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 도시에서 부딪치고 상처 받을 일이 많았다. 때문에 여행의 주목적은 언제나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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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용두리에서 태극권 수련 중
대자연을 벗 삼아 시간을 보내고, 자연에서 얻은 산물을 가지고 산에서 요리를 한다. 그렇게 원시적인 생활로 나 자신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제천과 단양, 예천, 영주를 관통하는 코스를 좋아한다. 특히 예천은 태극권 수련을 위해 자주 내려가는 동네다. 수련하는 곳에 유기농법으로 농사 짓는 호두 농장이 있는데 내려갈 때마다 일을 거들곤 한다. 농사일을 도울 때면 뭐랄까, 그야말로 향기 나는 체험을 하는 기분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열매가 커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힐링이 된다. 사실 호두나무는 용두리에서 처음 보았다. 인테리어 자재로만 생각했는데 초록 과육 속에 딱딱한 호두 열매가 숨어 있더라. 무척 신기했다. 제천에서도 여러 곳을 가보았지만 이동균 기능장의 광덕빗자루 공예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기능장인 할아버지가 빗자루를 만들고 할머니가 보조를 한다. 손잡이에 여러 색실을 넣어 다양한 모양의 빗자루를 만드는데, 모든 디자이너가 한눈에 반할 만한 곳이라 자부한다. 단양에서는 ‘카페 산’에 간다. 산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커피를 마신다. 직접 뛰어내리지는 않더라도 산에서 발을 떼는 사람들의 시작점부터 스릴을 공유하는 기분이다. 자연과 사람을 보는 재미가 있을뿐더러 베이커리 카페여서 빵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영주 하면 사과도 있겠지만 가장 먼저 부석사가 떠오른다. 축대의 단마다 건축물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무척 경이롭다. 특히 코스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대웅전은 한국 고건축의 정수가 담겨 있는 곳. 대웅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 산 아래를 바라봐보자.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을 만큼 감동적이다. 이외에도 국내 여러 곳을 다녀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음먹고 시간을 내야 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언제라도 훌쩍 떠날 수 있다. 일단 떠나보자. 아름다운 자연뿐 아니라 깊은 역사까지 품고 있는 곳이 한국에는 너무나 많다. – 엔알디자인팩토리 대표 김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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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에서 만난 광덕빗자루 공예사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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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건축의 정수가 담긴 영주 부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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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하게 잘 익은 호두 수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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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단양 사인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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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봐도 스릴 넘치는 패러글라이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