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좋아하지만 막상 유아적인 느낌이 강하거나 내가 키우는 개와 다른 종류의 개를 들이는 일이 왠지 내키지 않아 개 모티프의 아이템을 구입하기가 늘 망설여졌다. 그런데 페로탕 서울에서 <Alone with Everybody> 전시 중인 스스무 카미조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런 작품 하나 정도는 집에 걸어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4년부터 그린 푸들로 주목받은 스스무 카미조는 애견미용사가 직업인 애인이 일하는 모습을 보다 푸들의 형상을 흥미롭게 느꼈고, ‘복슬복슬’하고 ‘선명한 색’을 사용해 푸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설명만 듣고 작품을 봤을 때 단숨에 푸들의 형태가 읽혀지지 않아 당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이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다. 분명히 또렷한 푸들의 형태는 아니지만 신기하게 작품 속에서 푸들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눈과 코는 어디에 있을까, 입은 다문 것일까, 어떤 표정일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그림을 보고 있으면 결국 관람객들 자신만의 푸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채로운 컬러와 단순한 형태, 해체주의의 면모 또한 엿볼 수 있는 스스무 카미조의 작품은 그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빌럼 드 쿠닝, 필립 거스턴 그리고 프란시스 베이컨의 스타일을 반증한다. 첫 내한 전시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5월 26일까지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