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 작가는 즐거운 마음으로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든다. 각종 전시와 유명 레스토랑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그녀는 젊은 도예가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한 사람이다.
도예가 이혜미의 한남동 작업실을 찾았다. 처음 편집숍에서 그녀가 만든 그릇을 봤을 때 잔잔한 무늬 때문인지 정적인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과 달리 이혜미 작가는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종종 가마 앞을 지키며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올리곤 하는데, 그 시간을 보면 꽤 늦은 시각이라 놀랄 때가 있다. “온전히 저 혼자만 사용하는 작업실은 이곳이 처음이에요. 이전에는 누군가와 함께 사용하거나 누군가의 작업실을 잠시 빌리는 형태였어요. 그때보다는 좁은 공간이지만 모든 그릇이 여기에서 다 만들어져요.” 공간의 앞쪽 부분은 쇼룸처럼 그녀의 작품들을 전시했고 하얀 커튼을 열고 들어서면 가마가 있는 작업실이 나온다. 이혜미 작가의 작품 변천사는 꽤 흥미롭다. 흰색 그릇에 남색 꽃무늬가 잔잔하게 얹어진 시리즈로 많은 이들에게 이름을 알리며 사랑받았고, 그 후에는 가장자리에 금을 두른 골드 림 시리즈를 선보였다.
자개장의 오묘한 빛을 담은 진주 시리즈에 이어 최근에는 은을 칠한 모던한 작품을 만든다. 마감의 방식은 전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손으로 빚어 똑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으며 울퉁불퉁한 형태에서 오히려 수작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저 바라보고 마는 그릇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이 높다는 점이다. “제가 만든 그릇은 무조건 사용해봐요. 그릇을 만들 때에도 음식이 담긴다는 상상을 하고요. 설거지라든지 그릇 관리법도 중요하게 생각하죠.” 매일 사용할 수 있고 심지어 아름다운 그녀의 그릇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동안 슬럼프처럼 생각이 많았어요. 제게는 작업할 때 즐거움이 중하거든요.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금색을 꼽을 만큼 좋아해서 시작한 골드 림 시리즈는 카피 제품도 많아졌고, 저 역시 고민이 많아졌어요. 그러던 차에 은으로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다시 활력이 생겼어요.” 이혜미 작가는 덧붙여 자신의 그릇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이들 덕분에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구입한 그릇을 즐겁게 사용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힘이 난다고. 그녀는 오사카에 위치한 와드 Wad 카페에서 전시를 가질 준비를 하고 있으며 세라믹으로 만든 작은 가구 시리즈도 비플러스엠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제로컴플렉스와 같은 레스토랑에 납품할 그릇 작업부터 전시 등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역시나 즐거워서 하고 있어요. 조금 더 넓은 작업실을 갖게 되면 좋겠지만요.” 언제나 힘있는 어조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혜미 작가. 진짜 마음은 그녀가 빚은 흙에서도 그대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