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도 있어?

왓챠에서 낚은 월척,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 '미치광이 삐에로(1965)'

왓챠에서 낚은 월척,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 '미치광이 삐에로(1965)'

SNS에서 심심찮게 OTT 서비스를 비교하는 글이 올라온다. 거기에 적힌 넷플릭스 평 중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에 심히 공감한 바 있었는데, 유독 눈이 가는 코멘트가 또 있었다. 국내 OTT 서비스 왓챠를 두고 ‘이 영화가 있다고?’ 라는 평이었다.

SNS에서 심심찮게 OTT 서비스를 비교하는 글이 올라온다. 거기에 적힌 넷플릭스 평 중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에 심히 공감한 바 있었는데, 유독 눈이 가는 코멘트가 또 있었다. 국내 OTT 서비스 왓챠를 두고 ‘이 영화가 있다고?’ 라는 평이었다. 간혹 왓챠를 둘러보다 보면 월척이라도 낚은 듯 정말 괜찮은 작품이 더러 보인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미치광이 삐에로(1965)>는 가장 최근에 열람한 영화다. 학부생 때 리포트를 쓰기 위해 처음 봤던 작품인데, 예술 영화와 오래된 영화를 꺼리는 이들이 말하는 이유를 모두 쏟아넣은 영화다. 다만, 주변인들에게 이 영화를 꼭 한 번쯤 권하는데, 영업(?)할 때면 대사가 기가 막히다는 말을 꼭 한다. 연인이었던 페르디낭과 마리안이 나누는 장면의 대사 “당신은 나에게 단어로 말하고, 나는 당신을 느낌으로 바라보니까요”는 다시금 영화를 보더라도 잠시 정지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드라마틱한 내면 서사도 매력적인데, 사랑에서 혐오로 그리고 자멸로 이어지는 감정의 시퀀스는 지금의 영화와 비교해도 단연 걸출하다. 이미지적으로도 눈이 즐거운 색과 장면이 계속된다. 페르디낭을 피에로라 부르는 마리안의 말처럼 정말 퍼런 분장을 덕지덕지 얼굴에 바르고 목에 다이너마이트를 두르는 그의 모습은 아름다워서 더욱 처연하니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여운이 가시지 않아 홀린 듯 왓챠를 디깅해 연신 보고 싶어요 버튼을 눌러댔다. 이번 추석도 영화와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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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스트리트 컬처

스트리트 컬처에 예술 문화를 입힌 구정아 작가

스트리트 컬처에 예술 문화를 입힌 구정아 작가

스케이드보딩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요즘, 하위문화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스트리트 컬처가 주류문화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GITD 스케이트팤 아카이브 전시 전경. 잠실 애비뉴엘 아트홀 9월 5일~10월 24일.

 

작품 앞에 선 구정아 작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매장에 스케이트 볼을 만들어 히트 친 슈프림 스토리가 해외의 소식처럼 느껴졌는데, 요즘에는 심심찮게 보드를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한강공원에 나가면 보드 연습에 한창인 아이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한강공원에서 보드 연습에 한창인 아이들 중에 미래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케이드보딩이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선정된 지난 도쿄올림픽, 13세의 일본 소녀가 금메달을 획득했고 다른 금메달리스트 4명 중 3명이 10대였으니 말이다. 하위문화가 올림픽에까지 진출했다면, 스트리트 컬처를 문화로 담는 시도가 그래피티 아트 외에도 있을 법한데,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한 작가가 있다. 프랑스 퐁피두 센터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연 바 있는 구정아 작가다. 여러 호수로 둘러싸인 한적한 프랑스의 바시비에르 섬. 작가는 2012년 이곳에서 전시를 진행하던 중 조각공원과 지역재생 그리고 젊은 관객에게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아트센터에 호응하며 스케이트 볼 형태의 <Otro>를 고안한다. 미술관 야외에 조성된 숲속에 마련된 볼은 마치 “두껍아, 두껍아~” 흙놀이를 하고 간 아이들이 남겨놓은 흔적처럼 동그랗고 움푹 파인 구덩이가 여럿 연결된 형태다. 자연의 지형을 이용한 조형물은 밤이 되면 내부에 발라진 인광이 빛을 발하며 초록빛 에너지가 흘러나오는 듯한 비현실적인 꿈의 풍경을 조성한다. 작가는 실제 보더들이 원하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 보더 팀과의 대화는 물론, 건축가와의 협업을 통해 작품을 고안하였다. 그 결과 조각이자 건축이며, 그림이며 또한 풍경인 작품이 마련되었다. 바시비에르 아트센터 조각공원이 보더들의 성지가 되면서 세계 유명 도시에서도 이 작품을 작가에게 의뢰하기 시작했다. 영국 리버풀 비엔날레,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에 소개된 특별 설치 작품들이 그것이다.

