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과 함께 가는 나리투어 안동 편

경상북도 안동의 역사 힐링 여행

경상북도 안동의 역사 힐링 여행

<메종> 독자를 위해 마련한 특별한 여행.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감성을 따라 떠나는 힐링 여행. 청보리의 녹음이 펼쳐지는 봄에 열리는 나리투어의 목적지는 안동이다.

 

계상고택 사진 박지만

3년 차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 시대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니,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는 자유로운 여행이 언제나 가능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에 나가지 못하니 한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곳을 2년간 많이 다닌 듯하다. 이번에 안동을 투어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답사를 다닐수록 장소성이 가진 역사적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하회 마을, 농암 이현보 선생의 농암 종택, 퇴계 후손의 퇴계 종택, 의성 김씨의 학봉 종택 등 쟁쟁한 가문의 종택이 자리하고, 조선 후기 세도가인 안동 김씨, 안동 권씨, 안동 장씨 등 세도가 집안이 자리잡다 보니 아직도 안동과 관련한 역사 탐방이 내게는 과제다. 광산 김씨 김유가 쓴 음식 조리서인 <수운잡방>, 안동 출신의 장계향이 쓴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 안동 반가에서 내려오는 한글 조리서 <온주법>인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고조리서 3권이 모두 안동에서 탄생했다. 종택이 많다 보니 제사가 많을 수밖에 없고, 지리적인 여건상 내륙 안동만의 독특한 음식과 각 집안의 독특한 소주가 유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동의 매력은 많지만 이번 투어에서는 퇴계 이황의 자취가 남아있는 안동 동측 편을 주로 가보고자 한다.

 

안동에서 봉화로 이어지는 멋드러진 암벽 옆에 자리잡은 고산정

 

한눈에 반한 역사적인 장소, 고산정

퇴계 선생의 제자인 금난수가 지은 정자로 퇴계 선생도 자주 찾아 빼어난 경치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정자는 다시 건축한 것이지만 그 터는 변함이 없으니 맞은편에서 바라보는 풍광이나 정자에서 바라보는 소나무 경치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도산서원 편액. 한석봉의 글씨로 진품은 국학진흥원에 보관되어 있다.

 

교육과 기록의 문화, 도산서원·국학진흥원
성리학 연구의 본산인 도산서원은 선생 생전에 유생을 교육하며 학문을 쌓던 도산서당과 선생 사후에 제자들과 유림이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은 도산서원 영역으로 나뉜다. 쉽게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여행의 시작을 이곳에서 하려고 한다. 학문의 기록과 그 시대의 네트워킹 상징인 한국의 유교책판은 저작물을 만들던 책판으로, 국내 305개 문중과 서원에서 수집하여 제작 과정의 공론화와 함께 사제 간의 학문을 계승한 내용이 수록되었다는 진정성, 시대를 달리한 기록물의 집합, 영구적인 보존을 추구하는 등 유의미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교책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보존계승 유물이자 불교에 <팔만대장경> 경판이 있다면, 사가에서는 네트워킹의 힘과 한국인의 교육열로 탄생된 유교경판이 있을 것이다. 현재 이는 안동 국학진흥원에 보존되어 있다.

 

 

안동 음식

안동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문어, 간고등어, 국수, 헛제사밥 등이다. 지역적인 특성상 해산물이 날 수는 없지만 가공법과 조리법의 개발로 안동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현재의 안동, 선성 수상길
안동 선비 순례길 1코스 중 하나로 안동 호위의 선성 수상길을 걸어볼 수 있다.

 

 

한옥에서의 체험, 계상 고택
퇴계 16대 손의 고택으로 안동댐이 수몰되면서 물 안에 수장되어 있던 것을 건져 남쪽으로 100m 옮겨 지금 위치에 보존되고 있다. 5월이면 앞마당에 펼쳐진 청보리 밭에서 피크닉과 고택에서의 점심을 비롯해 소소한 공연을 즐길 예정이다.

 

 

초여름에 만나요

강변에는 청보리가 피어나고 녹음이 가득한 봄에 진짜 투어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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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리(엔알디자인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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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러 갈래?

다가오는 3월의 새로운 전시 소식

다가오는 3월의 새로운 전시 소식

3월, 놓칠 수 없는 세 가지 전시 소식.

