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있는 오페라

로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오페라'투란도트'

로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오페라'투란도트'
로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는 여전히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세계의 현실을 예술의 이름으로 투한다. 아이 웨이웨이의 무대장치와 우크라이나 출신의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 역시 그 무게감을 더한다.
오페라 <투란토트> 무대의 한 장면. ©Fabrizio Sansoni
해외여행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는 지금, 오페라가 있는 곳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공연 예술가들이야말로 지난 2년 동안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응축된 에너지를 불태울 무대를 기다려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유명 오페라하우스가 밀린 일정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부터 4월, 139년의 역사를 지닌 로마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아이 웨이웨이가 무대 디자인과 의상을 맡은 <투란도트>를 무대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푸치니의 미완의 유작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휘자와 작곡가들이 결말을 보완하여 푸치니의 사후 2년 후인 1926년 밀라노에서 초연을 올렸고, 오늘날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오페라곡이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주인공 투란도트 공주가 수수께끼 세 개를 내고 이를 맞히는 자와 결혼하겠다는 공약을 내거는데, 실패하면 목숨을 잃는다는 조건이다. 한 왕자가 도전했다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 나타난 아름다운 투란도트의 모습에 반한 또 다른 왕자 타타르의 칼라프가 과감하게 이 수수께끼에 응한다. 사실 그녀가 피의 게임을 시작한 건 과거 타타르가 중국을 침범했을 때 로랭 공주를 범하고 죽인 것에 대한 복수다. 이후 타타르는 중국에 의해 망하게 되고, 이국을 떠돌던 왕자가 게임에 응한 것이다. 세 개의 퀴즈를 독자들도 맞춰보자. 첫째, 어둠 속에 나타나는 모두가 원하는 환상, 밤마다 나타났다 다음 날이 되면 사라지는 것은? 둘째, 불꽃처럼 타오르다 죽을 때면 차가워지는 석양처럼 붉은 것은? 셋째, 당신을 불 붙이는 얼음은? 정답은 희망, 피 그리고 투란도트다. 게임에 진 투란도트 공주가 결혼을 거부하고, 이번에는 칼 라프 왕자가 제안을 한다.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내 이름을 맞히지 못하면 자신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진행한 아이 웨이웨이의 개인전 <해바라기 씨>. © wikimedia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라” 하고 외치는 투란도트의 가장 인기 있는 테마곡 ‘네 순 도르마’는 바로 이 부분의 하이라이트다. 결국 공주와 왕자의 사랑과 화합으로 마무리되는 이 장대한 스토리에 아이 웨이웨이는 무대장치와 의상을 통 해 오늘날의 현실을 투영한다. 총을 든 경찰, 마스크 및 보호장비를 착용한 의료진 무리, ‘국경을 허하라’는 구호가 새겨진 철조망, 이 모두는 1920년대 유럽인들의 상상 속에 그려진 중국을 2020년대 현실의 중국으로, 나아가 원한과 갈등으로 얼룩진 세계화의 현실로 불러일으키는 장치다. 게다가 오페라의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 Oksana Lyniv가 우크라이나 출신이니 이 무대가 겨냥하는 현실의 비극은 더 큰 무게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건 아이 웨이웨이가 젊은 시절 <투란도트> 무대 위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 웨이웨이의 대표작인 <나무> 2010. © wikimedia
1987년 뉴욕 오페라하우스에서 <투란도트> 공연이 열렸을 때다. 아직 냉전이 존재하던 시기, 천안문 사태라 불리는 중국의 자유화 물결이 일어나기 전, 젊은 중국인 아이 웨이웨이는 고국을 떠나 미국에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 하는 학생이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참여했던 무대에, 25년이 지난 후 예술감독으로 서게 된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많은 것이 변했지만 인간이 저지르는 정치적 과오는 여전히 남아 있는 이 시대에 말이다. 그도 간이 오페라를 만든 적이 있는데 2011년 중국 정부에 의해 비리에 구금되고  가석방된 후 자신의 심판을 재현한 영상에 중국의 전통 오페라 음을 붙인 7시간 길이의 <천국과 지구>(2014)이 바로 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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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writer 김영애(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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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물든 부산

예술의 파도가 몰아친 제 11회 아트부산

예술의 파도가 몰아친 제 11회 아트부산
부산에 예술의 파도가 몰아쳤다. 제11회 아트부산을 맞아 롯데아트페어, 루이 비통 사부아 페어, 부산시립미술관, 조현화랑에서도 문화 축제가 펼쳐져 전국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조현화랑 두 개의 전시 공간에서는 숯을 이용하는 블루칩 미술가 이배의 개인전이 7월 3일까지 열린다.
 
