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나리 대표와 함께 떠난 ‘메종과 함께 가는 나리 투어’의 첫 번째 여정, 경북 예천에 다녀왔다.
흐르는 계곡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초간정.
병암정 앞의 백년 된 느티나무.
지난 6월, NR디자인 팩토리 김나리 대표와 <메종>이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첫 번째 여정은 경상북도 끝자락에 위치한 예천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항상 무언가 채우는 일을 해왔어요. 회사후소 繪事後素라고 하죠. 바르게 채우기 위해서는 비움의 철학이 선행되어야 한다고요. 해외의 유명한 곳을 많이 다녀보았지만, 정작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무거운 마음을 비워내고 저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을 수 있었어요.” 김나리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가만 보면 우리는 아직 예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조선의 마지막 주막인 삼강주막, 부자 나무로 알려진 석송령,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용문사, 소백산 하늘자락공원, 뛰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회룡포까지 수많은 자랑거리를 갖고 있는 곳이 바로 예천이다. 소백산 기슭의 맑은 물과 깨끗한 자연에서 자란 한우의 맛까지 즐기면 하루를 빼곡히 채우고도 모자라는 근사한 여행 코스가 완성된다. 이번 코스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발휘해 예천 권씨 가문의 정자 건축을 색다른 시각에서 들여다보고,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깊은 자연 속에서 전문가에게 태극권도 배워보는 등 비움의 철학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병암정&초간정
드넓게 펼쳐진 논길을 따라가다 보면 암반 위에 지어진 근사한 정자가 나온다. 바로 예천 권씨 가문의 정자인 병암정이다. 독립운동가 권원화와 관련 있는 곳으로, 백년 넘은 느티나무가 있는 연못에서 올려다보는 경관이 무척 아름다웠다. “정자 건축 중에서 이렇게 밖이 보이지 않게 지은 경우는 많지 않아요. 아마 공부와 수련에 집중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김나리 실장의 설명대로 근사한 절경이 펼쳐짐에도 담을 높게 쌓아 내부로 집중시킨 건축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초간정은 권씨 종가에서 개울가에 지은 별서정원. 역시나 병암정처럼 암반 위에 지어졌는데 무위자연을 바탕으로 하는 선조들의 자연관을 엿볼 수 있었다.
김나리 디자이너가 미리 꾸며놓은 호두농장의 한 켠.
어린 호두로 담근 술.
호두주 담그기
점심을 먹고 반하다팜의 소담 호두농장으로 가기 위해 산을 올랐다. 소담 호두농장은 농약은 물론 제초제도 일절 사용하지 않고 키우는 친환경 호두로 유명하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소수의 관계자만 갈 수 있는 청정한 곳이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특별히 엿볼 수 있었다. 농장에 도착해서는 김나리 실장이 꾸며놓은 멋진 공간에 앉아 껍질 없는 어린 호두를 사용해 직접 호두주를 담가보는 시간도 가졌다. 호두주에 사용한 술은 국내산 사탕수수를 3번 증류해서 만든 52도 예천주로 그 자체로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완성된 호두주는 예쁜 보자기에 싸서 집으로 가져왔는데, 3개월 뒤에 호두의 알맹이는 건져내고, 술은 그대로 3개월간 두었다가 마시면 된다고 했다. 대체의학에 의하면 물에 약처럼 타서 마시면 몸에 있는 기생충, 박테리아를 제거할 수 있고 면역력도 키울 수 있는 건강 음료라고.
숲속의 오브제로 완성한 나만의 밀짚모자.
계곡물에 담겨져 있는 수박과 술.
숲속 피크닉
호두주를 담그고 나서는 김나리 디자이너가 준비한 밀짚모자를 받아들고 숲속으로 가서 갖가지 자연물을 사용해 ‘나만의 모자’를 완성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야생 산딸기와 나뭇잎 등을 이용해 모자를 꾸미는 시간은 그 자체로 즐거운 힐링이었다. 그 후에는 계곡물에 미리 담가두었던 시원한 수박과 술을 마시며 자리를 잡고 삼삼오오 즐거운 피크닉을 즐겼다.
산 정상에서 즐긴 태극권 수련.
산 정상에서 즐기는 태극권
마지막 코스는 밝은 빛 태극권 사부와 함께 10분 정도 간단한 산행을 하고, 정상에 올라 절경을 바라보며 태극권을 해보는 것이었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간단한 동작을 배운 뒤 태극권에 정통한 사부의 시범 동작도 구경할 수 있었다. 태극권은 근력과 유연성,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좋으며 면역체계와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 하버드대학 의대에서도 권장한다고 한다. 사부의 지도에 따라 눈을 감고, 스치는 바람과 새소리 같은 자연의 울림에만 집중했다. 삭막한 도심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따라 해본 태극권은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