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끼칠만큼 오싹한 영화 한 편으로 더위 사냥 나서기. 공포 영화 덕후인 에디터가 추천하는 영화 3.
마을에 깊이 도사린 공포, 그것 It, 2017
광대는 예로부터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던 시각적인 장치로 사용됐다. 이러한 장치적 효과는 2017년 개봉한 영화 ‘그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조지 덴브로가 사라진다. 그의 형 빌 덴브로와 루저 클럽 친구들은 동생을 찾기 위해 수소문하던 도중 데리 마을 전체에 도사리던 괴소문들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괴한 입매와 이빨을 드러내는 광대나 공포감을 조성하는 기괴한 생명체가 되는 등 매번 모습을 바꾸는 ‘그것’ 페니와이즈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영화가 진행된다. 영화 ‘그것’은 미국 장르문학의 거장 스티븐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자, 1990년 TV 시리즈로 방영된 ‘그것’의 리메이크작이다. 국내에서는 큰 흥행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해외에서 큰 흥행을 거둔 덕분에 아이들이 어른이 된 이후를 다루는 시즌 2 제작이 이루어졌다. 스카스가드 가문의 셋째 빌 스카스가드가 페니와이즈 역으로 출연한 영화로도 꽤나 화제를 모았다. TV원작의 페니와이즈와 영화 속 페니와이즈를 비교하며 보는 것이 이 영화의 숨겨진 포인트.
벗어날 수 없는 가족의 운명, 유전 Hereditary, 2017
공포 영화에 오컬트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순간 영화 내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극대화된다. 이는 미드소마를 연출한 아리 에스터 감독의 주 장르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유전’은 그 중 단연 마스터피스라고 평가받는 영화다. 애니는 어머니인 엘렌의 장례를 치른 후 유품을 정리하다 책 속에서 한 장의 쪽지를 발견한다. 쪽지에는 “우리의 희생은 큰 보상으로 돌아온다”라는 기묘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다음 날 그녀의 남편 스티브는 엘렌의 무덤이 파헤쳐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편, 그녀의 딸 찰리는 계속해서 환영을 보다 사고를 당하게 되고, 찰리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에 집단 상담을 다니던 애니는 동료 조앤에 의해 영혼을 부르는 의식에 대해 듣게 된다. 영화 ‘유전’은 공포 영화의 단골 장치 중 하나인 악령이나 귀신의 등장을 주로 내세우는 유사 장르와 달리, 애니와 그녀의 가족들에 이어져 온 운명의 굴레에 초점을 맞추며 기존 작품들과의 차이점을 뒀다. 그 대신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기이한 행동과 영화가 끝나기까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암시적 장치를 통해 관객에게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직전까지도 안심할 수 없도록 숨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뒤틀린 믿음의 결과, 불신지옥, 2009
건축학개론의 감독을 맡은 이용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한국 공포영화의 수작을 언급할때면 꼭 한번쯤 언급되는 작품이자 한국형 오컬트의 표본으로도 자주 언급된다. 전날 멀쩡히 통화를 나눴던 소진이 다음날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한 언니 희진은 서울에서 돌아온다. 소진과 함께 생활하던 엄마는 그녀를 찾을 노력은 커녕 전보다 더 열심히 교회를 드나들기만 하고, 실종 사건을 맡은 형사는 그저 형식적인 수사만을 진행할 뿐이다. 게다가 늘 횡설수설하는 경비원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자에게 소진이가 신들린 아이였다는 말을 듣게 되며 희진은 점점 혼란에 빠진다. 어느 날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정미가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기이한 사건이 펼쳐지고, 그녀의 유서에 소진의 이름이 있음을 알게 된 희진은 동생의 실종과 그녀의 죽음이 관련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영화 ‘불신지옥’은 엄마를 비롯해 소진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기심과 신에 대한 맹목적이고 그릇된 믿음으로 인한 결과까지의 전개를 섬세하게 그려내 단순히 무서운 영화에 그치지 않고 탄탄한 플롯까지 갖췄다. 이 작품을 통해 아역 배우의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낸 배우 신은경의 걸출한 연기를 감상하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