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지만, 가장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는 생각보다 일찍 깨달은 것 같다.
아, 이렇게 아둥바둥해봤자 결국 죽는다지?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욜로 YOLO’, 자신에게 집중하는 ‘나나랜드’, 경쟁보다 개인의 성숙에 집중하는 ‘업글 인간’.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보자면 그 시작점이 죽음에 대한 인지가 아닐까 싶다. 명상에 대한 요즘의 인기 역시 그렇다. 어차피 죽으니까, 쓸데없는 생각 말고 살아 있는 ‘지금’에 집중하자는 것이니 말이다. 회현동에 위치한 전시 공간 피크닉에서 <명상; Mindfulness> 전시를 보고 왔다. 컬트의 제왕으로 불리는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와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미야지마 타츠오, 젠틀몬스터와 카페 어니언 등의 공간을 기획한 패브리커, 구글이 주목한 예술 그룹 오마 스페이스, 단색화의 거장인 박서보와 신진 작가인 원오브제로 1OF0의 콜라보레이션까지 일상에서 명상을 실천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명상이라는 것은 결국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이기에 명상을 재해석한 작품을 통해 아티스트들의 철학을 엿보는 것은 꽤 흥미로운 과정이었다. “명상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간에게 잠재된 창의성을 무한히 발휘하게 한다고 해요.” 전시 기획자인 김범상 디렉터가 설명했다. 죽음의 순간을 바라보는 시작점의 전시는 살짝 으스스한 느낌도 주었지만, 흙이나 돌 같은 자연물 위를 걸으며 현재의 감각을 되찾고, 영화 세트 같은 공간에서 눈을 감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전시의 끝에서는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차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유 없이 불안한’ 상태에 어울리는 차를 마시며, 피크닉의 최상층에 앉아 서울의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모든 생각을 과감히 끄고, 2020년 4월 21일 오후 5시 45분의 순간에 집중하며 따듯한 한 모금을 들이켰다. 일상의 호흡을 되찾고 싶은 이들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