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시티 [랜덤 인터내셔널 : 피지컬 알고리즘 展]

파라다이스 시티 [랜덤 인터내셔널 : 피지컬 알고리즘 展]

파라다이스 시티 [랜덤 인터내셔널 : 피지컬 알고리즘 展]
디지털 인터랙티브 아트를 선보이는 랜덤 인터내셔널의 대규모 개인전이 파라다이스시티 내 아트 스페이스에서 진행 중이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랜덤 인터내셔널: 피지컬 알고리즘 展>은 보고 난 이후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다.  
작품 Audience는 금속 받침대에 고정된 64개의 거울이 제각기 움직이다 관람객이 다가서면 하나로 동기화돼 한 방향으로 고정된다.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작품으로부터 감시를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마저 작품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 <E.T>에서 주인공 소년과 E.T의 손가락이 닿았을 때의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전시를 소개한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 있는 아트 스페이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랜덤 인터내셔널 Random International의 전시 <랜덤 인터내셔널: 피지컬 알고리즘 展>이다. 거대한 그리스 신전 같은 돌기둥 사이로 아트 스페이스에 들어서면 헤라클레스의 석고상 위에 파란 볼을 얹은 제프 쿤스의 작품 ‘게이징 볼 Gazing Ball’이 중심을 잡고 서 있다. 그 아래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 중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Audience’를 설치했다.  
처음 보면 불빛이 제멋대로 깜박이는 것 같지만 36개의 빛줄기는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작동한다. 정면에서 보면 점으로, 옆에서 보면 선으로, 멀리 떨어져서 보면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작품 Small Study(FAR).
 
정면에서 응시하면 빛나는 점처럼 보이는 작품 Small Study(FAR).
 
그리스 신전처럼 우아하고 신비로운 파라다이스시티의 아트 스페이스.
  금속 받침대에 부착된 64개의 거울은 제각기 볼일이 있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거나 뒤로 젖혀지는 동작을 보여준다. 마치 인간의 고개가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가까이 다가서는 관람객을 인지하면 모두 하나로 동기화돼 한 방향으로 고정된다. 순간 대부분의 관람객은 멋쩍어하거나 신기해하며 거울을 응시하게 된다. 이 경험이야말로 남은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랜덤 인터내셔널은 한네스 코흐 Hannes Koch와 플로리안 오트크라스 Florian Ortkrass가 2005년에 결성한 아티스트 그룹이다. 런던과 베를린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디지털 인터랙티브 아트, 즉 디지털과 상호작용하는 예술작품을 선보여왔다. 이들의 작품에는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있는 요즘, 앞으로 기계와 인간의 공존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으며, 관람객의 참여를 적극 이끌어낸다. 그림이나 조각작품을 보듯 가만히 서 있기보다는 작품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고, 가까이 들여다보거나 손을 들어서 반응을 살펴보기도 한다. 이런 행동을 통해 관람객들은 즉각적이고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기계와 인간의 모호해진 경계를 느끼거나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범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랜덤 인터내셔널은 2012년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Rain Room’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천장에서 비가 내리고 있지만 사람이 지나가면 그 부분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 몰입형 설치작품이었다. 바로 옆에는 빗줄기가 보이지만 정작 내가 서 있는 곳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 판타지적인 감흥을 선사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네스 코흐와 플로리안 오트크라스가 설립한 아트 스튜디오 랜덤 인터내셔널. 이들은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참여형 전시를 주로 선보이고있다.
 
어두운 방에서 스크린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작품이 되는 ‘Aspect(white)’. 움직여야만 스크린을 통해 내가 만들어낸 다양한 패턴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Fifteen Points / II’는 정면에서 감상하면 거대 로봇처럼 보인다. 주기적으로 작동하는 14개의 불빛이 사람 형상으로 걸어오는데 치밀하게 계산된 점의 위치 때문에 인간처럼 보인다. 인간으로 인식하는 최소한의 요소는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
  이처럼 랜덤 인터내셔널은 ‘기계’로 대변할 수 있는 디지털 작품이 관람객을 인지하고, 관람객 역시 작품과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내는 경험에 집중한다. <랜덤 인터내셔널: 피지컬 알고리즘 展> 역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동적으로 움직이며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이 주를 이루며, 특히 2층에 단독으로 설치된 ‘Fifteen Points / II’는 불이 들어오는 단순한 15개 볼들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으로 인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소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이다. 파라다이스시티에서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시를 이해할 수 있는 ‘리틀 아티스트 워크숍’을 준비했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워크숍은 미디어아티스트 ADHD와 함께 3D 푸드 프린터를 사용해 사탕 조형물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컴퓨터 화면으로 그린 도형이 실제 만져볼 수 있는 사탕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미디어 아티스트와 탐구해보는 키즈 프로그램이다. 참여 인원은 선착순 10명이며 예약은 전화를 통해 가능하니 아이와 함께 전시를 두 배로 즐기고 싶다면 추천한다. 오픈 당시 세계적인 예술가와 작가의 작품을 호텔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파라다이스시티. 연말에 가족과 함께할 색다른 전시 나들이나 호캉스를 찾고 있다면 랜덤 인터내셔널의 전시로 의미 있는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1월 31일까지.  

