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의 편리성에 젖기보다 깊이와 인간미가 느껴지는 책을 펼쳐보자.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영상이 풍부해지면서 점점 더 잊혀져가는 게 있다. 온라인에 흩어져 있는 영상이나 정보를 언제든지 개인의 의지로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해진 것에 비해 신뢰도는 아무도 보증할 수 없는 데 반해 이해와 정보검색의 편리성 때문에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진실된 정보가 왜곡되는 경우도 있다. 정보가 편리해진 만큼 정보를 검증하는 시스템도 발전해야 하는데 온라인이라는 매체는 개방적 구조 때문에 사용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3500BC 타블렛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가진 인쇄매체인 책은 시간과 물류라는 출판 프로세스에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 더 심도 있는 검증이 이루어지고, 판매도 서점을 통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없는 책은 판매되기 아주 어렵다. 종이의 질감과 잉크 냄새를 맡으며, 책을 읽을 때의 쾌감은 형언할 수 없다.
모든 물건이 그렇듯 좋아하고 자주 접하다 보면 보는 눈이 생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지식은 항상 엄청난 힘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사실이기도 하다. 점점 더 전문화된 사회로 바뀌고 있는 지금, 지식의 힘은 실로 지대하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되고 가상 현실이 일반화되고 있는 지금,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시대를 거스른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을 고르다 보면 목차와 서론을 꼭 검토하는 게 중요하다. 저자의 의도가 한눈에 보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논리적으로 구성했는지 보인다. 같은 값이라면 심도가 깊은 책이 도움이 된다. 이미지만 많고 내용이 적은 책 Paperback은 자리만 차지하기 쉽다. 크고 두꺼운 커버의 양장 서적보다는 얇고 크기도 작아 항상 가지고 다니기 쉬운 책이 훨씬 더 좋다. 구매하기 망설여지거나 새로운 책을 접하고 싶다면 도서관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원서로된 책을 읽는 게 더 도움이 된다. 번역책은 역자의 접근에 따라 독자에게 다르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주얼이 발달할수록 감각 위주로 구성된 책은 정보의 깊이도 낮고 생각을 저해하는 요소가 많아 책의 순기능에 반대되는 면에 치중되기도 한다. 잘 기획된 책은 엄청난 시간의 깊이를 통해 구성된 내용을 효율적으로 여러분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책을 출판하는 회사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오랜 시간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어 콘텐츠의 깊이를 중요시한다. 버크호이저, 라르스 뮐러, 펭귄, 엠아이티프레스 등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출판사이다. 다양한 데커레이션으로 집을 꾸밀 수 도 있지만 좋아하는 책으로 공간이 둘러싸여 있다면 이 또한 행운이 아닐까. 유학생활 중 보더스라는 서점에서 책과 커피로 보냈던 주말의 시간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소유하지는 못해도 스케치와 필사를 하며 자유롭게 서점에서 시간을 보냈던 그 공간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책을 좋아하는 분은 좋아하는 저자의 소중한 버전의 에디션을 모으기도 한다. 오래된 책이라면 그 시대의 종이 냄새를 맡으며, 표면에 입체적으로 올라온 활자체를 느끼는 즐거움도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좋아하는 건축가 책의 첫번째 에디션을 구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컴퓨터와 모바일 장비의 평면 스크린에 의존하며, 동영상의 편리성에 젖어 들어가는 요즘 책을 펼쳐보자. 조금 더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겠는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는 시대에 책은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좋아하는 책으로 꾸민 서재야말로 어떠한 장식적 요소보다 아름다우며 윤택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