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낙후되었던 펜 스테이션이 30년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눈을 사로잡는 예술 작품으로 꾸민 이곳은 맨해튼의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열찬 농구 경기가 열리는 것으로도 유명한 매디슨 스퀘어 가든 지하에 펜 스테이션 Penn Station이 있다. 매일 60여만 명의 유동인구가 거쳐가는 이 기차역은 맨해튼에서 가장 번잡한 만큼 중요한 곳이다. 하지만 그 많은 유동인구를 감당할 수 없을만큼 좁기도 하거니와 어디로 눈을 돌려도 낡고 오래되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펜 스테이션은 지금처럼 인공적인 빛에 의존하는 지하가 아닌 햇살이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지상에 위치하고 있었다. 1910년 펜 스테이션을 처음 개통했을 당시만 해도 화려하고 웅장한 보자르 양식의 외관으로 뉴욕을 대표하는 디자인 건축물로 손꼽힐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1963년 돌연 철거되면서 지금의 지하 역사로 이전했고, 지금과 같이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하지만 변화는 조금씩 시작되었다.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상원의원이었던 대니얼 모이니한이 예전의 아름다운 역사를 되찾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함에 따라 30년에 이르는 시간을 거쳐 2021년에 새로운 모습의 기차역을 선보였기 때문.
모이니한의 이름을 차용한 모이니한 트레인 홀 Moynihan Train Hall은 기존 역사가 있었던 곳과 마주한 블록에 있는 우체국 제임스 A 팔리의 거대한 우편 분류실을 리노베이션했기에 특별하다. 기차역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구석구석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이다. 92피트의 천장을 모두 유리로 마감해 역사 안으로 밝고 화사한 햇살이 스며들며, 기존의 칙칙한 지하에 위치해 있던 펜 스테이션의 면모를 말끔히 벗어냈다. 이곳을 빛내주는 또 다른 요소는 곳곳에 진열된 다양한 예술 작품이다. 고개를 들면 천장에 마치 뉴욕의 마천루가 펼쳐지는 듯한 형상의 ‘더 하이브 The Hive’가 보이는데, 초현실적인 91개의 유리 모형 건축물에 7만2000개의 LED가 달려 있어 빛이 머물도록 하는 데 일조한다.
또한 마호가니 나무로 제작한 벤치와 중세 시대 스테인드글라스를 오마주한 듯한 천장의 타일 아트, 브라스 소재의 조명으로 마무리한 아름다운 대합실은 모히니안 트레인 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이뿐만 아니다. 펜 스테이션의 지난 반세기를 고스란히 재현한 스탠 더글라스의 ‘펜스테이션의 지난 반세기 PennStation’s Half Century’ 9점도 이용객들의 시선을 끈다.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있었던 펜 스테이션이 다시금 햇살을 마주한 만큼, 다시 한번 아름다운 기차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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