 위해서다.

 

그녀는 더 재미있는 것이 생기면 그만두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다른 걸 찾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향은 나이가 들수록 가까이하기에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만큼 연륜과 경험이 쌓이니까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거든요. 별다른 기계가 필요하지 않아서 어디에서든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그녀는 동그란 통에 담긴 직접 만든 올리브 크림을 내밀었다. 코를 대고 맡았지만 냄새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산뜻한 풀 향이 났다. 김미선 대표는 좋은 올리브유로 만든 것이라며 향이 강해야지만 좋은 제품은 아니라고 했다. “공간에 향이 머물지 않도록 환기를 자주 시켜요. 작업실을 구할 때도 환기를 잘 시킬 수 있는 것이 중요한 요소였어요. 계속 냄새를 맡다 보면 후각도 쉽게 피로해지거든요. 그래서 페파민트에서 만드는 향수는 향이 강하지 않아요.” 페파민트의 시그니처 향인 풀 향은 한번 맡아본 이들이 어떤 향인지 되물을 만큼 유명하다.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김미선 대표와도 무척 잘 어울리는 향이었다. “어스 Auth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론칭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제가 백구 한 마리랑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거든요. 반려동물을 위한 향 아이템도 출시할 예정이에요.” 그녀는 특별한 수업 몇 가지를 기획하고 있다. 4월에는 오르에르에서 최근 유행인 향 스틱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5월에는 11일부터 제주도에서 귤꽃을 활용한 특별한 야외 클래스를 진행한다. 향뿐만 아니라 인생의 전반적인 것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페파민트만의 특별함이다.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는 아베다 ‘스트레스 픽스’ 시리즈. 욕조에 넣고 홈 스파처럼 즐길 수 있는 ‘스트레스 픽스 소킹 솔트’와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스트레스 픽스 바디로션’.

 

페파민트 작업실

나무 소재를 많이 사용한 페파민트 작업실. 인테리어는 베르에블라의 함미주 대표가 맡아 페파민트의 느낌을 살린 공간을 만들었다.

 

비누 클래스

무화과나 녹차, 쌀겨 등 자연적인 소재로 만드는 건강한 비누 수업.

CREDIT

에디터

신진수

포토그래퍼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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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영국의 정원

그림 같은 영국의 정원

그림 같은 영국의 정원

그림인지 실제인지 초현실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아름다운 영국의 정원은 실은 이탈리아의 정원을 본뜬 것이 많다. 이런 정원을 갤러리로 흡수한 하우저 앤 워스는 아트&가든의 성지가 됐다.

 

하우저 앤 워스

하우저 앤 워스 서머셋 전경. Ⓒ Hauser&Wirth Somerset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싶은 계절, 영국의 픽처레스크 Picturesque 정원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18세기 영국의 귀족들은 16세기 이탈리아의 풍경화를 동경하며 그곳으로 떠나 고대 로마부터 르네상스로 연결되는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하고자 했고(그것이 바로 ‘그랜드 투어’의 시작이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오마주한 정원을 만들었다. 이탈리아 풍경화는 정원 설계의 기본 도면이 되었고, 정원 곳곳에 고대 로마 판테온과 같은 건축물을 짓고 다리를 만들었다.

