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생겨나는 꽃집 사이에서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떼봉떼 정주희 플로리스트.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데이지를 위해 꾸민 공간처럼 꽃으로 가득 찬 그녀의 두 번째 공간을 찾았다.
국내에서 프렌치 스타일의 연출을 선보이는 플로리스트는 많지만 사진을 보고 흉내만 내거나 다른 이의 연출을 그대로 복제하는 이도 덩달아 늘어났다. 보떼봉떼 Beaute et Bonte의 정주희 플로리스트는 이런 고충을 묵묵히 껴안고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그녀는 서교동에서 9년의 시간을 보냈고, 이제 막 한남동에 있는 새로운 공간에서 시즌 2를 열었다.
“예전에는 서교동과 홍대 주변이 예술가나 디자이너들이 많은 동네였어요. 그런데 갈수록 젊은 소비층이 늘어나고 프랜차이즈도 많아졌죠. 그런 분위기에서 탈출하고 싶었어요(웃음). 한남동은 늘 오고 싶은 동네였는데, 운이 좋았죠.” 남편이 우연히 발견한 이곳은 풍부한 채광과 통풍이 잘돼야 한다는 그녀가 원하는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원래 빌라였던 곳을 상업 공간으로 리뉴얼한 건물이기에 구조가 집처럼 나뉘어 있다. 정주희 플로리스트는 안쪽에 콜앤선의 자연 무늬 벽지를 발라 공간에 포인트를 주었고, 바깥 공간에도 노출 콘크리트처럼 보이는 벽지를 발랐다. 그리고 각종 빈티지 가구와 풍성한 꽃으로 프렌치 스타일의 작업실을 완성했다. 파리에서 공부하기도 했고, 파리라는 도시를 정말 사랑하는 그녀의 취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전 작업실은 수납공간이 부족해서 짐이 쌓여갔어요. 이곳에 오면서 정말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해가 잘 들어서 사진을 촬영하기에도 참 좋고요. 빛이 좋아서 퇴근을 미룰 때도 있어요.” 보떼봉떼에는 꽃 냉장고가 없다. 대신 일주일에 세 번씩 꽃시장에 가서 싱싱한 꽃을 구입한 뒤 컨디셔닝 작업을 해서 상온에 둔다. 보떼봉떼는 서교동 작업실에서처럼 플라워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웨딩 연출과 브랜드 프로젝트도 두루 겸하고 있다. 이미 <꼼 데 플레르>와 <보떼봉떼 플라워 클래스>, <꽃들의 시간> 등 몇 권의 책을 낸 플로리스트의 작업실은 여러 방면에서 저력이 느껴졌다. “한때는 제 스타일을 그대로 복제하는 이들 때문에 힘들기도 했는데 이제는 진짜를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일부로라도 다른 플로리스트의 연출을 잘 보지 않아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녀는 꽃 주문을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분들이 많다며 개인 주문도 받고 있으니 편하게 연락하면 좋겠다는 말도 보탰다. 보떼봉떼를 알게 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예전에 비해 더욱 확실한 색깔을 지녔고 더불어 여유까지 생긴 정주희 플로리스트의 한남동 시즌을 응원하면서 그녀만 할 수 있는 정통 프렌치 스타일을 계속 보여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