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화랑미술제

2020 화랑미술제

2020 화랑미술제
미술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화랑미술제가 올해로 서른여덟 번째 문을 연다. 한국 미술 시장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1979년에 시작돼 올해로 38회를 맞이하는 화랑미술제는 한국에서 가장 전통 있는 아트페어다. 까다로운 기준으로 선별된 110곳의 한국화랑협회 회원 갤러리가 참여하며 530여 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3000여 점의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화랑미술제는 신진 작가의 발굴을 위한 공모 전시<ZOOM-IN> 섹션이 마련돼 이목을 끈다. 네이버 그라폴리오와 협업해 공모한 이번 신진 작가 공모전을 통해 국제적인 감각과 예술적인 역량을 지닌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일회성 행사가 아닌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작가와 갤러리 간의 연결을 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또한 아트경기(경기문화재단)와 함께하는 특별 전시도 마련돼 경기도 작가들의 미술 시장 진입을 돕고자 한다. 전시 외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미술 전문 도슨트 투어 그룹인 ‘소통하는 그림 연구소’와 함께 도슨트 투어를 진행하며, 화랑미술제로는 처음으로 토크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ZOOM-IN> 참여 작가들과 아트경기 특별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아티스트 토크, 미술계 저명 인사들의 토크를 통해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한국화랑협회의 미술품감정위원회 부스도 마련되어 감정에 관심 있는 이들의 발길을 붙들 예정이다. 참고로 한국화랑협회의 가장 중요한 분과 중 하나인 미술품감정위원회는 1982년에 설립돼 미술관을 비롯한 정부기관, 문화재단, 기업, 개인 등을 대상으로 미술품의 진위 및 시가 감정과 평가 자문을 시행하고 있다  

  . 한국화랑협회는 “2020 화랑미술제는 단순히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하는 아트페어를 넘어 작품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유기적인 문화의 장이 되고자 한다. 한국 미술 시장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국내 아트페어의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메종>도 이번 화랑미술제에 미디어 부스로 참여해 미술작품이 우리의 일상 생활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선보일 예정이니 놓치지 말고 꼭 방문해보자.  

화랑미술제
1979년 시작된 한국 최초의 아트페어. 110개의 국내 우수 화랑이 참가해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등 3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신진 작가 공모전 <ZOOM-IN>, 아트경기 특별전, 토크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다.

일시 2월 20일(목)~23일(일)
장소 코엑스 C홀(3층)
문의 02-733-3706

 

 

INTERVIEW
한국화랑협회 최웅철 회장

홍지동에 위치한 웅갤러리에서 최웅철 회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 근대 미술관의 필요성과 앞으로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화랑미술제는 어떤 페어인가?
올해로 38회를 맞이하는 화랑미술제는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역사 있는 페어다. 화랑미술제는 한국의 화랑협회 회원들만 작품을 출품할 수 있는데 모두 까다롭게 검증된 화랑들이다. 그런 화랑들과 함께하는 탄탄한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2020 화랑미술제가 기존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신진 작가 특별전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젊은 작가가 화랑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목이 없다. 그래서 진입로를 만들고자 했다. 이번 신진 작가 특별전에는 400명 정도가 지원했는데, 첫 심사는 화랑 대표들이 맡았다. 그들의 시각으로 비지니스를 할 수 있는 작가를 뽑았다. 미술에서는 비지니스가 무척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심사는 외국의 평론가들이 담당했다. 컬러, 표현의 영역 같은 것은 우리보다 전문가들이 낫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10명을 선발했다.

최근 몇 년간 아트페어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작가를 초대해서 전시를 여는 초대전은 1950년대 유명 갤러리스트 레오 카스텔리 Leo Castelli로부터 시작됐다. 그것이 20세기 후반부터 페어 중심으로 바뀌었다. 갤러리를 찾아다니면서 봐야 했던 작품을 한번에 볼 수 있으니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근대미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GDP 50위 안에 드는 국가 중 근대미술관이 없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는 한국 미술계의 큰 악재다. 1990년대 초반, 청전 이상범 같은 작가의 작품이 3천만원 정도 했다. 지금은 전지 크기 정도의 작품이 시가 1억 정도 한다. 반면, 중국의 제백석이라는 작가는 같은 크기의 작품이 1990년대 초 3천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약 4백억~5백억원을 호가한다. 그렇다면 그 작품의 가격은 누가 올리느냐. 중국 스스로 올리는 것이다. 문화란 동시대 사람들이 갖는 의미 부여다. 자국 문화의 가치를 올려야 문화 수준이 올라간다. 태어나면서부터 미술에 익숙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근대미술의 경우 훨씬 접근이 쉽다. 근대미술이 익숙해지면 컨템포러리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미술 시장에서 새로운 팬층을 만드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근대미술을 활성화시켜 지금까지 미술을 어렵게 생각했던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들어오면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 본다.

