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느껴보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매력
프로젝터를 집에 들이게 되면서 소장 중인 영화를 다시 들춰봤다. 깔끔함과는 영 거리가 먼 편이지만, 영화 모음 폴더만큼은 늘 정돈해놓는데 이날 따라 자비에 돌란 감독의 폴더에 눈이 갔다.
프로젝터를 집에 들이게 되면서 소장 중인 영화를 다시 들춰봤다. 깔끔함과는 영 거리가 먼 편이지만, 영화 모음 폴더만큼은 늘 정돈해놓는데 이날 따라 자비에 돌란 감독의 폴더에 눈이 갔다. 자비에 돌란은 이미 국내에서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뿐더러, 두터운 팬층까지 보유하고 있는 감독 겸 배우다. 특히 <아이 킬드 마이 마더> <마미> <로랜스 애니웨이>로 이어지는 일명 사랑 3부작은 자비에 돌란은 칸의 총아로 만들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다. 물론 나의 입덕도 이들 영화 덕분이고. 2020년 개봉한 <마티아스와 막심>은 국내에 정식 소개된 그의 영화 중 가장 최신작이다. 젊은 감독인 데다 명작을 서너 편 연속으로 선보인 터라 이후에 선보인 작품에 아쉬운 평이 많아 못내 안타까웠는데, <마티아스와 막심>을 처음 감상했을 땐 새삼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매력적인 영상미를 자랑하는 각각의 쇼트, 언어나 텍스트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을 이미지적으로 탁월하게 담아내는 섬세함 또한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이야기다. 혹평작으로 향한 비판은 대부분 아름다운 화면에 비해 받쳐주지 않는 이야기에 쏟아졌기 때문에 더 흥미로운 부분이다. 사실 스토리 구조 자체는 이전보다 진부하게 느껴질 만한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 선 친구들 간에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지만, 자전적인 이야기인 만큼 세심함이 남달랐기 때문. 당시 인물이 느낄 수 있는 변화와 감정, 모호하지만 명징하게 보는 이를 이해시키는 대사에서는 자비에 돌란의 고심이 그대로 체감되는 듯했다.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돌란의 팬을 자처할 정도로 그를 사랑하기에 이 영화를 아끼는 것인지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감독과 영화만큼 진솔하고 매력적인 건 없으니까. 그저 지금은 돌란의 신작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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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