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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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의 시공간을 담은 냉장고
비스포크 냉장고를 보기 위해 계동에 위치한 태오양스튜디오를 찾았다. 냉장고 문에 시간과 공간, 전통과 첨단 기술을 모두 담은 그의 냉장고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잘 어울렸다. 사용자의 개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의 장점 또한 한눈에 드러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이번 비스포크 냉장고 협업은 어떤 경험이었나? 냉장고가 어디까지 발전해왔는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였다.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가 있었나? 이미지보다는 먼저 고민이 됐다(웃음). 냉장고는 TV나 에어컨 등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변화가 많지 않았던 품목이다. 형태를 변형하지 않고 문을 통해 기존 냉장고와 달라진 점을 보여줘야 해서 어려웠지만 흥미로웠다.
실제로 본 냉장고는 촉감이 매력적이었다. 스웨이드 카펫과 우드 비니어, 레진 커튼 등 냉장고 문에 붙인 모든 소재는 일상에서 항상 만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바라보기만 하는 냉장고가 아니라 매일 문을 열고 닫으며 상호작용할 수 있고 개인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만져보면서 ‘냉장고 문이 이럴 수 있어?’ 혹은 ‘냉장고 문에 이런 걸 더할 수 있구나!’ 하는 경험 말이다.
거울과 레진 커튼, LED 촛대 조명 등 각각의 요소가 기발하다. 어떻게 모티프를 얻었나? 편견을 깨는 작업이 었다. 부드러울 것 같은 커튼을 만져보니 레진 소재이고, 거울과 조명도 달려 있다. 전통 창호를 상징하는 격자무늬의 카펫과 우드 비니어 역시 원래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 있다. 어떻게 보면 문에 또 다른 공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존의 것을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또 과거로부터 온 모티프와 3D 프린팅 같은 첨단 기술의 만남이기도 하다.
이런 소재가 현재 디지털 시대에 갖는 의미가 달라졌나?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에 대한 신체적 반응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냉장고 문을 통해 우리가 그런 선입견이나 틀을 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커튼은 꼭 부드러워야 할까? 조명은 꼭 벽에 달려 있어야 하나?’ 하는 질문을 통해 말이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전제품이 이런 틀을 깨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간 디자이너로서 이번 디자인에서 고려한 부분이 있다면? 늘 그렇듯 생활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카무플라주’를 생각했다. 물론 이번 냉장고에는 예술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 있지만 이 제품이 어느 가정집에 놓였다고 생각하면 냉장고보다는 스크린이나 파티션처럼 보일 것 같다. ‘배경’처럼 보이길 바라서 스튜디오에 설치할 때도 가장 일반적인 흰색 벽에 냉장고를 설치해 그런 느낌을 강조했다.
첨단 기술이 공예와 선을 긋지 않고 융합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달해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작업에는 사람의 감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깃들어 있지 않다면, 이는 그저 기술로만 끝날 것이다. 하지만 동시대적인 사명을 갖고 기술과 크라프트를 생각한다면 결국에는 서로 융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전제품 중에서 디자인에 도전해보고 싶은 품목이 있다면? 공기청정기! 이제 필수 가전제품이 된 공기청정기를 어떻게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지, 그로 인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