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잠을 불러오는 다양한 예술 작품들
숙면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의 숙제다. 이는 예술가에게도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초가을 잠을 부르는 작품을 모았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잠을 자야하는 이유는 뭘까? 선뜻 답하기 어렵다. 단 하루라도 잠을 거르는 일은 더 어렵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 매슈워커는 이 책을 통해 잠을 자야 하는 이유와 꿈은 어떻게, 왜 꾸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아티스트에게 잠이란?
잠을 영감 삼아 작품을 완성한 샤갈, 마티스, 달리 등 다양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 <잠에 취한 미술사>. 작가 백종옥은 작품의 소개뿐 아니라 잠 못 드는 사람들에게 휴식과 위안을 주는 작품을 소개하고 잠과 예술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현실과 꿈이 혼재한 세계
타인의 꿈속으로 들어가 생각을 주입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과 요원이 펼치는 음모와 암투를 다루는 영화 <인셉션>. 영화는 꿈의 세계를 설계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를 위조하거나 꿈의 시간을 지속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등의 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통해 꿈에 대한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순수한 청년의 스위트 드림
꿈과 일상을 구분하지 못해 팍팍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스테판은 옆집의 스테파니를 짝사랑한다. 몸만 자란 소년은 꿈속에서 스테파니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골판지 상자로 자동차를 만들고 천을 꿰며 인형을 제작해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한다. 엉성하지만 낭만이 흠뻑 묻어 있는 그만의 꿈의 세계가 아름다운 영화 <수면의 과학>.
잠을 대출하는 디지털 무비
웹툰 작가 이말년이 그린 <잠은행>을 원작으로 하는 디지털 무비. <잠은행>은 잠을 대출받아 파산 직전까지 치닫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배우 박휘순, 양동근 등이 작품에 출연했고 주호민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
가장 지루한 영화 <바바랜드>
잠이 오지 않는 밤, 천장에서 보이지 않는 양을 세는 대신 영화<바바랜드>를 볼 것. 감독 가스 토마 Garth Thoma는 8시간 동안 초원에서 한가로이 양떼들이 풀을 뜨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소한의 시퀀스와 테이크로 강력한 메시지 대신 분위기, 기분을 전하는 슬로 시네마 장르의 깊은 맛 혹은 졸음을 경험할 수 있다.
글렌 굴드의 자장가
괴짜이자 은둔자 그리고 천재 연주가였던 글렌 굴드를 세상에 알린 앨범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갓 스물이 넘은 캐나다의 청년은 바흐가 한 백작의 불면증 치료를 위해 1741년 작곡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31가지의 연주법으로 들려준다. 빠르게, 경쾌하게 때로는 차분하게 피아노를 두드리는 글렌 굴드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안식이 찾아온다.
불면증 아내를 위한 앨범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윤한이 불면증을 겪은아내를 위해 만든 수면 음악 앨범<Sleep Science>. 윤한은 2년 넘게 신경 정신학, 뇌과학, 음악학 논문을 읽으며 수면과 음악의 상관관계를 찾아내고 뇌가 편안하게 느끼는 템포, 박자, 곡의 구성을 연구해 앨범을 만들었다. 수면 진입에서 숙면 단계로 넘어갈 때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집중해 작곡했다.
수면 장애를 극복하도록 도와줄 수면 디바이스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수면 테크가 뜨고 있다. 수면 디바이스와 함께라면 더 이상 잠 못드는 밤은 없을 듯.
최적의 수면 온도를 설정해주는 매트리스 클라이밋360
숙면을 위해 온도를 조절하는 매트리스 클라이밋360. 미국의 사물인터넷 디바이스 제작 브랜드 슬립넘버가 개발했다. 잠들 때는 은은한 온기가 감돌게 설정하고 수면 중에는 내부 온도가 너무 올라가지 않도록 조절해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다. 매트리스의 좌우가 별도로 작동해 부부가 함께 사용하기에도 좋다.
아기 수면 모니터 네닛
미국 스타트업 기업인 네닛이 개발한 아기 수면 모니터. 침대 상단에 설치하는 베이비 카메라와 아기가 착용하는 패브릭 밴드로 구성된다. 밴드에 인쇄된 도트 패턴을 카메라가 인식해 아기의 호흡이나 움직임을 분석한다. 실시간으로 아기의 모습을 모니터링 할 수 있어 분리 수면을 시도할 때 도움이 된다.
애착베개 슬립로봇
끌어 안고 자기만 해도 꿀잠에 드는 로봇으로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솜녹스가 만들었다. 땅콩처럼 생긴 귀여운 생김새와 달리 꽤나 스마트한 기능을 지녔다. 마치 아이를 재우는 엄마의 토닥임처럼 사용자의 심장박동과 호흡을 따라해 수면을 유도한다. 스피커를 내장해 심장박동 소리와 백색 소음,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음악도 들려준다.