영국 윌트셔 지방에 있는 스토워헤드 Stourhead 가든은 영국식 정원 양식의 정수로 손꼽히는 곳이다. 대부호였던 헨리 호어가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 푹 빠지게 된 클로드 로랭 Claude Lorrain의 작품을 본떠 만든 정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직접 방문했던 스토워헤드 가든은 기대 이상이었다. 영화 <오만과 편견>의 배경이었고, 동경심을 가지고 항상 사진을 들여다봤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곳이 정말 그림 같은 풍경이어서인지(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늘 보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영국인데 이탈리아 같고, 실제인데 그림 같은 초현실적인 체험이었다. 커다란 호수를 따라 한 바퀴 돌며 바라보는 정원은 하나의 풍경화가 아니라 여러 폭의 풍경이 겹쳐진 모습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자주 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런 바람을 실제로 이룬 이가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작해 런던, 뉴욕 그리고 최근에는 홍콩에까지 지점을 낸 하우저 앤 워스 Hauser&Wirth 갤러리다. 이완과 엠마뉴엘 부부는 가족 여행으로 들른 마을 풍경에 반해 아예 서머셋 지점을 차렸다. 시골 부호를 만나기 위한 전략도 아니었고, 이 지역은 젯셋족을 위한 헬기장도 없다. 그저 “당신이 일하는 곳에서 살며, 당신이 기른 것을 먹고, 친구들과 나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요”라는 말이 그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낡은 농가를 개조한 갤러리에서는 루이스 부르주아, 알렉산더 칼더와 같은 대가의 전시가 열리고, 가든에는 뉴욕 하이라인의 옥상 생태 공원으로 이름을 날린 피에트 우돌프의 파빌리온이 설치되어 있다. 관객은 단연 주변 시민들이다. 학생, 노인, 일반인들이 입장료도 내지 않고 갤러리를 찾는다. 갤러리는 그들을 배척하기는커녕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환영하고, 지역민을 고용하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세계 최고급 호텔에서만 머무는 슈퍼 컬렉터도 이곳의 레지던시에 초청 받는 것이 꿈일 정도다. 이제는 필자와 같은 예술 애호가들이 꼭 들러야 할 아트&가든 투어의 성지가 된 영국으로 아트 투어를 떠날 날을 기다려본다.

 

에트 우돌프의 파빌리온

하우저 앤 워스 서머셋에 있는 피에트 우돌프의 파빌리온. Ⓒ김영애

 

스토워헤드 가든

스토워헤드 가든. Ⓒ김영애

 

스토워헤드 캐슬

‘앉지마세요’라는 문구 대신 예쁜 책을 올려둔 센스가 돋보이는 스토워헤드 캐슬 내부 인테리어. Ⓒ김영애

CREDIT

에디터

신진수

writer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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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전시

이달의 전시

이달의 전시

전시 보러 가기 좋은 봄이 찾아왔다. 이달의 문화 생활을 책임질 3가지 전시를 추천한다.

 

Running Painting

갤러리 ERD <Running Painting>

강원제 작가의 <러닝 페인팅>전은 ‘흐르는 그림’에서 비롯돼 ‘러닝’이라는 다중적인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그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며 수행적인 퍼포먼스를 관객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2015년 7월부터 시작해 2019년 현재까지 약 4년에 걸쳐 매일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라는 것.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지속해 나가고 행위가 종료된 후에도 그 흔적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4월 30일까지. tel 02-749-0419

 

 

 

한국의 정원 전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한국의 정원 展 _ 소쇄원 낯설게 산책하기>

크리에이티브팀 올 댓 가든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실용성과 시각적 즐거움을 중시하는 서양의 정원과 달리 자연스럽고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한국의 정원에 주목한다. 한국에서 우리의 삶이 정원과 멀어지면서 자연에서 주는 기쁨마저 먼 여행을 떠나서만 가능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아쉬움과 우리 정원에 대한 무관심의 자각에서 출발한다. 동양화, 인간 환경 연구, 영상 예술, 공간 연출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정원 ‘소쇄원’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했다. 전시는 5월 19일까지. tel 02-580-1300

 

 

 

헬무트 뉴튼 사유 재산

10 꼬르소 꼬모 서울 <헬무트 뉴튼: 사유 재산>

헬무트 뉴튼 재단과 폰다지오네 소짜니가 공동 기획한 <헬무트 뉴튼: 사유 재산>전은 사진작가 헬무트 뉴튼이 1972년부터 1983년까지 작업한 시리즈 중 가장 상징적인 45개의 오리지널 빈티지 프린트를 전시한다. 패션과 상업 사진을 비롯해 아름답고 유명한 인물의 초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4월 25일까지. tel 02-2118-6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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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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