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구보다 기술과 인체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의자.
그 어떤 가구보다 기술과 인체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의자. 좋은 의자를 찾으려면 다양하게 많이 앉아봐야 한다.
1. 허먼밀러 임바디 체어 2. 임스 알루미늄 그룹 체어 3. 프리츠 한센 드라프팅 체어 4. Jtklab 아트 퍼니처 CLO 5. 아렌드 드라프팅 체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의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지만 좋은 의자를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크기나 공간에 미치는 역할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오해를 받기 쉬워 선택의 폭이 좁게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좋은 의자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오래전 런던에 있는 건축 회사를 방문했는데, 절제된 공간에 직원들을 위해 디자인 아이콘 중 하나인 서포토 Supporto 의자가 있었다. 이 회사에서 느끼게 된 첫 번째 매력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이런 경험으로 지금도 사무실에는 좋은 의자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특히나 앉아서 일하는 직업군이라면 좋은 의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저렴한 새 의자보다 잘 만든 중고 제품을 추천한다. 우리가 좋은 의자라고 생각하는 제품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다른 가구보다 개발 기간도 길고, 높은 수준의 디테일과 편안함을 위해 생산 라인의 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임스 Eames의 알루미늄 그룹 체어도 미국의 허먼밀러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스위스 비트라에서 생산한 제품이 마감과 비율이 좋다는 것. 이미 잘 알려진 제품도 이렇게 제조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면 디테일 하나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의자의 역사는 BC 3000년경 이집트 유물에 의자가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오래전부터 쓰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근대의 오피스 체어는1840년 초반 찰스 다윈이 작업의 효율을 위해 의자에 바퀴를 단 사무용 의자로 볼 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우리가 쓰는 사무용 의자와 기본적인 구조가 많이 다르지 않다. 이렇듯 오피스 의자는 미학적, 구조적, 인체공학적인 측면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다른 가구에 비해 복잡한 요소가 더 많다. 보기만 좋은 의자는 쓸모가 없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인해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어 인체공학적인 면이 연구되고 적용된 제품이 절실하다. 아이들에게 게임기나 장난감보다 잘 디자인된 의자를 사주면 책상에 머무는 시간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앉고 싶은 멋진 의자가 있다면 오래 앉아 있어도 즐겁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업무의 생산성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지리라 믿는다.
빌크한 그라프 체어
디자인은 좋은 경험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경험을 해보지 않고 어떻게 좋은 디자인을 하겠냐는 핑계를 대며 기회가 되면 의자를 구매했다. 허먼밀러의 에어론 Aeron 체어와 임바디 Embody 체어부터 빌크한 Wilkhahn의 그라프 Graph 체어 , 임즈 Eames의 알루미늄 그룹 Aluminum Group 체어, 프리츠한센의 드라프팅 의자와 1960년대 생산된 아렌드 Ahrend의 드라프팅용 의자뿐만 아니라 갤러리를 위해 직접 디자인한 의자도 있다. 구조와 비율의 편안함을 최적화하는 데 몇 년이 걸린 프로젝트였다. 좋은 의자에 대한 판단을 세우려면 일단 많이 앉아봐야 한다. 개인의 체형과 요구 사항에 따라 맞는 의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의자는 스타일적인 측면과 기능적인 요소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된다.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강도 테스트를 하고 여러 가지 규정과 테스트를 통해 나올 수 있는 제품이라 소장 가치도 크다. 그래서 비슷한 크기의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이고, 전문 회사가 많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가격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강의할 때 의자의 가격이 보통 얼마인지 물어봤다. 대부분 10만~20만원이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핸드백 가격을 물으면 2백만~4백만원이라고 말해서 “비싸지 않은 핸드백을 들고 다녀도 몸은 망가지지 않지만 좋지 않은 의자에 앉으면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재택근무가 가져오는 홈 오피스의 관심에 편승해 많은 가구가 나오고 있지만 의자만큼은 쉽지 않은 분야다. 유명 회사의 사무실에 사용되었다는 마케팅적인 의견을 따르지 말고 본인이 직접 앉아보고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의자는 오랫동안 쓸 수 있고 관리만 잘하면 대를 물려줄 수 있다. 좋은 제품을 구매해서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도 환경을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억지도 살짝 부려본다. 계급에 따라 앉는 의자가 달랐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얼마나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가. 여러분도 자유롭게 자신한테 꼭 맞는 의자를 골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