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겁고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우리 모두에게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아무리 어두운 곳에서도 작은 빛을 발견할 수 있듯 소소하지만 삶에 위안이 되는 것은 늘 있기 마련이다. 지난 한 해 각 분야에서 고군분투한 21인이 보내온 리스트를 보며 작은 것의 소중함을 느끼는 새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루이스폴센 판텔라 포터블
루이스폴센 한국 지사장 박성제
전 세계적으로 힘든 시기인 요즘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 집안의 물건에서 위안을 받곤 한다. 그중에서도 따뜻한 무드를 만들어주고, 시각적으로도 편안함을 선사하는 조명이 작지만 큰 위로를 건넨다. 특히나 충전 후 전원이 필요 없는 판텔라 포터블은 이동이 자유로워 집에서 독서를 한다거나 와인을 먹을때 쉽게 옮길수 있고, 분위기를 낼 수 있게 도와준다.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진정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야드로 더 판타지 컬렉션
종킴디자인스튜디오 소장 김종완
사무실 창가에 올려둔 이 오브제는 재작년 뜻깊은 사람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다. 하이메 아욘이 스페인 브랜드 야드로 Lladró를 위해 디자인한 판타지 컬렉션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업무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시간을 책상에서 보내게 되었다. 설계사무소 특성상 야근도 많고 아무도 연락되지 않는 주말에는 홀로 출근해서 작업할 때도 많은데, 더 판타지 컬렉션은 지칠 때마다 창문을 바라보게 해주는 유일한 연결고리 같은 오브제다. 한쪽 손에 하트를 들고 있어 우연히 고개를 돌리다 눈길이 마주치면 엔도르핀이 생기는 듯한 기분이다. 판타지 컬렉션이라는 이름처럼 숨어 있던 나만의 판타지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달라키 스튜디오 헤일로 에디션
챕터원 대표 김가언
코로나19로 실내 활동은 물론 야외 활동까지 힘들어진 지금, 자연을 닮은 것을 자신도 모르게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내게 만달라키 스튜디오의 헤일로 에디션 선셋 레드는 좋은 대안이다. 곧 영영 사라질 듯 하염없이 붉게 타오르는 석양같은 빛이 공간 한 켠을 강렬하게 채울 때면 왜인지 모를 위안을 얻게 된다. 오랫동안 그윽한 빛을 바라보다보면 다시 일상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정성 들여 살아내고 있다. 하루가 쌓여 수천의 시간이 흐르다 보면 이 힘든 시기도 언젠가 끝을 보이지 않을까. 모두가 지금의 어둠을 무사히 버텨낼 수 있기를.
박선기 <SPACE> 전
라라디자인컴퍼니 실장 조미연
최근 미팅이 있어 다녀온 대구에서 시간을 내어 박선기 선생님의 <SPACE> 전시를 보고 왔다. 보건대학교 인당뮤지엄에서 진행되었는데, 현재 계획 중인 프로젝트의 아이디어와 비슷한 유형이라 더욱 관심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압도적인 시퀀스 덕분에 엄청난 힐링과 위안을 얻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다양한 전시를 즐길 수 없는 상황이라 매우 안타깝지만 VR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함께하거나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소규모 전시는 이제 모두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알로소 라임 리클라이너
작가 황선우
많은 사람이 그렇듯 나 역시 몇 달째 비자발적 재택근무 중이다.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무기한적으로 길어지면서 역설적으로 집에서 쉬는 시간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리클라이너는 온전히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면 찾게 되는 거의 유일한 가구다. 이 캐멀색 반려 가구에게 쌍봉이라는 별칭을 붙여주기도 했는데, 휴대폰 대신 책을 한 권 들고 앉아 가죽에 몸을 묻는 동안만큼은 일도, 세상도 잠시 잊을 수 있다. 나의 세계가 의자 하나로 안온하게 쪼그라든다.
테라리움
수무 대표 장은석
큰 예산의 작업이 줄줄이 엎어지면서 올해의 목표를 생존으로 정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버텨왔지만, 갑자기 내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력과 우울함에 빠졌다는 말이 맞겠다. 정말 바쁘게 살았지만 무엇 하나 남은게 없다는 허탈함이 종종 밀려오곤 한다. 그때 광고음악 프로듀서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은 그린 하우스 Green-House의 <Six Songs for Invisible Gardens>를 들었다. 턴테이블 옆에는 테라리움이 놓여 있는데, 그것이 오르골이라도 된 건지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만 같았다. 이내 긴장감이 풀렸고, 내내 느끼던 허무함 대신 작은 따스함이 천천히 자리 잡았다.
나의 아들 인우
언더야드 대표 서정경
끔찍한 바이러스의 파도와 함께 개인적으로도 부침이 컸던 한 해를 보내며, 내 아이가 주는 안도감과 충만함으로 더욱 빛났던 2020년을 뒤로 하고있다. 우리집 어린이와 함께 옥토넛을 보며 깔깔 웃기도 하고, 크레파스로 쥐라기 시대를 그려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일상에서의 고단함과 두려움을 끌어 안고 끙끙거리기보다는 거리를 둘 수 있게 해주는 용기를 아이를 낳고 기르기 전에는 몰랐다.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나를 끊임없이 다잡아주고 웃게 만든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바로 그것이다.
예쁜 술잔이 놓인 술상
알로소 MD 배인화
집콕 생활 중 휴식 자체가 의도적인 퍼포먼스가 되어 어떻게 멋지게 쉬느냐에 대해 저울질하는 요즘이다. 넷플릭스를 보더라도 다들 본다는 콘텐츠라면 따라서 보게 되는 것처럼 나의 온전한 휴식도 주변을 신경 쓰고 있었다. 진정으로 내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주는 안정적인 휴식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순간은 언제일까 곰곰이 생각했을 때 사랑하는 이와 마주 앉아 예쁜 잔에 술을 마실때다. 근사한 술잔에 나를 솔직하게 만들어주는 술을 채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 순간에 평화가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