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스타일리스트 최지아는 새로움에 있어 거침이 없다.
잡지를 넘기다 보면 눈에 턱하고 걸리는 멋진 화보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작은 글씨로 적힌 스태프들의 이름을 꼼꼼히 찾아본다. 화보는 반짝이는 이들이 일구어낸 공동의 산물이니까. 리빙 스타일리스트 최지아. 그녀의 이름은 몹시도 근사한 화보를 통해 반복적으로 외웠다. 그렇게 오랜 시간 능력자로 각인된 최지아 실장을 새로이 단장한 계동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스튜디오를 구경시켜주겠다는 그녀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오르내렸다. 오래된 단독주택을 고쳐 만들었다는 1층은 공간 대여와 제품을 판매하는 ‘페이스트’로, 2층은 리빙 스타일링을 하는 기존의 ‘가라지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3층 테라스에 올라서니, 오랜 시간을 품은 한옥의 지붕들이 절경처럼 쫘르르 펼쳐졌다. “좋은 동네죠? 이곳에 있는 것도 벌써 10년이 넘어가네요. 이전 스튜디오도 계동이었거든요. 편하고, 눈을 자극하는 디자인 요소가 많은 곳이에요.” 최지아 실장이 굽이굽이 뻗은 골목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머물렀던 동네처럼, 리빙 스타일리스트로 한길을 걸어온 지도 2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친척 언니이자 1세대 리빙 스타일리스트인 유정상 씨의 일을 돕다가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것이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하나의 길을 묵직하게 걷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몹시 궁금해진다. 대체 그 꾸준함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저는 그냥, 이 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물론 힘들죠.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아요. 지금까지 한 번도 같은 촬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일의 방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이 전혀 다르니까요. 매번 새롭다는 것이 이 일을 오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하나의 길을 걸었지만 항상 새로웠다. 심지어 거기에 살을 붙여가며 더욱 새로운 판을 벌이기도 했다. 패브릭숍과 카페를 차려보기도 하고, 영국 콘스탄트 스프라이로 훌쩍 떠나 꽃도 꽂았고, 렌털 스튜디오도 운영해보았다. 언젠가는 집을 고치는일로 외도를 하기도 했다. “매일 촬영용 세트를 만들고 부수고 하는 게 아쉽더라고요. 제가 만든 공간이 오래도록 남고, 누군가 꾸준히 사용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항상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스타일링이 저한테 가장 잘 맞더라고요. 아무래도 집을 고치는 것은 비슷한 유행의 흐름을 타기 마련이니까요.” 오랜 경력의 스타일리스트가 그렇게 붙잡아온 스타일은 어떤 것일까. 이야기를 나누며 마주하는 공간 곳곳에서 꽃을 모티프로 한 윌리엄 모리스 벽지와 싱그러운 식물이 눈에 띄었다. “자연적인 요소를 좋아하기는 해요. 하지만 스타일리스트에게 스타일이 있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봐요. 저마다 특색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을 고집해서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줄 수 없으니까요.”
그녀는 몹시도 올곧은 말로 예상 밖의 본질을 짚어냈다. 그러고는 스타일리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로 끈기와 인내를 꼽았다. 스타일리스트는 요구를 받는 사람이다 보니, 그것에 대해 불만과 불평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말이다. 힘들고 괴로울 때도 있지만, 그러다 보면 또 새로운 재미도 생겨난다고 했다. “감각은 배우면 충분히 늘어날 수 있어요. 소품이나 세트에 대한 안목도 계속 보다 보면 늘어나니까요. 제가 잡지 일을 놓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잡지는 트렌드를 한번 더 꽈서 더욱 트렌디하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보니 공부가 많이 돼요.” 그래서일까. 스스로를 자극하는 환경에 노출시키며,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최지아 실장의 스타일은 언제나 새롭게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