<랜덤 인터내셔널: 피지컬 알고리즘 展>
일시 2019년 10월 11일(금)~2020년 1월 31일(금)
장소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아트 스페이스
문의 032-729-5113 www.p-city.com

 
작품 Our Future Seleves는 아마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를 이끄는 작품일 것이다. 작품 앞에 선을 따라 걸으면 반대편에서 유령처럼 불빛이 따라온다. 손을 드는 것과 같은 움직임이나 걷는 속도도 인식한다. 자신의 동작에 반응하는 빛을 보며 관람객들은 신기루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작품은 체험 형태로 감상할 수 있다. 뒤쪽에 보이는 Fragments는 작품 앞으로 사람이 다가오면 약 200개의 격자로 배열된 거울이 파도나 곡선, 굴곡을 만들며 반응하는 작품이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와 대화하듯 관람객은 작품과 교감할 수 있다.
 
겹겹이 포개진 유리 판을 들여다보면 마치 새들의 무리처럼 몰려 다니는 빛의 형상을 바라볼 수 있는 Swarm Study(Glass)/ Ι.
CREDIT
에디터 신진수
포토그래퍼 임태준
TAGS
EDITOR’S VOICE [UNBOXING KAWS COLLECTION] 전시

EDITOR’S VOICE [UNBOXING KAWS COLLECTION] 전시

EDITOR’S VOICE [UNBOXING KAWS COLLECTION] 전시
작년에 거대한 카우스의 캐릭터 컴패니언이 <KAWS:HOLIDAY> 프로젝트로 석촌호수에 둥둥 떠 있었다.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마음을 다독였던 기억이 난다.  

  그저 대형 캐릭터가 호수에 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냥 아는 정도의 작가였던 그는 이렇게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나를 팬으로 만들었다. 그 후 관심을 가지고 종종 관련 뉴스를 찾아보기도 했던 터라 앨리웨이 광교에서 진행 중인 <UNBOXING: KAWS COLLECTION> 전시는 연말에 꼭 가보고 싶다. 그의 창조물이기도 한 컴패니언을 좋아해서 앨리웨이 광교점에 우뚝 서 있다는 7m 높이의 ‘클린 슬레이트 Clean Slate’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하다. 카우스는 그래피티, 조각, 회화 등 전방위로 활동하는 미국의 아티스트다. 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데 눈을 X자로 표시하는 것이 트레이드마크다. 카우스를 상징하는 캐릭터 컴패니언 역시 X자 눈에 미키마우스의 몸통, 푸석푸석한 머리를 한 해골 얼굴이다. 이번 앨리웨이 광교 전시는 국내에서는 최대 규모로 진행되며, 최근 유행 중인 ‘언박싱’ 컨셉트로 상자를 열어 작품을 보거나 박스 안에 작품을 넣어 둘러볼 수 있게 구성했다. 피겨를 비롯해 초기 포스터, 굿즈, 조각, 회화 등 100여 점의 소장품과 캐릭터 콜라보레이션, 리미티드 에디션과 자신의 33세 생일을 기념해 오직 33개만 제작한 두상 조형물 등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보지 못했던 작품을 풍성하게 선보인다. 카우스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패싱 스루 Passing Through’다. 이상하게도 이 작품을 보면 왠지 마음이 뭉클해져서 안아주고 싶은 기분마저 든다. 그의 작품은 감상할 때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리 보인다. 때로는 귀엽거나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기괴하며 슬퍼 보이기도 한다. 힘들었던 한 해를 갈무리하는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아야겠다. 이번에도 컴패니언을 바라보며 위로 받고 싶다.  

CREDIT
에디터 신진수
TAGS
핏빗 라이프

핏빗 라이프

핏빗 라이프
<메종>의 두 에디터가 한 달 동안 스마트 워치 ‘핏빗 버사 라이트’를 차고 생활했다.  