우리나라의 미술 시장이 성장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언론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국영방송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그렇다면 광고와 상관없이 적어도 한 달에 두어 번 정도는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시청률 편차가 생기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부분 시청률 위주로 방송을 편성한다. 사용자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문화는 발전할 수 없다. 예를 들어보자. 나전칠기 같은 공예품은 포크 하나에도 몇 만원씩 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그 형식만 베껴서 3천~4천원에 판다. (그러한 것이 시장에 유통되면) 시민들은 몇 만원짜리 진짜 나전칠기를 살 수가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으니까 말이다. 즉 내가 이것을 왜 사야 하는지 당위성이 없는 것이다. 당위성은 문화에 대한 인식이다. 그러한 인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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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이예린(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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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본 2020년 아트 신

미리 본 2020년 아트 신

미리 본 2020년 아트 신
뉴트로의 연장선에서 페미니즘과 인종, 스트리트 컬처, 수공예에 대한 관심이 2020년 예술계의 시선을 LA로 돌리게 만들었다. 글로벌 회사가 밀집한 서부의 중심지이자 새로운 자본 도시로 거듭나며 세계 예술 시장의 흐름을 이끄는 LA를 들여다봤다.  
LA 현대미술관(MOCA)
  2020년 미술계는 몇 년 전부터 조짐이 일던 지각변동이 구체적으로 자리 잡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 파리, 런던 등 미술계를 이끌어온 대도시나 유명 미술관에 의한 발전이 아니라 그동안 간과했던 지역이 흥미롭고 새로운 미술계 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제3세계에 대한 관심 속에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를 주목했지만, 그것도 이미 30년 전의 이야기다. 아시아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지금, 변두리는 사실 미주 혹은 유럽의 소외되었던 도시가 아닐까? LA는 그중에서도 가장 ‘힙’한 진원지로 손꼽을 만하다. 구글, 유튜브, 넷플렉스 등 굴지의 글로벌 회사가 모두 서부에 있고, 산업의 중심지가 금융과 법률에서 IT 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 미디어로 옮겨가며 미국 서부가 새로운 자본의 도시로 부흥하고 있다. 촌스럽고 삭막하던 지역이 아닌 새롭게 문화와 멋을 아는 이들의 도시로 거듭나는 LA. 그 중심에는 일찍부터 세계 최고의 미술관 문을 연 게티 센터가 자리하고, 100여 년 전 뉴욕에서 그랬던 것처럼 당대 미술의 후원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 제프 쿤스의 작품을 무수히 모아놓은 브로드 뮤지엄이 몇 해 전 문을 열었다. 라크마 미술관도 신관을 확장한 데 이어 구관의 레노베이션 공사에 착수 중이다.  
LA에서 열린 프리즈 아트페어 아트페어
 
브로드 뮤지엄
  화룡점정으로 런던에서 시작해 뉴욕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프리즈 아트페어가 LA에 안착했다. 지난해 2월 첫 회를 시작으로 2020년에는 두 번째 해를 맞이한다. 심지어 뉴욕에도 지점을 열지 않은 하우저&워스 갤러리는 LA에 먼저 문을 열었고, LA 현대미술관의 관장을 역임한 뉴욕 출신의 어드바이저 제프리 다이치도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LA로 잡았다. 몇 해 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던 사막에서 펼쳐지는 아트 비엔날레, 데저트 엑스가 열린 곳도 바로 LA이다. 지난해의 키워드였던 뉴트로의 연장선 속에서 여성(페미니즘), 인종(흑인), 커뮤니티(스트리트 컬처), 수공예에 대한 관심이 LA 같은 힙 플레이스의 부상과 함께 세계 미술계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현재 이곳의 큰 흐름은 아메리칸 아프리카 역사의 맥락 속에 있는 작가들이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미국을 대표한 마크 브래드포드 Mark Bradford, 1926년에 태어나 현재 90대인 여성 작가로 이제서야 재평가를 받고 있는 여성 미술가 베티 사르 Batye Saar도 LA 출신이다. 지난해 확장 공사를 마치고 다시 개장한 뉴욕 모마의 첫 작가로 선정되어 화제를 모았으며 LA 라크마 미술관에서도 특별 전시를 열고 있다. 베티 사르는 여성 예술가 중에서도 백인과 흑인으로 나뉘는 이중 차별이 있었음을 일깨워주는 사례다.  
하우저&워스 갤러리
 