 

구정아, NEGAMO, 의왕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2021.

 

스케이트 보더가 구정아 작가의 작품 ‘NEGAMO’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 의왕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

한국에서는 의왕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에서 영구 조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제목도 파격적이다. Negamo! 라틴어일까 추측하다 그것이 ‘내가 모’라는 한국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웃음이 나왔다. ‘내가 뭐’라는 말 뒤에는 느낌표도, 물음표도 올 수 있다.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자신의 개성에 대한 존중을 요청하는 보드 문화와 연결되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보드는 누구나 특별한 장비 없이도 쉽게 참여할 수 있지만 순서를 기다리는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자유롭지만 서로 존중하는 문화는 보드 컬처가 서핑으로부터 유래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서퍼들이 파도의 순서를 기다리듯 보더들 사이에도 나름의 룰이 존재한다. 스투시와 슈프림을 연달아 성공시킨 제임스 제비아가 첫 매장을 열 때, 보더들이 보드를 탄 채 실내로 들어와 매장에 설치된 스케이트 볼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참여형 예술 작품으로 거대한 브론즈 조각이 주류를 이루는 건축물 공공조각의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리듬에 몸을 맡기고, 나를 내려놓게 만드는 작품. 내가 뭐냐고 스스로에게 묻고 남들에게도 당당하게 “뭐!?”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을 주는 것, 바로 그 힘이 젊은이들을 열광시키고 하위문화가 주류문화를 압도하게 된 원동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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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롯데백화점 아트비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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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분위기를 책임지는 오브제, 램프

공간의 분위기를 책임지는 오브제, 램프

기능적으로도 훌륭하지만 지루해질 수 있는 공간에 성격을 부여할 수 있는 오브제가 램프다.

