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과 앤 (스타일 디렉터 곽지아)
턱시도인 첫째는 6세 폴, 코숏인 둘째는 한 살가량 된 앤이다. 폴은 울산에서, 앤은 문경에서 입양했다. 폴은 지인이 입양처를 구한다는 소식에 사진 한 장만 보고 데려왔고, 앤은 우연히 트위터에 올라온 입양 공고를 보고 쪽지를 보내 만나게 됐다. 당시 고등학교를 다니는 여학생이 앤을 임시보호 중이었는데, 너무나 착한 마음과 성실한 태도에 반해 계획에 없던 입양을 하게 되었다.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은 기분에 따라 바뀐다. 큰마음을 먹고 패브릭 소재의 캣타워를 설치해주었지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한다. 대부분 폭신한 침대나 뜨끈뜨끈하게 난방을 한 바닥, 햇살 가득한 창틀 앞을 좋아한다.폴라와 반디 (스노우에이드 대표 김현주)
북극곰을 닮은 그레이트 피레니즈 폴라와 어둠 속의 빛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붙인 반디는 속상한 사연을 지닌 강아지였다. 상가 구석에 묶여 있던 폴라와 안락사를 앞두고 있던 반디는 이제 우리 가족이 됐고 두 마리 모두 행동 훈련 교정을 받으며 잘 지내고 있다. 단독주택에 살고 있어 마당은 이 녀석들의 놀이터다. 특히 폴라는 마당 곳곳에 소중한 것을 숨겨놓고 찾기를 반복하며 논다. 아직 산책도 어색해하고 반디의 경우 산책줄을 매는 데만 몇 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늦은 가을 마당에서 반디와 폴라가 함께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벌써 두 계절을 함께했고, 수첩에 써 있던 첫 생일도 함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따스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옆에는 코를 골고 있는 두 마리의 기쁨이 있다.사랑이 (리빙 스타일리스트 이주미)
강아지를 좀 무서워했었다. 귀엽기는 했지만 관련 지식도 많지 않고, 일도 바빠서 과연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주변에서도 모두 만류하더라. 그러던 어느 날,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동생을 불러 강아지를 보러 갔고, 거기에 사랑이가 있었다. 사람도 첫인상이란 게 있지 않나. 눈이 애처롭게 처진 모습이 너무 착하게 생겼더라. 그 자리에서 바로 데려왔다. 처음에는 너무 바빠서 평소 가지고 다니는 가방에 사랑이를 담아 데리고 다녔다. 그래서 지금도 그 가방만 보면 자꾸 들어간다. 사랑이는 나의 친구이자 남편이자 애인이다. 강아지를 만지지도 못했던 내가 사랑이를 키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역시 사랑 아닌가.후추 (피스카피스카 김보람)
동생이 동네에서 누군가 놓은 쥐약에 어미와 형제를 모두 잃고 울고 있는 후추를 구조했는데 그날이 동생의 결혼식 전날이었다. 결혼식도 해야 하고 신혼여행도 가야 해 임보해줄 사람을 구하던 중 후추의 사진을 보자마자 귀여움에 사르르 녹아 임보를 결정했다. 아직 1년이 채 안 된 후추의 매력 포인트는 그레이 톤의 털과 흰 양말이다. 처음 후추가 집에 왔을 때는 줄곧 오디오 뒤쪽에 숨어 있곤 했는데 지금은 숨바꼭질도 할 수 있고 선으로 장난을 칠 수 있어 가장 좋아하는 놀이 장소가 되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모아두었던 라탄 소품 중에서도 손잡이가 달린 바구니와 화분은 후추가 그 사이를 요리조리 다니기도 하고 발로 툭툭 건들이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새로운 놀이 장소다.그레이 (리빙 레이블 대표 정소정 · 포토그래퍼 박성훈)
생애 처음으로 강아지와 함께하는 삶을 살겠다 결심했을 때, 공동주택에서 애견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가져올 이런저런 복합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함께 시작됐다. 올해 2살이 된 그레이는 아이리시 소프트 코티트 휘튼 테리어 종이다. 헛짖음이 없고 성향 자체가 순하며 털이 잘 빠지지 않는다는 종의 특징은 초보 애견인의 걱정을 덜어주기 충분했다. 종의 특성보다 더욱 중요한 매력은 크고 까만, 착한 두 눈과 눈 사이로 길게 자라 내려오는 구불거리는 머리털 그리고 커다란 검은 코다. 거실 카펫 위에 올라가 있길 좋아하는 그레이는 집에서는 얌전하지만 집 밖을 벗어나면 완전히 달라진다. 긴 다리를 이용한 날쌘 달리기와 점프를 무엇보다 즐기는 터라 사진에서도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포착될 때가 많고, 친구들이나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면 긴 꼬리를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돌리는 활동적이고 사랑이 많은 강아지다. 오늘도 바람에 긴 털을 날리며 신나게 산책을 나선 그레이의 모습은 힘이 있고 또 우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