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컵을 구입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컵을 구입했다. 종종 리빙숍에서 식기를 사서 모으곤 하는데, 요 몇 달간은 소비욕을 자극할 만한 테이블웨어를 만나지 못했다. 집콕 생활로 인한 보상심리였을까, 촬영차 들른 리빙 편집숍 룸퍼멘트에서 발견한 이 컵은 그간 자제했던 나의 소비욕구를 마구 분출시켰다. 영롱한 색감으로 수많은 제품 가운데 단연 눈에 띄었던 이 컵은 일본의 공예 브랜드 프레스코의 제품이다. 프레스코의 모든 제품은 전통적인 방식인 글라스 블로잉 기법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주문부터 제작까지 4달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만큼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번거롭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정형화된 기법으로는 만들 수 없는 반투명한 세련된 컬러와 안개 같은 텍스처 그리고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한 독특한 형태가 매력적이었다. 특히 그러데이션으로 표현된 색감과 그 너머의 사물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컵의 아랫단은 크리스털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다만 프레스코의 제품은 내열유리가 아니기에 급격한 온도 변화는 피하는 것이 좋다. 사실 프레스코 접시는 7만원대이며 볼과 글라스는 10만원대로 가격이 꽤 나간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날의 소비는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