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음의 여유가 필요했던 내게 국립중앙박물관 3층에 새로이 단장한 분청사기 백자실은 최적의 힐링 스폿이 될 것 같았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도자기인 분청사기와 백자의 아름다움이 시대별로 변화되는 기형과 기법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연출했다. 분청사기는 고려 말 상감청자에서 유래해 16세기 전반까지 제작된 도자기로 회청색 흙으로 만든 그릇에 백토를 입힌 뒤 여러 기법으로 장식한 것이다. 백자는 1300°C가 넘는 고온에서 구운 최고급 도자로 조선에서 최고의 자기가 되었다고 한다. 분청사기에서 느낄 수 있는 흙의 질감과 유약의 다채로운 변화, 백자에 그려진 자연과 특유의 우아함이 전시를 감상하는 동안 이유 없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특히나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백자 달항아리의 독립 전시 공간뿐만 아니라 기존의 휴게 공간을 도자 장인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사기장의 공방’으로 만들어 도자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름 없는 조선 사기장들의 손맛이 느껴지는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거창한 예술적 영감은 아니지만 잔잔한 쉼과 여유를 선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백색 향연
백자의 아름다움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잔잔하고 고귀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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