헬스케어 잠옷 제노마
입고 자면 수면 상태와 시간을 측정해주는 UR 디지털 헬스케어 잠옷. 일본의 스마트 직물회사 제노마가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전자 피부 패브릭으로 만들어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데 미숙한 고령층을 타깃으로 했다. 수면, 일상 등 착용자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활동량, 수면 부족이나 낙상 사고 등을 알람으로 알린다.
신생아 수면 훈련기기 아이넨
일본 퍼스트 어센트가 출시한 아기용 수면 훈련기기.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아이의 수면 습관과 울음 패턴, 목소리를 분석해 아기에게 알맞은 기상 시간을 앱으로 알려주고 때에 맞춰 LED 조명을 자동으로 비춘다. 울음소리에 반응해 잠이나 배고픔 등 아기가 우는 이유를 알려준다.
깊은 잠을 위한 딥 슬립 헤어밴드
숙면에 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 사람들을 위해 필립스가 개발한 헤어밴드다. 사용자의 수면 패턴, 시간을 감지하고 두 개의 소형 센서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잠을 연장할 수 있는 오디오를 제공한다. 5~30분 사이 얕은 잠을 청하는 사용자를 기분 좋게 깨우는 스마트 알람 기능도 있다.
수면 유도 헤어밴드 뮤즈 S
신경 기술과 명상을 결합해 디바이스를 만드는 인터랙슨 제품. 사용자의 심리 상태에 따라 명상을 유도하는 음성 메시지와 바이오 피드백 사운드 스케이프로 사운드 트랙을 만들어주는 헤어밴드 뮤즈S. 사용자는 브랜드의 월간 혹은 연간 명상 가이드를 구독해 청취할 수 있다.
고전 예술 작품을 통해 들여다본 달라진 잠의 의미
고전에서 표현된 잠은 죽음과 두려움을 의미하기도 하고 여성의 신분 상승 계기도 되었지만 현대 작품 속에서 들여다본 잠은 위안과 가장 사적인 시간으로 의미가 달라졌다. 나날이 그 중요성이 짙어지고 있는 잠은 과거와 현재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존 윌리엄 워터 하우스 ‘금상자를 여는 프시케’ 1904. ©Wikimedia
고야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1799, 판화(에칭), 21.5×15cm. ©Wikimedia
고전 명화에서 잠자는 순간은 의외로 자주 등장한다. 잠은 문제의 실마리를 풀고 이야기의 전개를 뒤바꾸는 계기가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잠과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먼저 아르고스 이야기다. 제우스가 아름다운 여인 이오와 만나는 것을 헤라에게 딱 들키려는 순간, 제우스는 이오를 암소로 바꿔버리고 시치미를 뗀다. 모든상황을알고있는헤라는암소를선물로줄것을요청하고,눈이100개달린 아르고스에게 암소가 절대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하게 한다. 제우스는 꾀쟁이 헤르메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헤르메스는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여 아르고스를 잠들게한다.하나씩스르륵감겨드디어모든눈이감긴채깊은잠에빠져들었을때, 헤르메스는 아르고스를 죽이고 이오를 탈출시키고, 돌아온 헤라는 죽은 아르고스를 불쌍히 여겨 그의 몸에 있던 100개의 눈을 뽑아 자신이 기르던 공작새에게 붙여준다. 공작새의 몸에 있는 수많은 화려한 동그란 무늬가 바로 아르고스의 눈인 것이다. 이처럼잠자는시간동안통제할수없는일이닥칠수도있다는두려움은그리스 신화의 원형이다. 신화에서 잠의 신 히프노스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형제간이다. 즉 그리스 사람들은 잠을 죽음에 가깝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차피 죽으면 계속 잘 텐데’라는 생각은 이토록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에도 결국 토끼가 잠에 드는 바람에 느리지만 부지런한 거북이한테 지는 것을 보면 잠이 들면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어수선한 세상을 지배했을 것이다. ‘이성이 잠들면 악마가 깨어난다’는 고야의 드로잉은 통제할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그림이다. 그렇다면 잠이 긍정적으로 묘사된 스토리는 없을까.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 ‘프시케와 큐피트’ 1895, 209×120cm. ©Wikimedia
이번에는 잠이 들어 애인을 놓친 아리아드네 공주의 반전 스토리다. 크레타 섬의 공주 아리아드네는 적국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를 돕기 위해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미로에 들어갈 때 문설주에 실을 묶고 들어가라는 비책을 알려준다. 테세우스는 미로의 한가운데 살고 있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고 실을 따라 되돌아 나오는 데 성공하고, 뇌물로 바쳐질 뻔했던 고국 사람들을 이끌고 탈출한다. 적국의 왕자를 도운 아리아드네도 테세우스를 따라 길을 나선다. 아테네로 돌아가는 먼 길, 배는 잠시 낙소스 섬에 머무르고, 긴장이 풀린 아리아드네는 깊은 잠에 빠진다.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안타깝게도 테세우스 일행은 이미 떠나버린 후였다. 배신한 고국으로 되돌아갈 수도, 자신을 버리고 떠난 왕자를 찾아 가는 것도 아닌 그 섬을 벗어날 배한 척 조차 없는 처지가 된 아리아드네. 그런데 그녀 앞에 섬의 주인 디오니소스가 나타난다. 디오니소스는 마녀 키르케로부터 도망쳐 나오는 길이라 낯선 여인이 자신의 섬에 와있는 것을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 깊은 절망감에 빠져있던 아리아드네는 디오니소스가 혹시 자신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눈이 마주치는 순간 다행히도(?) 둘은 서로한테 반하고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유명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프시케다. 에로스의 아내였던 프시케는 남편을 의심한 죄로 버려지고, 다시 남편을 되찾기 위해 험난한 네 단계의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 지옥에 가서 페르세포네의 아름다움의 비결이 담긴 화장품을 받아오라는 마지막 관문마저 성공한 그녀는 이제 남편과 재회할 순간만을 앞두고 있다. 헌데 그 화장품이 무엇일지 너무 궁금한 나머지 살짝 열어본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바로 그 속에 담긴 ‘깊은 잠’이 그녀를 감싸버린 것이다. 결국 아름다움의 비결은 깊은 잠이었던 것일까. 다행히 이 모든 과정을 보고 있던 남편 에로스가 안타까이 여겨 잠든 프시케를 깨워 하늘로 올라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는 해피엔딩이다.
