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아트컨설팅에서 여름을 맞아 바다가 있는 미술관을 연재한다. 바다와 작품,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하는 곳, 루이지애나 미술관이 첫 번째 주인공이다.
루이지애나 미술관 레스토랑. ⓒ김영애
여름과 바다가 성큼 가깝게 다가왔다. 바다는 왠지 스포츠나 레저와 한 쌍을 이루는 단어 같지만 사실 바다의 푸른 에너지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이기도 하다. 김환기가 나고 자란 곳도 전남 신안의 푸른 바닷가였고, 인상주의의 출발도 프랑스 서부 에트라타 바닷가였고,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는 이브 클라인, 아르망 등 ‘에꼴 드 니스’라 불리는 예술가들이 탄생했다. 그 에너지를 찾아 떠난 것일까? 남프랑스는 피카소, 샤갈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말년을 보내며 예술혼을 불태우기도 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여름의 해변가, 이제 그곳에 ‘아트’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해마다 부산에서는 여름이 막 시작되는 이즈음 아트부산(올해는 5월 31일~6월 2일)을 개최한다. ‘바다가 있는 미술관’을 연재하며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바로 루이지애나 미술관이다. 미국의 루이지애나가 아니라 덴마크 코펜하겐 북부, 훔레벡에 위치하고 있다. 미술관 이름이 루이지애나인 건 바로 이 건물이 부유한 고위 관료 알렉산드르 브런의 집이었을 때, 그의 세 명의 부인 이름이 모두 ‘루이지애나’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이름을 붙이고 이곳을 미술관으로 바꾼 이는 치즈 산업으로 부를 이룬 크루드 젠슨이다. 미술 애호가였던 그는 미술 문화의 향유가 엘리트 계층에만 한정되는 것을 개탄하며, 누구나 미술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면서 ‘사우나 이론’을 주장했다. 열탕과 냉탕을 오가며 즐기는 사우나처럼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는 ‘핫’한 유명 클래식 작품을 보고,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현대미술가의 ‘콜드’한 작품을 보면서 예술이 전하는 힐링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우나 이론은 문화와 자연이라는 측면에서도 딱 들어맞는다. 푸른 언덕 위에 위치한 미술관은 창문 너머로 바다가 보이고 내부에는 자코메티, 잭슨 폴록, 이브 클라인, 마티스, 야요이 쿠사마 등 이곳에서 개인전을 치른 유명 작가의 작품이 즐비하다. 야외 정원에는 알렉산더 칼더, 장 뒤뷔페 등의 조각 작품이 곳곳에 자리한다. 격식 없이 편안한 공간에서 작품을 보다 언제라도 야외로 연결된 문으로 나가 잔디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백미는 바닷가가 보이는 미술관 레스토랑으로, 그곳에서 언덕 아래로 내려가면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다. 잔디에 누워 좀 쉬다 보면 이곳이 미술관인지, 편안한 유원지인지 착각마저 든다. 유난히 가족과 어린이 관객이 많기 때문이다. 미술관에서 상시 진행하는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곳곳에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기도 한다. 어린이동의 야외에는 계단 대신 미끄럼틀이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1958년에 건립되었으니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어린 관객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자녀를 데리고 올 만큼 오랜 세월 사랑받았다. 아직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간 5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매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미술관 순위의 상위를 랭크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미술관 야외 조각은 장 뒤뷔페의 작품. ⓒ김영애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은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 ⓒ김영애
멀리 보이는 빨간 조각은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 ⓒ김영애
루이지애나 미술관의 어린이 교육실. ⓒ김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