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솔방울, 잠자리, 토끼, 강아지, 펭귄…. 귀여운 동물과 다양한 문양을 입은 도자로 가득한 강민경 세라미스트의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어릴 적부터 순수미술을 공부했던 그녀는 도예과를 전공하고, 그간 대학원실에서 작업을 해오다 지금의 첫 번째 개인 작업실을 차리게 되었다며 입을 뗐다. “사실 초반에는 쉽게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했어요. 그런데 작업량이 많아질수록 두 가지를 병행하기가 버거워서 현재는 개인 작업실 위주로 쓰고 있죠.” 몇 평 남짓한 작은 공방은 테이블과 선반, 장식장 등 나무로 된 가구만 직접 만들었고, 별도의 인테리어 시공은 안했지만 공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작품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그녀는 회색 또는 회흑색 태토에 백토니를 분장한 다음 유약을 입혀서 굽는 자기를 뜻하는 분청사기를 기반으로 작업한다.“분청사기 자체가 분장 기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도자기인데, 저는 그 분장을 붓으로 칠해 장식을 더하는 방식이에요. 전통적인 기법에 저만의 해석을 더해 현대적인 도자의 모습을 만들어가죠. 개인적으로는 전통 도자보다 조금 더 여성스러운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도자의 장식적인 요소가 더욱 눈에 들어왔다. 강민경 세라미스트는 식기와 화병, 오브제를 주로 작업하며 물레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빚어 만드는 핸드 빌딩 기법을 사용한다.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코일링과 핀칭 기법을 응용해 온전히 손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문양을 넣는 것 역시 일일이 하나씩 붙여 자체적으로 문양을 만들어요.” 이는 도자 외에도 금속공예에 관심이 많은 그녀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금속 장식을 통해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것이라고. 이와 반대로 장식적인 부분은 최소화하고 손맛과 색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색분장기 작업도 함께 하는데, 그 결과물은 2018년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열린 개인전과 공예 트렌드 페어 그리고 2019년 2월 파리에서 열린 메종&오브제를 통해 선보인 바 있다.
최근 그녀는 다가올 개인전을 위한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평소에 관심 있게 보았던 것을 위주로 재미있는 작업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예를 들어 테니스공 위에 있는 강아지 오브제는 제가 실제로 키우고 있는 이탤리언 그레이 하운드가 테니스공을 가지고 놀 때의 모습을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또 거대한 잉어 오브제라든지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과 어릴 때 좋아했던 동물을 만들어보는 중이에요.” 보통 디자인을 구상하고 형태를 잡고 초벌을 거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2~3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지극한 정성과 인고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그녀의 작품을 전시를 통해 만나볼 날을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