우발도 간돌피 ‘아르고스를 참수하려는 헤르메스’ 1770~75, 218.8×136.8cm. ©Wikimedia
피터 폴 루벤스 ‘헤르메스와 아르고스’ 1636~38, 179×297cm. ©Wikimedia
마치 어린아이가 잠들기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잠’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시대, 예술 작품에서의 잠은 깨어있지 못하고, 따라서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이 가장 약해지는 순간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성을 중요시하는 시대의 산물이다. 반면, 잠들어 버림으로써 도리어 왕자들의 구원을 받는다는 공주들의 이야기는 잠의 긍정적 측면이라기보다는 여성에게 수동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잠에 대한 이미지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잠은 돌연 그 신분이 달라지게 되었다. 꿈과 상상, 무의식의 세계가 발견되면서 잠은 깨어 있는 시간 못지않게 중요해진 것이다. 지금은 건강한 낮을 위해 푹 자는 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예술에서의 흐름도 자연히 변화했다. 현대미술가의 작품 속에서 잠은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 잘 잠들 수 있도록 위안을 주는 시간으로 나타난다. 트레이시 에민의 ‘나와 함께 잤던 모든 사람들 1963~1995’(1995)이 대표적이다.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아름다운 여성 작가의 작품에 대해 사람들은‘잔다’라는 말이 가진 성적인 뉘앙스를 떠올렸을 테지만, 1963~1995라는 설명에서처럼 그녀와 함께 잔 사람들은 어머니, 할머니, 어린 시절의 소꿉친구에서부터 남자친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방대하다. 함께 잠을 잘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형성했던 102명을 소환하며 그들의 이름을 자수로 새겨 넣은 작품은 지금의 내가 이들과의 관계 덕분에 만들어진 것임을 깨닫게 만든다. 잠자는 시간이 죽음에 가까운 것이라면,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것은 부활이고 성장인 것이다. 애인과 함께 잔 행복한 순간의 기억을 도심 한복판에 광고처럼 내걸며 유명해진 작가도 있다. 바로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무제’(1991)라는 작품이다.
피터 폴 루벤스 ‘헤라와 아르고스’ 1610, 249×296cm. ©Wikimedia
마치 침구 회사의 광고 사진인가 싶게 거대한 화면에는 두 사람이 이제 막 잠에서 일어난 듯 베개 머리 부분이 푹 꺼져 있고 이불은 흐트러져 있다. 에이즈로 1996년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토레스의 작품은 대개 자전적이다. 그의 연인 로스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경험을 표현하고자 미술관 한구석에 애인의 몸무게와 똑같은 사탕더미를 쌓아놓고 관객들로 하여금 가져가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진 작품 속 침대에 함께 누웠을 두 사람도 아마토레스와 로스일것이다. 작가는 이 사진도 포스터처럼 인쇄하여 미술관에 쌓아놓고 관객들이 하나씩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이 작품에서도 느껴지듯이 오늘날 잠은 재생, 행복 그리고 가장 사적인 영역에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인테리어도 이러한 인식 전환에 맞게 바뀌고 있다. 예전에 침실이란 옷장과 화장대와 침대가 함께 있는 안방 같은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집에서 가장 작은 방을 침실로 삼아 아무것도 두지 않고 침대만 넣어 방해받지 않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트렌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한 가지, 여전히 ‘미라클 모닝’ 운동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왜 잠에서 깨는 시간조차 대세를 따라야 하는지 안타까움이 앞선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외쳤던 데카르트도 스웨덴 여왕의 초청을 받아 그녀의 리듬에 맞춰 새벽 강의를 하다 감기에 걸려 53세의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 부디 잠을 양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