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퍽퍽한 이들이여, <메종>의 특집을 보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5인이 자신들이 애정하는 ‘아가들’의 사진을 보내왔다. 보고만 있어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반려동물의 사랑스러운 모습뿐 아니라 그들이 사는 근사한 공간까지 더불어 감상할 수 있다.
시루와 자루 (그래픽 디자이너 이재민)
반려동물을 키울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몇 년 전부터 두 고양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다. 고양이 이름은 시루와 자루다. 젖소 무늬의 시루는 부산, 고등어 무늬의 자루는 사무실 근처인 종로구 연건동 출신이다. 두 고양이 모두 아기일 때 길에서 위험에 처한 것을 발견하고 구조했다. 어찌 보면 묘연 猫緣이라는 게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어느 날 불쑥 만나 가족이 되었으니 말이다. 두 고양이가 집에서 좋아하는 공간은 주기적으로 바뀐다. 여름이면 창가 쪽 책장 선반이나 캣폴 쪽에서 시간을 보내고, 겨울에는 뜨뜻한 오디오 앰프 위나 턴테이블 근처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함께 재즈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우디 (하일리힐즈 대표 함영이)
우디는 얼마 전 4살 생일을 맞이한 발랄하고 명랑한 잭 러셀 테리어다. 집 겸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는 하일리힐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우디는 수영과 축구공 놀이를 좋아하고, 어질리티 선수로 활동하며 상을 휩쓸고 있는 운동 천재 아가씨다. 평소 스튜디오에서는 늘 엄마 곁에 꼭 붙어 있기 때문에 카메라 앵글 속에 항상 등장해 인테리어의 화룡점정이 되어준다. 푹신한 소파나 의자에 앉아서 졸기도 하고, 언제나 따뜻한 곳을 귀신같이 찾아내서 앉아 있다. 활동량이 많은 우디는 마당으로 통하는 문 앞에 앉아 산책을 나가거나 물놀이를 하자고 조르기도 한다.
러시, 블루, 옐로, 렌지, 바비 (스튜디오 러시 이재진 · 김수아)
연애 시절 혼자 독립해 살고 있던 남편이 고양이를 좋아해 2011년 가을, 카페 분양글을 보고 찾아가 작고 귀여운 러시안 블루 종의 러시를 만났다. 러시 혼자 심심해할 것 같아 그해 11월, 블루를 데려온 후 우리는 부부가 되었고 아빠냥이 러시와 엄마냥이 블루 사이에 옐로와 렌지가 탄생했다. 그리고 천방지축 애교쟁이 이탤리언 그레이하운드 종의 강아지 바비를 키우고 있다. 러시는 사랑이 많은 아이로 우리와 교감이 정말 잘되는 아이였지만 2018년 갑작스레 무지개 다리를 건너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다. 러시를 보내고 오래도록 마음속에 담아두기 위해 현재 작업 중인 스튜디오 이름을 ‘러시’로 지었다. 블루, 렌지, 옐로에 이어 마지막 바비까지도 회색이어서 자연스레 우리가 입는 옷도 회색이 많아졌고 지인들도 우리를 그레이 가족이라 부른다. 아이들은 새로운 라탄 제품이 나오면 항상 다가와 살펴보기도 하고 멋진 모델이 되어준다.
강건 (프리랜스 에디터 박은영)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어 유기견센터를 알아보고 상담도 받았다. 하지만 나와 남편이 개를 키워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유기견센터에서 쉽게 허락하지 않더라. 그 와중에 좋아하는 동네 카페 강아지인 서촌이(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새끼 9마리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 달 뒤 분양한다는 소식을 듣고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리트리버를 아파트에서 키워도 괜찮을지, 경험 없는 우리가 대형견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새끼들을 본 순간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강건이는 2019년 7월 14일생이고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테리어믹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나와 남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하고, 특히 내 책상 밑이나 의자 옆에서 누워 있는 걸 즐긴다. 혼자 집중해서 무언가를 먹고 싶을 때는 거실 수납장에 들어가곤 한다.
벤지 브라운 (신촌문화관 관장 김수연)
올해 4살인 벤지 브라운은 생후 60일경 우리에게 왔다. 친구네 집에 입양됐다가 그 집 아들이 심한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어 가까운 데 살던 우리가 급하게 3일만 맡았고, 평생을 함께하게 되었다. 벤지가 출근을 같이 하면서 회사의 모든 직원이 힘을 합쳐 벤지를 키우게 되었다. 그리하여 벤지는 우리 회사 모두의 강아지라는 의미로 당시의 회사 이름인 브라운을 라스트 네임으로, 벤지 브라운이라는 풀네임을 갖게 되었다. 벤지는 회사에서의 거의 모든 시간을 엄마 방 앞에서 엄마를 관찰하는 데 할애한다.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입구와 엄마 방을 한번에 감독, 감시할 수 있는 방석 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