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voice 홈 카페
몇 달 전 코엑스에서 열린 카페쇼에서 유명하다는 커피 브랜드의 원두 두 봉을 샀다.
마실 줄만 알았지 커피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에스프레소 기계도, 흔한 드립 주전자도 없으면서 호기롭게 생원두를 구입했다. 몇 주간 이 원두를 어찌할까, 누구한테 줘버릴까 고민하던 중 예전에 SNS에서 보았던 신기한 에스프레소 추출 기계가 생각났다. #커피, #커피기계, #에스프레소추출, #홈카페 등 연신 해시태그를 찾아보다 그때 보았던 요상하게 생긴 기계를 알아냈다. 이름하여 ‘카플라노 컴프레소’. #카플라노컴프레소를 검색해보면 빨갛고 검은 기둥 모양 기계를 손으로 잡아 위에서 끌어내리니 진한 에스프레소가 흘러내리는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이거다 싶었다. 검색해보니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속는 셈치고 사보자 해서 이왕 주문하는 김에 수동형 원두 그라인더도 구입했다. 며칠 뒤 집으로 물건이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 상자를 열어보니 ‘오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싶었다. 바로 시도해봤다.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열심히 갈았다. 거의 다 갈았을 즈음 되니 오른쪽 팔이 조금은 뜨거워졌다. 역시 수동은 힘든 과정이 뒤따른다. 다음은 이름도 어려운 카플라노 컴프레소를 사용해볼 차례였다. 사용설명서를 찬찬히 읽어본 후 따라 했는데 초등학생 때의 과학실험 시간이 떠오르기도 하고 집에서도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 동시에 낯선 것이 은근 재미있었다. 곱게 갈린 커피를 기계에 넣고 따뜻한 물을 적정량에 맞춰 따라내고 우유와 얼음을 가득 담은 컵 위에 올려놓았다. 한번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핸드폰을 세팅했다. 역시, 단번에 성공했다. 영상을 보면 실패하는 사람도 많던데…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맛을 봐야 할 차례. 물론 비싼 기계에서 강력한 힘을 받아 추출된 에스프레소보다는 연하지만 이만하면 훌륭했다. 모든 것이 수동이기 때문에 완성하는 데 15분 정도 걸렸지만, 마시는 건 10초에 불과했다. 어찌됐든 노동이 들어간 커피라 그런지 아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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