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부터 시작되는 숲
행사가 시작되기 전 작고 여리여리한 체구의 노인 한 사람이 분주한 스태프들 사이를 거닐며 진두지휘를 하고 있었다. 한국 조경계의 대모 정영선 선생님이었다. 선유도공원, 인천국제공항, 88올림픽공원, 예술의 전당 등 역사와 문화가 깃든 장소의 조경 외에도 최근 피크닉에서 진행한 <정원만들기> 전시 덕분에 젊은 층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그녀다. ‘무빙 가든’은 움직이는 정원이라는 뜻으로 유명한 조경가인 질 클레망이 만든 개념인데, 참가자가 만든 작은 정원이 다시 어딘가에서 뿌리내려 큰 숲을 이루길 바라는 조경가의 바람이 담긴 프로그램이었다. 준비된 바스켓에 흙을 담고 다양한 식물을 심어서 집에 가져갈 수 있는 수업은 정해진 정답 없이 개인의 취향대로 진행됐다. 나만의 작은 정원을 만드는 동안만큼은 모두가 진지한 조경가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정영선 조경가는 “큰 화분에 뭔가를 심어서 가꾸려고 하기보다 작은 식물 하나부터 시작해보세요. 우리가 사는 국토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주세요. 자동차가 사람을 실어 나르듯, 우리는 작은 꽃을 들고 집에 가겠죠. 이 식물들이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라며 행사의 취지를 전했다. 1세대 조경가는 식물에 대한 거창한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에 클래스 초반에 하늘로 흩날렸던 꽃씨처럼 이번에 만든 작은 정원이 지속적으로 퍼져나가길 부탁했다. 주인이 없는 자연이야말로 모두가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정원일 테니 말이다. 클래스 이후에도 집에서 매일 해를 보여주고 물을 주면서 가꾸고 있는 나만의 작은 정원은 이렇게 시작됐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한 포기씩 분갈이를 해서 가까운 주변에 나눠주려고 한다. 공중으로 퍼진 꽃씨처럼 나의 작은 정원 또한 조금씩 퍼져 나가기를 바라며.
깨끗한 환경을 위한 작은 발걸음
오전에 진행한 토크 플로깅은 킨텍스 수변공원을 그룹별로 나누어 가볍게 뛰면서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줍는 시간이었다. 최근 운동과 환경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플로깅이 인기인데, 그냥 지나쳤을 때는 보이지 않던 작은 쓰레기들을 하나씩 줍다 보니 처음에 크게 느껴졌던 비닐봉투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하면 조금 어색하고 민망할 수 있지만 단체로 함께 뛰면서 플로깅을 하다 보면 적어도 내가 지나간 자리만큼은 깨끗해졌다는 자부심마저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본 사람과도 발을 맞추어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전문 러너인 런소영 트레이너를 따라서 걷고 뛰다 보면 초보자들도 가볍게 운동을 즐길 수 있었다. “원래 오래 달리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마라톤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고 전문 러닝 트레이너로 활동하게 됐죠. 플로깅 행사는 2017년 정도부터 하기 시작했는데요, 누구든지 함께 어우러져서 뛰고 쓰레기도 주울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라며 런소영 트레이너가 말했다. 어린이부터 노인분들도 즐겁게 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그녀는 오래 달리는 것이야말로 꾸준히 하면 이룰 수 있는 운동이라며 초보자라면 5km 마라톤 대회를 목표로 조금씩 뛰는 연습을 권했다.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뛰면서 모은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됐지만 친분 있는 지인들과 주말에 한강을 뛰면서 플로깅을 해보고 싶다는 새로운 결심이 생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