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에 위치한 편집숍 룸퍼멘트는 발효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처럼 와인을 숙성시키듯 천천히그리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
선선한 봄바람에 괜스레 마음까지 들뜨는 어느 날, 서래마을에 위치한 리빙 편집숍 룸퍼멘트에 다녀왔다. 대개의 편집숍이 그렇듯 네모반듯한 건물을 상상한 예상에서 빗나간 모습을 마주했다. 붉은 벽돌에 자그마하게 붙어 있는 간판을 따라 들어서니 작은 정원과 커다란 입구가 나왔다. 룸퍼멘트는 최가홍, 백수현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공간을 뜻하는 룸과 발효 및 숙성을 의미하는 퍼멘트를 합친 이름으로 공간 속 이론학적 반응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한다. 사실 남편 최가홍 씨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아내 백수현 씨는 패션 관련 직종에 오랫동안 몸담아오다 결혼 전 다녀온 덴마크 여행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아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저희 둘 다 가구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연애할 때부터 기념일마다 오리지널 체어를 하나 둘씩 사모으곤 했죠. 큰 계기는 셀프 웨딩 촬영차 갔던 덴마크에서 어느 작가가 꾸민 에어비앤비에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깊은 감명을 받고 우리가 느낀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인테리어 사업을 꼭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부부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부부는 4년 전, 시공부터 스타일링까지 전부 셀프로 꾸민 에어비앤비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그 안에 들어가는 소품을 판매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태원에 첫 번째 쇼룸을 오픈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정형화되지 않은 건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지난 6월 서래마을로 터를 옮겼다. “정말 부동산을 천 개 정도는 본 것 같아요. 아무리 내부를 예쁘게 매만져도 네모반듯한 건물에서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단독주택을 재생 건축한 이곳의 공간 구성이 흥미로웠어요. 우선 마당이 있고 그 앞으로 파벽돌이 맞이하고 또 내부에는 아치형 벽이 있는 등의 요소가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최가홍 씨가 설명했다. 룸퍼멘트는 실용적이고 아름답게 사용할 수 있는 엄선된 가구와 리빙 소품을 판매한다. 그렇지만 카테고리를 규정해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가방도 팔기 시작했으며 하다못해 식초 같은 아이템도 생각할 만큼 범위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룸퍼멘트를 보다 널기 알리게 된 계기는 이곳에서 독점 판매하는 미국 브랜드 슬로우다운 스튜디오의 블랭킷이다. 직물을 벽에 건다는 것이 아시아권에서는 다소 생소하기도 하지만, 백수현 씨는 태피스트리 직물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이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이처럼 룸퍼멘트는 두 사람의 취향이 묻어나는 브랜드를 하나하나 국내에 소개하며 알찬 구성을 꾸리고 있다. 룸퍼멘트는 섣불리 트렌드에 따라가기보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오랫동안 꾸준히 그들만의 모습을 지켜가는 브랜드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