승효상 건축 스케치전 <SOULSCAPE>

건축가 승효상의 건축 드로잉을 만나볼 수 있는 장이 열린다. 오랜 시간 건축에 몸 담아온 그가 선별한 12개의 프로젝트 스케치와 건축 모형 180여 점을 갤러리 508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 “건축가의 드로잉은 생명에 대한 존경과 애정으로 그리는 제안서이자 대본이다”라는 말처럼 선 하나하나에 그곳에 머물 이들을 위한 마음을 담는 고심의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기를.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승효상의 책상이 놓여 있어 그의 작업 풍경 또한 엿볼 수 있다. 3월 12일까지.
TEL 02-6448-5087

 

제이슨 마틴 국내 첫 개인전 <수렴 Convergence>
알렉스 카츠에 이은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두 번째 주인공은 바로 제이슨 마틴. 영국 기반의 현대미술가인 그는 회화에 3차원적이며 조각적인 특징이 두드러지는 독특한 회화 시리즈를 선보이며 회화의 정의와 가능성에 대해 다시금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붓 놀림으로 완성한 신작 알루미늄 회화를 만나볼 수 있다. 붓질이 만들어낸 색의 점층, 미묘하게 얽히는 선 속에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기를. 4월 16일까지.
TEL 0507-1444-1760

 

이브겐 코피 고리섹 <Road to Somewhere>
최근 개관 소식을 알린 가나아트 보광의 첫 전시에서는 이브겐 코피 고리섹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마치 잡지 화보를 보는 듯 독특한 자세와 사진적인 구도가 이색적인데,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기이하고 익살스런 웃음이 더해져 한층 독창적인 인상을 준다. 현대사회의 양면적인 면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작가의 말에 유념하며 기묘한 10가지 초상화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지. 3월 13일까지. TEL 0507-1402-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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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문

강경구 작가의 '다섯 개의 문'

강경구 작가의 '다섯 개의 문'

고백하자면 나는 사람보다는 반려견이 우선인 사람이다. 그 말은 다섯 시간정도 떨어진 고향에 내려갈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주어지기만 하면 고향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기보다 우리 집 반려견 깜지(편집부에서는 근육공주로 통한다)와 시간을 보낸다.

고백하자면 나는 사람보다는 반려견이 우선인 사람이다. 그 말은 다섯 시간정도 떨어진 고향에 내려갈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주어지기만 하면 고향에 있는 지인들을 만나기보다 우리 집 반려견 깜지(편집부에서는 근육공주로 통한다)와 시간을 보낸다. 작년 연말에 꽤 길게 휴가가 주어졌던 터라 늘 그랬듯 깜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우연찮게 SNS로 접한 전시 소식에 마음이 동해 잠시지만 눈물의 이별을 하고서 전시가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는 <각인–한국근현대목판화 100년>. 우리나라 목판인쇄 문화와 목판화 전통의 흐름을 개괄하는 전시로, 목판 인쇄물과 목판화 근대의 인쇄술로 만든 <한성순보> 등의 신문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변모한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김억, 김준권, 안정민, 서상환 작가 등 몇분이고 머무르게 하는 인상 깊은 작품이 많았지만 가장 오래, 몇 번이고 다시 걸음하게 만든 작품은 바로 강경구 작가의 ‘다섯 개의 문’이었다. 실제 문짝으로 사용되던 나무 판자를 도화지 삼아 정교하게 파내 하나의 문당 하나의 초상을 새기는 식의 작품이다. 공재 윤두서의 초상이나 표암 강세황의 초상 등은 물론, 추상적으로 풀어낸 초상과 형상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크기 또한 내 키를 웃돌만큼 정교한 칼질로 파인 나뭇결과 각기 존재감을 발산하는 다섯 개의 작품은 실제 마주하는 순간 그 위용이 어마무시하게 느껴졌다. 오랜 시간 칼을 들고서 우직하게 파내려간 강경구 선생의 시간과 땀의 결실이 새겨진 문을 여는 순간 마주할 수 있으리란 착각이 일었던 것일까. 가까이서 그리고 멀찍이 서서 하염없이 선생의 손이 탄 작품을 응시할 수 밖에 없었다. 미술관을 나서며 아름답게 지는 노을을 보면서도 예술로 승화된 다섯 개의 문을 미처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했을 만큼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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