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푸탈레는 스리랑카 남동부에 위치한 우바 주 Uva Province의 작은 마을이다. 하얀 구름 숲과 푸르른 산중이 차밭으로 뒤덮인 몽환적인 순수함을 품은 곳이다. 1431m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열대의 고집스러운 더위를 비껴가 매우 시원하고 쾌적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티는 우바 주의 이름을 따 우바라 불리는데, 인도의 다즐링과 중국의 기문과 함께 세계 3대 홍차로 유명하다. 우바는 실론티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스리랑카의 옛 이름인 실론에서 유래되었다. 실론티는 우바를 비롯해 생산지에 따라 6종류로 나뉜다. 영국을 대표하는 귀족 문화인 티타임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바로 실론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는 영국의 귀족들이 가장 아꼈던 차가 바로 실론티다. 어디를 가나 슬로건처럼 ‘차와 함께 휴식을 즐긴다’를 의미하는 ‘Chill out’이 벽에 붙어 있어 이곳의 정서를 대변하는 듯하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차밭 기차 여행
<론니플래닛>과 CNN, BBC에서도 소개된 스리랑카 기차 여행은 수도인 콜롬보에서 10시간 정도 차밭을 달린다. 구간 중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2~3시간이 소요되는 캔디-하푸탈레 구간이다. 철로는 19세기 중반 영국 식민지 시절 고산지대에서 콜롬보까지 차와 커피를 실어 나르기 위한 산업용으로 건설되었다. 기차는 환상적인 풍경 속에서 스리랑카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달린다. 설레는 마음으로 탄 기차에는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여행객들이 달리는 기차의 난간에 매달려 아슬아슬한 셀피컷을 연출하기도 한다. 차밭과 어우러진 인생 사진을 담기 위한 젊은 여행자들의 모습은 다소 위험해 보이지만 스리랑카 기차 여행의 또 다른 볼거리다.
툭툭이를 타고 떠나는 환상의 차밭 여행
차밭의 산허리에 걸쳐 있는 운무는 목가적이면서도 몽환적이다.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도 멈춘 듯하다. 툭툭이를 타면 차밭을 구석구석 구경할 수 있다. 초록이 우거진 다원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빛바랜 힌두 사원과 시멘트로 지어진 오래된 마을도 보인다. 녹슨 함석지붕 위에서 분주히 빨래를 걷는 소녀, 낡은 사리를 입은 할머니들과 뛰노는 어린아이들한테 손을 흔드니 그들도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마을을 지나니 여기저기서 찻잎을 따는 여인들이 보인다. 그녀들의 피부가 유난히 거무튀튀하다. 툭툭이 기사의 말에 의하면, 이들은 영국 식민 시절 찻잎를 따기 위해 인도 남부 타밀에서 이주해온 타밀족이라고 한다. 스리랑카가 독립한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타밀족과 원주민인 싱할라족 간에 분쟁이 생겨 내전이 일어났고, 이때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고된 노동 중에도 낯선 이에게 수줍은 웃음을 건네는 이 여인들은 스리랑카에서도 저소득층에 속하기 때문에 삶이 녹록지 않다고.
여왕의 사랑을 받은 립톤 경의 립톤티
다원 정상에 오르니 꿈을 꾸는 듯한 풍경에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저녁 안개가 짙어져 찻잎과 풀 향기가 온몸에 배듯 상쾌하다. 산책 후 툭툭이 기사와 근처 카페에 앉아 홍차를 시켰다. 툭툭이 기사는 홍차를 홀짝 마시더니 립톤 시트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원래 19세기 영국 식민 시절에는 영국인들이 거대한 원시 정글을 밀어내고 커피를 심어 이 부근이 세계 최대의 커피 재배지였어요. 그러다 커피나무가 커다란 병충해를 입고 나서 인도에서 차를 들여와 심었는데, 그때부터 이곳이 차밭이 되었죠.” 이 시기에 우리한테도 익숙한 홍차의 대명사 립톤 라벨이 탄생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사업가인 토마스 립톤 Thomas Lipton(1848~1931)이 하푸탈레 지역에 거대한 농장을 사들이고 직접 차를 재배했다. 그는 자신의 상점에서 실론티를 다양한 분량으로 소분, 포장해 라벨을 붙이고 비싼 가격에 팔기 시작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차 판매상으로는 처음으로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을 수여 받아 ‘립톤 경’이라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