아트부산의 포트 스폿으로 등극한 미국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8.7m 길이의 작품. © David Hockney
아트부산 Art Busan은 휴양지를 미술작품으로 물들이는 아트바젤 마이애미 Art Basel Miami에 비견되며 부산의 미술 축제를 이끌고 있다. 국제적 아트 페어뿐 아니라 바다 풍경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올해도 부산을 찾은 것. 아트부산 11회를 맞아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미술을 넘나드는 디자인에 대한 관심, VVIP를 위한 프로그램 확장, NFT에 대한 호기심 등을 주목할 만하다. 미술 애호가라면 디자인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트부산은 공간, 조명, 컬러, 가구, 라운지 등 관람객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아트부산 정석호 실장은 특히 VIP, VVIP 라운지 입구에 설치한 프랑스 디자이너 장 프루베 하우스가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6×6 데문터블 하우스 Demountable House’는 장 프루베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피난민의 거주를 해결하기 위한 조립식 주택입니다. 당 시 400개가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몇 개 남아 있지 않아 가치가 높아요.” 라운지의 수려한 디자인뿐 아니라 메인 통로에도 10m 길이의 그린 컬러 벤치를 2개 설치해 관람의 편의를 위한 파격적인 투자를 했다. 부스 디자인에도 여러 갤러리에서 참신한 도전을 시도했다. 리안갤러리는 단색화 작품과 잘 어울리는 이광호 작가의 오브제 작품으로 부스를 구성했으며, 카비넷 갤러리 역시 미술작품과 피트 헤인 에이크, 안드레 소르네의 가구를 배치해 인기 부스 로 등극했다. 학고재, 파운드리 서울, 우손갤러리, 갤러리구조 등은 북유럽 가 구를 부스에 배치해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다.  
제1회 롯데아트페어에서 첫 선을 보인 알레시와 미술가 박서보의 협업 와인오프너.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뼈 조각으로 만드는 미술가 이형구의 전시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8월 7일까지 열린다.
고객과의 논의를 위한 가구이지만 작품과 잘 어울리고, 갤러리의 안목을 보여주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트바젤과 같은 대형 페어에서도 부스에 어떤 가구를 비치할 것인지 고심 한다고 한다. 주연화 홍익대 예술경대학원 교수는 미술 시장이 확장됨에 따 라 미술의 역사적, 사회적 가치와 더불어 장식적 가치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했다. “컬렉션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수집가를 타깃으로 해 아트부산과 참가 갤러리 역시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갤러리 스탠이 젊은 작품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강한 컬러로 채색했고, 아라리오 갤러리가 에르코 조명을 사용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에르코 조명은 고가이고, 조명 디자인은 눈에 띄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몇몇 갤러리에서 조명에도 투자해 전시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점은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에디트 갤러리는 아예 부스가 집처럼 보일 수 있도록 컬러와 가구 배치, 공간디자인에 노력을 기울다. 에디트의 유재현 디렉터는 아트바젤이 열리는 기간에는 인근에서 디자인 마이애미 Design Miami가, 프리즈 Freize 기간에는 패드 PAD 디자인 페어가 열리는 것과 같이 제1회 롯데아트페어가 시그니엘 에서 열린 점을 높이 평가했다. 롯데아트페어는 미술, 공예, 디자인을 고루 다루었는데, 공예와 디자인 섹션이 인기 있었다. 미국 미술가 케니 샤프의 아트 상품, 독일 트롤리 브랜드 보드바의 대표 상품, 이탈리아 디자이너 클레토 무나리의 디자인 작품, 미국 디자이너 구스타프 스티클리의 작품은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력을 갖추었다.    
아트부산에 참여한 에디트 한남은 마치 집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선사하기 위해 부스에 마루를 깔고 가구를 설치하는 등 공간 디자인에 공을 들다.
해운대 아이파크에서는 루이 비통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감상할 수 있는 사부아 페어 Savoir-Faire 행사가 VIP를 대상으로 열렸다. 부산에서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경험 할 수 있다는 것은 미술 축제를 충분히 만끽한 이들에게 또 다른 활력이 된다. 아트부산이 열린 벡스코 바로 인근에는 부산시립미술관과 조현화랑이 특별 전시를 마련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미술가 이형구 개인 전으로 중견 작가의 재발견을 이끌어냈다. 이형구의 초기작에서부터 신작까지 두루 소개하기에 몸을 대상으로 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심층적으로 이해 할 수 있었다. 전시 구성과 디스플레이의 수준이 대단히 높아 서울의 미술관 도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조현화랑은 대표의 남편이 박형준 부산시장이기 때문에 이번 아트부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두 개의 전시 공간 조현화랑 해운대와 달맞이에서 미술가 이배의 대형 전시를 동시에 열어 부산 대표 화랑의 자존심을 과시했다. 해운대 전시장에서는 작은 작품을 출품해 초보 미술 애호가를 배려했고, 달맞이에서는 새로운 전시장까지 확장해 작가의 힘을 보여주었다. 특히 달맞이 전 시장을 통째로 감싼 종이 위에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린 작품은 전시가 끝난 후에는 철거할 예정이라고 하니 아쉬움을 자아낸다. 이처럼 부산 전체가 축제 분위기가 된 것은 아트부산의 공로다.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남녀노소 재미있 게 즐길 수 있는 전시와 행사가 부산의 봄을 뜨겁게 달구었다. 지난 3월, 아트 바젤ㆍUBS가 발표한 <2022 아트마켓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이 현대미술 경매 세계 5위에 올랐다. 아트페어와 갤러리 전시도 이처럼 상승 추세이니 조만간 한국 미술 시장 1조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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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아트부산, 롯데아트페어, 조현화랑, 부산시립미술관
writer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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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무의 푸들

