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예술과 혁신을 추구해 온 루이비통의 근간은 작업 공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랜드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손에 쥘 수 있는 제품의 형태로 만드는 것은 메이커, 바로 장인들이다. 이미 과거의 역사가 증명하듯 프랑스는 장인을 왕처럼 모시는 나라였고, 루이비통 역시 장인 정신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계승해 혁신을 이루어왔다. 루이 비통은 공방의 입지를 선정할 때도 오직 재능만을 고려한다고 말한다. 세대에 걸쳐 전수된 재능을 지닌 장인이 있는 곳이라면 루이 비통의 공방이 들어서기에 충분했다. 공방에서 일하는 인원은 보통 300명을 넘지 않으며 이들은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서로 협력하고 기술을 전수하며 자신들의 공방을 유지하고 있다. <루이비통 작업 공방>은 공방에 대한 긴 설명 대신 공방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장인들의 생생한 작업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페이지를 가득 메운 사진에는 루이 비통이 그토록 중시해 온 혁신과 장인 정신이 투영돼 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놀라운 건물과 그 안에서 일하는 놀라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글귀의 의미를 비로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니에르 공방
파리 외곽에 위치한 아니에르 지역에는 루이 비통의 특별 주문을 담당하는 아니에르 Asnières 아틀리에가 있다. 1859년에 지어진 역사 깊은 이곳은 당시 가장 현대적인 건축 원칙에 따라 설계됐고 금속과 유리 소재를 사용해 구스타브 에펠 Gustave Eiffel 스타일로 지어졌다. 1905년 프랑스 탐험가 피에르 사보느량 드 브라자의 아프리카 탐험을 위한 침대 트렁크 Trunk Bed를 비롯해 세계적인 문호와 작가,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예술 인사들을 위한 트렁크부터 이들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여온 아니에르 공방. 이곳에서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의 장인들이 그때와 마찬가지로 루이 비통의 트렁크 제품을 만들고 있다. 나폴레옹 3세 시대부터 사용해온 기술과 도구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아니에르 공방의 장인들은 문화예술 공로 훈장을 받을 만큼 기술 전승을 위해 헌신하고 있으며 이들이 160년 넘게 세대를 걸쳐 사용해온 도구는 시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라 파브리끄 뒤 떵
스위스 제네바 시계 공방
‘여행 예술’에서 영감을 받은 루이 비통은 2002년 첫 시계 컬렉션인 땅부르 Tambour를 선보이며 시계 제작 분야에서도 명성을 굳건히 다졌다. 루이 비통의 타임피스 컬렉션은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라 파브리끄 뒤 떵 La Fabrique du Temps 공방에서 제작된다. 루이 비통은 각 공방의 전문 인력을 중요하게 생각해 시계 제품의 공방에 가장 적합한 위치를 찾아냈다. 약 4000m²에 이르는 라 파브리끄 뒤 떵 공방에서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 메이커와 다이얼 메이커, 무브먼트 컨스트럭터 등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시계 전문가들이 서로 협업하고 있다. ‘내일을 상상하고 미래를 만든다’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이곳 시계 공방은 연구 개발뿐만 아니라 새롭고 독창적인 미래의 시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밝은 빛이 드는 현대식 건축물에 있는 시계 공방은 건축적인 계단에서도 느껴지듯 시계 장인들의 열정과 창의성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왠지 이곳의 시간은 다른 곳보다도 더 예술적으로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다.
피에쏘 다르티코
슈즈 공방
프랑스 브랜드라는 자부심이 강한 루이 비통이지만 슈즈 공방만큼은 이탈리아를 택했다. 루이 비통은 1998년 슈즈 카테고리를 론칭할 당시 이탈리아 피에쏘 다르티코 Fiesso d’Artico 지역에 슈즈 디자인 개발 및 제작을 맡을 기지를 건립했고, 2009년에 슈즈 공방을 오픈했다. 첫 드로잉부터 슈즈 하나가 완성되기까지는 최대 8개월이 걸릴 정도로 섬세한 작업을 요하는 슈즈 제작은 봉재를 비롯해 150~200가지의 세분화된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런 섬세한 작업을 위해 건축가 장-마크 산드롤리니 Jean-Marc Sandrolini는 1만4000m²가 넘는 부지에 루이비통의 구두 상자에서 영감을 받은 공방을 설계했다. 높이 7.5m의 평행육면체 형태의 건물은 정면의 출입구에 심어진 20m가 넘는 포플러 나무들 덕분에 한층 더 자연적으로 보인다. 스테인리스 스틸 그물 구조가 내부를 보호하고 햇빛으로 인한 눈부심을 줄여주며 절연 벽면, 태양 패널, 고성능 건물 표면, 열에너지 수요의 95%를 해결하는 지열 난방 시스템 등 루이비통의 아틀리에 중에서도 그린 빌딩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배출된 공기를 다시 건물 안으로 유입해 겨울철 에너지 손실을 없애는가 하면 정원 양쪽에 세워진 기둥에 빗물을 모아 저장한 후 재사용해 물의 낭비 또한 줄였다.
뒤시 공방
루이 비통 공방 중에는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곳이나 멋진 자연경관을 지닌 곳에 세워진 아틀리에도 있다. 2000년과 2006년에 각각 문을 연 뒤시 Ducey 지역의 공방이 그중 하나다. 가죽 제품 중에서도 시티백과 런웨이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독창적인 아이템 그리고 개인 맞춤 제품을 제작하는 이곳은 몽생미셸 근처에 위치한다. 프랑스 노르망디 바다에 둘러싸인 고대의 요새 몽생미셸은 조수간만의 차로 섬과 육지로 변하는 매력적인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생 오베르의 환상에 나타난 성 미카엘의 지시에 따라 세워진 장소로 종교의 순례지이기도 하다. 루이 비통의 뒤시 공방에서는 이처럼 몽생미셸의 장관을 바라볼 수 있는 것으로 특히 유명하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작업을 하다 잠시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봤을 때 아름다운 몽생미셸의 풍경이 보인다면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생길 듯하다.
보리유 쉬르 레이용
프랑스 서부 보리유 쉬르 레이용 Beaulieu-sur- Layon에 자리한 루이 비통 공방은 프랑스에 있는 16번째 아틀리에다. 신속하게 생산하고 프로세스를 민첩하게 조율할 수 있도록 고에너지 효율을 갖춘 것이 특징이며, 이 공방에는 300명의 장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6000m²의 규모의 차세대 공방은 다양한 생산 단계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고성능 모듈식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세로로 긴 유리 창문과 완만한 경사의 나무 지붕이 만나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풍긴다. 보리유 쉬르 레이용 공방은 다른 여타의 루이비통 공방과 마찬가지로 독보적인 루이 비통 가죽 장인들의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