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있는 미술관 2
지난 호에 이어 바다가 있는 미술관을 소개한다. 섬에 유명 미술관이 세 개나 자리 잡고 있는 나오시마 섬이 그 두 번째 주인공이다.
섬으로 이뤄진 나라 일본에는 바다가 있는 수많은 미술관이 있겠지만 나오시마 섬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 섬에는 베네세 미술관, 지추미술관, 이우환 미술관 세 개가 있다. 사람들도 찾아오기 어려운 섬에 미술관을 짓게 된 건, 도시와 떨어진 자연 속에서 잠시 삶을 돌아보며 명상의 시간을 갖길 바란 베네세그룹의 지난 30여 년의 후원 덕분이다. 대중들의 취향에 어필할 만한 쉬운 작품보다 철학적인 작품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은 후원사의 이름과 같은 베네세 미술관. 미술관의 아래층에는 야외 공간으로 연결되는 뜰이 있는데, 두 벽이 맞닿는 중간 지점이 뚫려 있어서 멀리 바다가 보인다. 양쪽 벽에 나란히 걸린 10여 점의 작품은 히로시 스기모토의 수평선을 찍은 사진 작품. 각도를 잘 맞춰보면 작품 속의 수평선과 실제 바다의 수평선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사진을 야외에 설치한 것도 파격이다. 본래 사진 작품은 직사광선에 약하기 때문에 실내에 전시하는데 베네세 미술관은 야외에서 사진의 빛이 바래도록 두었다. 언젠가 바다도 결국 다 사라질 테니, 빛이 드러낸 세상의 이미지를 잠시 인화지에 안착시켜놓은 사진 역시 자연스럽게 소멸되도록 말이다. 나란히 이어지는 수평선 덕분에 실제의 바다와 사진 속의 바다가 섞이고, 이미지의 존재와 사라짐이 결국은 현상과 환원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관객을 이끄는 철학적인 작품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라도 잠시 철학자가 되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베네세라는 미술관의 이름도 ‘잘 산다’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베네 Bene’와 ‘삶 世’이라는 두 단어를 조합해서 만든 것이다. 히로시 스기모토의 바다 사진은 미술관 벽뿐만 아니라 섬의 바닷가 절벽 곳곳에 마치 숨은그림찾기하듯 걸려 있다. 그 외에도 미술관 카페를 방문해야만 하는 지추 미술관이 있다. 클로드 모네, 제임스 터렐 등 유명 작가의 작품도 멋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름다운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우환 미술관에는 올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특별 전시 때 설치되었던 대형 아치 작품이 들어섰다. 이 작품으로 인해 생긴 주변과의 ‘관계’ 덕분에 평평하고 납작했던 해변가에 긴장과 활력이 생겨났다. 확실히 아치가 서기 전과 세워지고 난 후의 바다는 다르게 보인다. 나오시마뿐만 아니라 근처의 테시마 섬과 테시마 미술관, 이누지마 섬과 세이렌쇼 미술관도 간 길에 들러볼 만한 미술관이다. 이 섬들을 연결하는 바다가 바로 세토 내해(우치)인데 3년마다 특별 전시와 이벤트를 여는 세토우치 트리엔날레가 개최되는데 바로 올해다. 봄, 여름(7/19~8/25), 가을(9/28~11/4) 세 계절로 나눠 열리니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좋다. 단, 섬이라는 특성상 배 시간을 잘 맞춰야 하고, 작은 섬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미술관 입장 시 대기 시간이 발생하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CREDIT
에디터
신진수
writer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