푸들의 형상 스스무 카미조의 작품

푸들의 형상 스스무 카미조의 작품
개를 좋아하지만 막상 유아적인 느낌이 강하거나 내가 키우는 개와 다른 종류의 개를 들이는 일이 왠지 내키지 않아 개 모티프의 아이템을 구입하기가 늘 망설여졌다.
 
‘Far Away Eyes’ 2022, Flashe Vinyl Paint and Pastel Pencil on Canvas, 160×132cm. photo: Dan Bradi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개를 좋아하지만 막상 유아적인 느낌이 강하거나 내가 키우는 개와 다른 종류의 개를 들이는 일이 왠지 내키지 않아 개 모티프의 아이템을 구입하기가 늘 망설여졌다. 그런데 페로탕 서울에서 <Alone with Everybody> 전시 중인 스스무 카미조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런 작품 하나 정도는  집에 걸어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4년부터 그린 푸들로 주목받은 스스무 카미조는 애견미용사가 직업인 애인이 일하는 모습을 보다 푸들의 형상을 흥미롭게 느꼈고, ‘복슬복슬’하고 ‘선명한 색’을 사용해 푸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설명만 듣고 작품을 봤을 때 단숨에 푸들의 형태가 읽혀지지 않아 당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이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다. 분명히 또렷한 푸들의 형태는 아니지만 신기하게 작품 속에서 푸들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눈과 코는 어디에 있을까, 입은 다문 것일까, 어떤 표정일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그림을 보고 있으면 결국 관람객들 자신만의 푸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채로운 컬러와 단순한 형태, 해체주의의 면모 또한 엿볼 수 있는 스스무 카미조의 작품은 그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빌럼 드 쿠닝, 필립 거스턴 그리고 프란시스 베이컨의 스타일을 반증한다. 첫 내한 전시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5월 26일까지 진행한다.  
‘Call Me Again’ 2022, Flashe Vinyl Paint and Pastel Pencil on Canvas, 132×160cm. photo: Dan Bradi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Gentle Mind’ 2022, Flashe Vinyl Paint and Pastel Pencil on Canvas, 160×132cm. photo: Dan Bradi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Cozy Royal’ 2022, Flashe Vinyl Paint and Pastel Pencil on Canvas, 60.9×50.8cm. photo: Dan Bradica.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4 Cozy Royal, 2022. Flashe vinyl paint and pastel pencil on canvas. 60.9 × 50.8 cm | 24 × 20 in. Photo: 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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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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