라크마 뮤지엄의 어반 라이트
  LA는 알고 보면 페미니즘 미술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1970년대 페미니즘 미술을 이끌었던 주디 시카고 Judy Chicago와 미리엄 샤피로 Miriam Schapiro가 교편을 잡았던 학교가 바로 LA의 칼아츠 스쿨이고, 그들로부터 교육 받은 새로운 개념주의 예술가는 여성, 인종, 나아가 세상의 모든 경계를 주제로 새로운 미술을 펼쳐 나가고 있다. 칼 아츠 출신으로 개념 미술의 대부로 손꼽히고 있는 존 발데사리 John Baldessari가 지난달 서거한 것도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LA로 돌리게 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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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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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아카이브 4

봉준호 아카이브 4

봉준호 아카이브 4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당히 감독상과 작품상을 거머쥐며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봉준호. 그가 차곡히 쌓아왔던 필모그래피를 사심을 담아 찬찬히 ­­­들여다봤다.  
 

봉준호 유니버스의 신호탄
<플란다스의 개>

조감독을 벗어나 감독의 모습으로 메가폰을 잡은 첫 장편영화 입봉작 <플란다스의 개>. 시작부터 봉준호는 남달랐다. 유쾌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봉준호 표 블랙 코미디는 영화 <플란다스의 개>에서부터 그 진가가 드러나기 때문. 사실 이 영화의 개봉 당시 관객 수는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간 강사 겸 집안일을 도맡는  윤주(이성재)와 고졸 출신의 비정규직 경리 현남(배두나)가 좁디좁은 다세대 아파트 내에서 발생한 잇따른 개 실종 사건을 계기로 계속해서  얽히게 되면서 비춰지는 등장인물들의 여러 단면은  자본주의의 모순과 계층 간의 갈등 구조를 다채롭게 그려내는 봉준호만의 유니버스의 첫 시작을 알렸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롭다.  
 

페르소나와의 첫 만남
<살인의 추억>

한국 영화계에서 2003년은 가히 르네상스라 불릴 만큼 올드 보이, 장화 홍련 등의 걸출한  명작이 쏟아져 나온 해였다. 그중 단연 화제에 올랐던 작품은 바로 <살인의 추억>.  장기 미제 사건인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된 이 영화는 그 해 각종 영화상을 모조리 휩쓸 정도로 한국 영화계에 묵직한 한 방을 날렸다.  조감독과 오디션 지원자로 마주한 것이 첫 인연이 되어 같이 영화를 찍게 된 둘은 이후 영화 <괴물>과 <설국 열차> 그리고 <기생충>까지 함께 하며 서로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감독과 페르소나로 거듭났다. 이 영화의 백미를 꼽으라면 바로 ‘봉테일’이라 불릴 만큼 섬세하게 표현된 감독의 디테일이다. 시시각각 숨겨 놓아 찾는 재미가 있는 메타포적 장치들과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장면 전환 그리고 이 영화의 절정이라 불리는 엔딩까지! 명배우와 명감독의 활약이 국산 스릴러의 품격을 한껏 높였다.  
 

봉준호의 우화
<옥자>

하마를 닮은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돼지를 닮은 듯해 도무지 정체 파악이 안되는 동물을 통해 봉준호는 다시금 묵직한 메시지를 날렸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각자의 목적을 가진 채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 중심에는 옥자가 있다. 그들에게 옥자는 회사에 친환경적 이미지를 부여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미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자원이거나, 동물학자로서의 명성을 위한 실험체 혹은 단체의 더 큰 목적을 위해 이용해야 하는 발판이다. 각기 다르지만 그들 모두는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옥자를 활용하려 한다. 봉준호는 옥자의 존재를 빌려 자본주의 시대 속 인간이 동물을 향해 내비치는 다양한 형태의 탐욕과 나아가 그 탐욕을 실현하기 위해 시도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들을 꼬집는다.  
 

서늘한 감각으로 탄생한 극단의 서스펜스
<마더>

봉준호를 국민 감독으로 거듭나게 한  영화가 <괴물>이라면, <마더>는 그가 가진 천재성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캐스팅에서부터 그의 서슬 퍼런 천재성은 빛을 발한다. 한국 드라마 속 전형적인 ‘어머니’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배우 김혜자에게 전혀 다른 어머니의 면면을 부여한 것을 보라. 도준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되었음에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음을 알게 된 엄마가 비틀린 모성으로 자행하는 대사와 행위들은 이제껏 김혜자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그들의 합의 하이라이트는  오프닝과 엔딩이다. 시작부터 관객을 사로잡는 충격적인 오프닝과 한국 영화사 내에서도 손꼽히는 엔딩 신은 김혜자의 깊이감 있는 연기와 봉준호의 서늘한 감각으로 탄생한 역작과도 같은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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