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으로도 멀게만 느껴지던 바다 건너의 도시가 눈 앞에 펼쳐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등장인물의 어깨 너머로 펼쳐진 이국적인 풍경이 눈을 사로잡는 세 가지 영화를 소개한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 2010
저널리스트로 쌓아온 탄탄한 커리어와, 무난한 결혼 생활, 평탄한 환경까지 어느 하나 모난 것 없이 살던 리즈는 자신의 삶에 의문을 품고 무료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결심한다. 이탈리아에서 식도락 여행을 즐기다 인도로 가 마음을 다스리는 기도를 배우고, 다시 발리로 떠나 새로운 사랑을 찾으며 하루하루가 새로운 요소들로 가득했던 그녀의 여정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다양한 도시를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영화 속 줄리아 로버츠가 오후의 여유를 즐기며 커피를 마시는 카페 산 에우스따키오와 파라솔 아래 앉아 파스타를 먹던 산타 루치아 레스토랑 등 여유로움이 한껏 느껴지는 로마 곳곳의 풍경은 마치 실제로 영화 속에 들어가 나무가 만들어낸 그늘 아래서 바람을 즐기며 식사를 즐기고 있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라이드 : 나에게로의 여행 Ride, 2015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는 LA로의 여행은 어떨까. <라이드 : 나에게로의 여행>은 LA로 떠나 바다에서 자유로운 서핑을 즐기게 되는 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하나뿐인 아들과 일이 삶의 전부인 재키는 아들 앤젤로가 자퇴와 동시에 LA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를 쫓아 LA로 간 재키는 서핑을 즐기는 앤젤로를 목격하고 서핑 대신 수영장에 다닐 것을 제안하지만 그는 단칼에 거절하며 화를 낸다. 잘 웃지도 않던 아들이 서핑을 할 때면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며 재키 또한 서핑을 배워보기로 다짐한다. 서핑을 통해재키는 서먹했던 아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게 되고 점점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는지, 무엇을 하는지 단지 엄마로서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도 집중하게 된다. 영화 전반에 걸쳐 LA의 해변과 자연이 가득 채워진 화면을 만날 수 있어 탁 트인 곳에서의 힐링과 자연을 벗삼은 액티비티까지 꿈꾸게 만든다.
해피 투게더 Happy Together, 1997
탱고의 발상지로도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라 보까 La Boca는 정열로 무장한 사람들 가운데 자리한 두 이방인과 그들의 위태로운 사랑을 다룬 영화 해피투게더의 영화적 배경이기도 하다. 도시에 섞이지 못한 채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던 아휘와 보영의 침울한 매일과는 달리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들리는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탱고가 흐르고 술에 취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수르 바는 늘 시끌벅적한 소리로 가득하다. 실제 영화 개봉 이후 관광 명소가 된 라 보까 지구와 수르 바는 영화에서처럼 반도네온을 베이스로 한 탱고 사운드와 술을 즐기는 이들이 자주 찾는 명소로 거듭났다. 영화 속 아르헨티나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에 지쳐 돌아오면 멍하니 보곤 했던 낡은 스탠드 그림 속 이구아수 폭포는 그들이 홍콩으로 돌아가기 전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꿈같은 곳이었다. 보영과 아휘의 갈등이 결국 극으로 치닫고 아휘 홀로 이구아수 폭포로 떠나 마침내 영화 속 화면에 아래로 내리치는 웅장한 폭포가 나타날 때 아르헨티나의 대자연을 한껏 눈에 담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