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디자인하는 가드너
그린콜렉션의 원안나 대표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을 찾다 결국 가드너가 됐다. 식물 못지않게 공간을 사랑하는 그녀는 두 가지 분야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는 능력자다.
그린콜렉션의 원안나 대표는 가드너이자 디자이너다. 그녀는 식물을 공간에 꼭 맞게 연출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 성인 3명이 서 있으면 좁게 느껴질 만한 작은 작업실이지만 식물군은 예사롭지 않다. “일을 하다가 보니 어느 순간 번아웃 증후군이 왔어요. 아마 그래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찾아 식물에 이끌렸던 것 같아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한국은 정원 문화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대부분 아파트나 빌라에 살기 때문에 개인 정원을 갖기 어렵다고 전했다. 때문에 실내에 두는 식물에 더욱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식물을 선택할 때도 일반적인 농장이나 화원에서 추천하는 반듯하고 풍성한 식물보다는 그 공간에 어울리는 수형을 찾곤 해요. 남들이 전혀 탐내지 않을 만한 것만 골라오기도 하고요.” 그녀는 작업실이나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고 식물을 구입할 때 어울리는 가구나 조명을 추천해달라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작업실을 찬찬히 둘러보니 이국적이고 선이 자유분방한 식물이 많았다. 옆으로 두툼하게 퍼지는 멕시코소철은 어디에선가 웃자라 아주 긴 줄기를 갖고 있었고, 막 꽃을 떨구기 시작한 하얀 루피너스와 라넌큘러스처럼 보였던 장미나무 그리고 요즘 빠져 있다는 벤자민도 보였다. “식물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존재예요. 꽃이 지고 피고, 잎이 나고 떨어지는 과정을 바라보기만 해도 신비로워요. 꽃이 진 다음 다시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지루할 수 있거든요. 그 시간을 견디고 다시 꽃이 필 때의 기쁨은 말로 다 못하죠.” 그린콜렉션은 지난달 제주 옹기 작가인 김경찬과 전시를 진행했다. 오묘한 색감의 제주 옹기에 분재처럼 심플한 식물을 심어 그린콜렉션의 취향을 확고하게 보여줬다. “식물보다 중요한 것이 공간에서는 화분이에요. 식물을 어떤 화분에 심는지가 아주 중요하거든요. 식물이 인테리어의 한 요소이기 때문에 화분 선택 역시 중요해요”라고 말하는 원안나 대표는 숲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담양, 제주도의 곶자왈 같은 숲은 사진도 찍고, 뭔가를 줍기도 하며 하루 종일 걸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어렵지만 자연을 최대한 그대로 모방한 연출을 선보이고 싶어요. 인위적인 손길을 거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린콜렉션을 통해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요.” 그린콜렉션은 좀 더 넓은 작업실로 이전할 계획이다. 공간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녀의 ‘콜렉션’은 앞으로도 깊이를 더해갈 것이다.
CREDIT
에디터
신진수
포토그래퍼
이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