램프는 책상에 놓이면 데스크 램프, 바닥에 놓으면 플로어 램프로, 설치되는 방식에 따라 직관적으로 분류된다. 다양한 종류의 조명이 있지만 이 두 가지가 어려움 없이 구매할 수 있어 공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램프는 기능적으로는 대상을 밝게 하기만 하면 되는데,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오브제로 훌륭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오랜 런던 생활에서 한국에 들어왔을 때 눈이 아플 정도로 강한 백색의 빛으로 둘러싸여 있는, 단조롭게 강약이 없어져버린 공간이 어색했다. 계획 없이 형광등으로 뒤덮인 마트 같았다. 영국의 조명 환경과는 달리 빛이 과도하게 느껴져 눈이 쉽게 피로해졌다. 신기하게도 처음 런던을 방문했을 때는 공간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어두워 어색함이 있었다. 공간 설계를 하다 보면 빛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데, 과도하지 않은 밝기의 공간에 데스크 램프나 플로어 램프를 적절한 곳에 배치해 조도를 조절하면, 빛에 의해 공간이 형성된다. 긍정적인 결과는 각 장소에 물감이 번지는 경계 같은 자연스러운 조닝이 분위기를 살려준다. 천장을 리플렉터로 활용해 은은한 볼륨이 있는 빛으로 공간을 감싼다. 기능적으로 훌륭하지만 과하지 않게 지루해질 수 있는 공간에 성격을 부여할 수 있다. 1986년 미켈레 데 루치 와 지안카를로 파시나가 디자인한 톨로메오 조명은 오래된 낚시 구조 트라부치 Trabucchi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디자인 스토리를 알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엔지니어 조지 카바딘이 1931년 자동차 서스펜션을 위한 스프링 구조의 아이디어를 2년 후 데스크 램프로 탄생시킨 앵글포이즈 1227을 바라보고 있으면 힘이 넘치는 엔지니어링의 미학이 느껴진다. 극도로 현대적인 해석을 한 제이크 다이슨의 CYCS를 보면 리니어 베어링과 알루미늄 몸체 속에 히트파이프를 숨겨 광원인 고휘도 LED의 수명을 연장시키려 열을 발산시키는 아이디어로 전체를 냉각핀으로 바꾸고 타워크레인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를 리니어 베어링을 응용해서 수직 수평의 메커니즘으로 디자인하였다. 제이크 다이슨과 직접 조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런던에서 재직하던 건축 회사에서 선물로 받은 롤라 플로어 램프는 미니멀하지만 공간을 빛으로 아우르는 상당히 파워풀한 직접, 간접조명이다. 독서를 하기에는 적절한 조도와 공간을 정의할 수 있는 데스크 램프야말로 경건한 행동을 이끌기 위한 가장 저렴한 오브제가 아닌가 싶다.

 

롤라 플로어 램프

학생 때 구경하기도 힘든 톨로메오 조명이 파트타임을 하던 설계 회사의 테이블에 있어 넋이 나가도록 바라보았다. 나중에 대표님께서 선물로 그 조명을 주셨는데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필자에게는 너무나 갖고 싶었던 구하기 힘든 고가의 조명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서 4가지 다양한 버전으로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책도 좋아하고 직업의 특성상 많은 스케치를 하는 편이라 데스크 램프는 소중하다. 이상하게도 뭔가에 집중해야 할 때면 여지없이 데스크 램프를 켠다. 데스크 램프도 플로어 램프처럼 변형된 형태도 있다. 스탠드 자리가 없을 만큼 빽빽한 책상을 위한 훌륭한 해결책이다. 방향을 틀어 천장이나 벽에 빛을 비추어 공간에 강약을 줄 수도 있다. 직접적으로 떨어지는 강력한 조명보다 평면에 반사되어 산란되는 빛은 평온함을 준다. 잘 디자인된 조명은 공간의 오브제로써도 충분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여러분을 독서의 세계로 가이드해줄 것이다. 아이들에게 억지로 책을 읽으라는 말보다 멋진 테이블 램프를 선물해보자. 자연스럽게 책을 읽거나 글 또는 스케치를 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멋진 의자와 책장이 있어도 조명이 없다면 그 기능을 다 하기 어렵다. 서재가 사라져가고 있는 요즘, 나만의 서재 분위기를 램프를 이용해 만들어보자. 저렴한 조명도 좋지만 약간의 사치를 부린다면, 노트나 스케치북 한 장, 책 한 권의 깊이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주변을 감싸는 램프의 빛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적막한 시간에 따뜻한 친밀감과 집중도를 높여준다. 주변의 조도를 낮추고 램프를 통해 빛으로 공간을 만들어보자. 램프의 디자인 스토리를 통해 엔지니어링과 의도를 이해하면 더욱 뜻깊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면서 디자인 백그라운드를 이야기해보자. 멋진 화젯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빛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조명과 친숙해져보자. 알고 쓰면 더욱더 매력적인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영화 <굿 윌 헌팅>의 주인공 윌과 랭보 교수가 같이 수학 문제를 푸는 장면에 멋진 램프가 책상에 자리하고 있다. 램프가 공간에 어떻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여러분도 공간에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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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임태준

writer

강정태(JTK LAB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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