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만지게 된 계기도, 지금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분야도 각기 다르지만 꽃과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공통점을 지닌 4명의 플로리스트가 모였다. <플라워 토크 콘서트 시즌 2>에 참여할 이들이 앞으로 플로리스트의 길을 걷고자 하거나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메종>에 먼저 들려주었다.
2004년 가로수길에 플라워 카페 ‘블룸 앤 구떼’를 오픈한 플로리스트 이진숙과 파티시에 조정희. 당시에 꽃과 커피를 같은 공간에서 즐긴다는 것은 센세이션할 만큼 새로운 것이었다. 국내 플라워 카페의 선두주자인 이들은 지금 정동에서 카페 ‘라 그린’과 샌드위치 카페 ‘르 풀’을 운영하고 있다. 블룸앤구떼의 스타일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아쉽게도 현재 라 그린에서는 꽃을 판매하지 않고 소규모 클래스만 진행 중이다. 심플&그린 컨셉트로 건강한 비건 메뉴를 맛볼 수 있으며 곳곳에 놓인 꽃에서 블룸 앤 구떼의 향수를 느껴볼 수 있다.
조정희 파티시에와는 잡지사 선후배였다. 함께 일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었다. 같은 시기에 조정희 선배는 프랑스로, 나는 영국으로 공부를 하러 갔고 유럽에서 3년 정도 머물 때 서로 전화도 하고 얼굴도 보며 친하게 지냈다. 서울로 돌아와 청담동의 같은 건물에서 케이크 아틀리에와 플라워숍을 열었는데, 매출이 별로였다. 그래서 플라워 카페를 함께 계획했고 당시만 해도 인적이 드문 가로수길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빈티지 분위기, 과감한 컬러 매치가 블룸 앤 구떼만의 스타일인 것 같다. 과시하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모던한 빈티지 스타일에서 지루하지 않게 컬러를 곁들이는데 너무 과하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팁이라면 팁이다. 내가 하는 꽃도 역시 그런 스타일인데 파스텔 컬러는 조금만 사용하고 과감한 컬러와 어두운 색의 소재나 꽃 등으로 대비를 준다.
블룸 앤 구떼와 다른 라 그린만의 매력이 있다면? 숍이 학교 안에 있다 보니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 술도 판매할 수 없고, 학생부터 연세가 지긋하신 분, 이화여고 동창생, 외국인 등 손님들이 다양하다. 정동길이 조용해서 좋고, 개발의 여지가 별로 없어서 더 좋다(웃음). 동네 특성상 신축 건물이나 브랜드숍이 마구 생기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니까.
이제 블룸 앤 구떼라는 이름을 볼 수 없어 아쉬운 이들이 많다. 라 그린에서는 꽃을 판매하지 않으니까 ‘블룸’을 붙이기가 애매했다. 또 라 그린을 오픈하기 전까지 재정비의 시기를 거쳤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2017년 블룸 앤 구떼의 역사가 담긴 책 <블룸 앤 구떼 스타일>을 출간했다. 책을 내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었나? 블룸앤구떼는 나와 조정희 파티시에한테는 자식 같은 존재다. 13년 동안 운영을 하고 보니 그간의 노하우와 이야기를 한 번쯤 정리하고 싶어 출간했다.
소규모 클래스는 어떻게 이뤄지나? 인원을 모아서 클래스에 대한 의뢰가 오면 맞춰서 하는 편이다. 공지를 올리거나 딱히 양식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플로리스트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어느 플로리스트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의 태어남과 늙음, 병듬, 죽음에는 늘 꽃이 함께한다고. 나 역시 언제나 꽃이 함께여서 좋았고 꽃을 잔뜩 구입해두고 팔리지 않을 때마저도 그냥 좋았다. 하지만 사업적인 마음가짐은 또 다른 것이더라.
사업적인 마인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인가? ‘운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상 사업적인 부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플로리스트라는 직업 안에서도 각자 집중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