 

나의 건강 시계
체험해본 핏빗 버사 라이트는 최근 출시된 핏빗 버사 2에서 음악 재생 등 몇 가지 기능을 덜어낸 제품이다. 처음 손에 감았을 때의 느낌은 ‘가볍다’, ‘부드럽다’였다. 이런 웨어러블 기기는 처음 착용해본 거라 손에 계속 차고 있으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차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부담이 없었다. 핏빗 버사 라이트 중 좋았던 기능은 이렇다. 수면 체크를 할 수 있어서 실제로 내가 잔 수면 시간과 깊은 수면, 렘 수면, 얕은 수면, 수면 중 깨어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숙면을 했다고 생각한 날에는 깊은 수면의 시간이 길었고, 잠을 설친 날에는 얕은 수면과 깨어난 시간이 많아서 신뢰할 수 있었다. 수면의 질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기능을 사용해보니 더 잘 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하루에 설정한 목표는 만보 걷기다. 한 시간 내에 운동량이 적으면 움직이라는 알람이 떠서 일하다가도 괜히 일어서서 움직이게 되고, 어떻게든 만보를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게 됐다.

 

  핏빗 버사 라이트의 좋은 점은 다른 것보다도 이렇게 설정한 목표를 채우기 위해 계속 신경 쓰고 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카톡이나 전화가 오면 운동 중에도 진동이 와서 바로 알 수 있고, 내가 얼마나 달렸는지 시간과 거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어 편리하다. 무엇보다 500가지나 되는 시계 페이스 중에서 원하는 배경을 골라 적용할 수 있는데, 만보에 가까울수록 진화하는 동물 배경을 깔아두니(유료다) 그걸 보기 위해서라도 더 움직이게 되더라. 한 번 완충하면 4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데, 사용 시간이 좀 짧다는 생각이 들지만 충전 속도가 몹시 빠르다는 것은 장점이다. 또 버튼을 눌러서 전 단계로 돌아가거나 두 손을 사용할 수 없을 때는 화면을 보기 위해서 버튼을 누르기가 불편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강 시계’를 차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분명히 나는 조금 더 걷고 있고,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계속 함께하고 싶다.  

엉망으로 살았구나
핏빗의 장점은 자신이 얼마나 엉망으로 살고 있는지 자각시킨다는 점이다. 얼마나 못 자고, 안 걷고, 막 먹고, 안 마시는지를 말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수치화해 확인한다는 것은 꽤나 효과적이다. 그만큼 신경 쓰게 되니까. 예를 들어, 수면만 해도 그렇다. 자는 동안 스마트 워치로 체크한 나의 수면의 질은 생각과 달랐다. 수면 중 깨어난 시간이 58분, 렘 수면이 1시간 47분, 얕은 수면이 2시간 59분, 깊은 수면이 1시간 11분. 꿈을 꾸고 뒤척이며 잠을 설친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365일 중 360일쯤 피곤한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다. 저혈압에 툭하면 골골대나 평소 자각하지 못했는데, 평균 심박수가 60대를 맴도는 것을 보고 문득 걱정이 됐다. 밤마다 조금씩 러닝을 했더니 그 수치가 조금씩 개선되더라. 특히 커뮤니티 기능이 있어 함께 핏빗을 사용하는 친구들의 운동 기록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심심할 때면 커뮤니티에 들어가 신진수 에디터의 걸음 수를 확인했다.

 

  핏빗 버사의 장점은 ‘마음 챙김’이라는 기능을 통해 정신 건강도 챙겨준다는 점이다. 시계 액정 화면에 표시되는 가이드라인을 따라 찬찬히 호흡하면, 혈중 산소 농도를 측정하여 호흡의 질을 알려주는 기능이다. 정신없이 일하다가 휴식이 필요할 때, 한 차례쯤 쉬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 신경과민증은 현대인의 고질병 아닌가. 관리가 필요하다. 핏빗은 디자인도 좋다. 특히 1천 니트 밝기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야외에서도 화면이 쨍하게 잘 보인다. 이는 웬만한 스마트폰보다도 밝은 수치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의 재정비는 시급하다고 본다. 한눈에 상태를 파악하기에는 너무 많은 페이지를 들락날락해야 한다. 무척 번거롭다. 그리고 배터리가 소진되는 속도가 빠르다. 스마트 워치가 방전되어 기록이 중단될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쨌거나 핏빗 덕택에 한 달간 건강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스마트 워치는 몸의 일부분처럼 함께할 것 같다. 나날이 발전할 스마트 워치의 미래가 왠지 기대된다.
CREDIT
에디터 신진수 · 문은정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