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주년을 기념해 한 달 동안 발리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발리에서 한 달 살아보기’를 계획했지만, 일정을 짜다 보니 여행이 되어버렸다. 제주도의 두 배쯤 되는 발리는 어느 한곳에만 머무르기 아까울 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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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
우리 부부는 6살 아들과 함께 서핑하기에 적합한 쿠타 Kuta부터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산속 우붓, 아궁산을 보며 다이빙할 수 있는 아메드 Amed와 아침마다 바다거북이를 만났던 길리 Gili 섬까지 꽉 찬 스케줄로 한 달 내내 발리를 만끽했다. 휴양지로 대변되는 비슷비슷한 아시아 섬들 가운데 발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은 우붓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바다가 없는 지역이지만 정글과 논밭 뷰를 예사롭게 품은 숙소가 많다. 예술인 마을로 정평이 난 만큼 우붓 사람들의 미감은 어디를 가도 평균 이상이었다. 가격대비 아름답고 독특한 숙소가 많아 어디를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했다. 여행지에서 푹 쉬는 것도 좋지만 우붓에서는 먹고 사고 배울 것도 많다. 유리, 라탄, 티크 등으로 만든 각종 공예품을 파는 우붓 시장부터 킨타마니 화산 지대에서 재배하는 원두로 만든 커피 마시기, 바루트 화산의 일출 트레킹하기, 숲이 보이는 스튜디오에서 요가하기 등 우붓은 문화와 공예가 발달한 곳에서는 오래 머물러도 절대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패브릭숍을 둘러보다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 기법인 바틱이 궁금해서 바틱 염색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 개, 소, 염소, 새들이 지저귀는 산속의 한적한 스튜디오에서 원단에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면서 그것이 완성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잠깐이지만 이곳의 일부가 된 듯 설렜다. 다음날은 요가원에서 모닝 플로우를, 또 다음날에는 시장에 가서 재료를 골라 다 함께 요리를 하는 인니 쿠킹 클래스에 참여했다. 일정이 길었다면 또 다른 것을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이란 무언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워지는 나를 보는 것. 우붓의 다채로운 원데이 클래스에서 경험과 배움 사이의 즐거움을 한껏 느꼈다. – 프리랜스 브랜드 마케터 이홍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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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틱 염색을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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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데이 클래스에서 직접 디자인한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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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안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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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틱 염색 클래스가 진행되는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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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타마니 화산 지대에서 재배한 원두로 만든 커피 마시기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