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예술의 파도가 몰아쳤다. 제11회 아트부산을 맞아 롯데아트페어, 루이 비통 사부아 페어, 부산시립미술관, 조현화랑에서도 문화 축제가 펼쳐져 전국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조현화랑 두 개의 전시 공간에서는 숯을 이용하는 블루칩 미술가 이배의 개인전이 7월 3일까지 열린다.
아트부산의 포트 스폿으로 등극한 미국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8.7m 길이의 작품. © David Hockney
아트부산 Art Busan은 휴양지를 미술작품으로 물들이는 아트바젤 마이애미 Art Basel Miami에 비견되며 부산의 미술 축제를 이끌고 있다. 국제적 아트 페어뿐 아니라 바다 풍경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올해도 부산을 찾은 것. 아트부산 11회를 맞아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미술을 넘나드는 디자인에 대한 관심, VVIP를 위한 프로그램 확장, NFT에 대한 호기심 등을 주목할 만하다. 미술 애호가라면 디자인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아트부산은 공간, 조명, 컬러, 가구, 라운지 등 관람객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아트부산 정석호 실장은 특히 VIP, VVIP 라운지 입구에 설치한 프랑스 디자이너 장 프루베 하우스가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6×6 데문터블 하우스 Demountable House’는 장 프루베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피난민의 거주를 해결하기 위한 조립식 주택입니다. 당 시 400개가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몇 개 남아 있지 않아 가치가 높아요.” 라운지의 수려한 디자인뿐 아니라 메인 통로에도 10m 길이의 그린 컬러 벤치를 2개 설치해 관람의 편의를 위한 파격적인 투자를 했다. 부스 디자인에도 여러 갤러리에서 참신한 도전을 시도했다. 리안갤러리는 단색화 작품과 잘 어울리는 이광호 작가의 오브제 작품으로 부스를 구성했으며, 카비넷 갤러리 역시 미술작품과 피트 헤인 에이크, 안드레 소르네의 가구를 배치해 인기 부스 로 등극했다. 학고재, 파운드리 서울, 우손갤러리, 갤러리구조 등은 북유럽 가 구를 부스에 배치해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다.
제1회 롯데아트페어에서 첫 선을 보인 알레시와 미술가 박서보의 협업 와인오프너.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뼈 조각으로 만드는 미술가 이형구의 전시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8월 7일까지 열린다.
고객과의 논의를 위한 가구이지만 작품과 잘 어울리고, 갤러리의 안목을 보여주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트바젤과 같은 대형 페어에서도 부스에 어떤 가구를 비치할 것인지 고심 한다고 한다. 주연화 홍익대 예술경대학원 교수는 미술 시장이 확장됨에 따 라 미술의 역사적, 사회적 가치와 더불어 장식적 가치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했다. “컬렉션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수집가를 타깃으로 해 아트부산과 참가 갤러리 역시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갤러리 스탠이 젊은 작품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강한 컬러로 채색했고, 아라리오 갤러리가 에르코 조명을 사용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에르코 조명은 고가이고, 조명 디자인은 눈에 띄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몇몇 갤러리에서 조명에도 투자해 전시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점은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에디트 갤러리는 아예 부스가 집처럼 보일 수 있도록 컬러와 가구 배치, 공간디자인에 노력을 기울다. 에디트의 유재현 디렉터는 아트바젤이 열리는 기간에는 인근에서 디자인 마이애미 Design Miami가, 프리즈 Freize 기간에는 패드 PAD 디자인 페어가 열리는 것과 같이 제1회 롯데아트페어가 시그니엘 에서 열린 점을 높이 평가했다. 롯데아트페어는 미술, 공예, 디자인을 고루 다루었는데, 공예와 디자인 섹션이 인기 있었다. 미국 미술가 케니 샤프의 아트 상품, 독일 트롤리 브랜드 보드바의 대표 상품, 이탈리아 디자이너 클레토 무나리의 디자인 작품, 미국 디자이너 구스타프 스티클리의 작품은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력을 갖추었다.
아트부산에 참여한 에디트 한남은 마치 집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선사하기 위해 부스에 마루를 깔고 가구를 설치하는 등 공간 디자인에 공을 들다.
해운대 아이파크에서는 루이 비통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감상할 수 있는 사부아 페어 Savoir-Faire 행사가 VIP를 대상으로 열렸다. 부산에서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경험 할 수 있다는 것은 미술 축제를 충분히 만끽한 이들에게 또 다른 활력이 된다. 아트부산이 열린 벡스코 바로 인근에는 부산시립미술관과 조현화랑이 특별 전시를 마련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미술가 이형구 개인 전으로 중견 작가의 재발견을 이끌어냈다. 이형구의 초기작에서부터 신작까지 두루 소개하기에 몸을 대상으로 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심층적으로 이해 할 수 있었다. 전시 구성과 디스플레이의 수준이 대단히 높아 서울의 미술관 도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조현화랑은 대표의 남편이 박형준 부산시장이기 때문에 이번 아트부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두 개의 전시 공간 조현화랑 해운대와 달맞이에서 미술가 이배의 대형 전시를 동시에 열어 부산 대표 화랑의 자존심을 과시했다. 해운대 전시장에서는 작은 작품을 출품해 초보 미술 애호가를 배려했고, 달맞이에서는 새로운 전시장까지 확장해 작가의 힘을 보여주었다. 특히 달맞이 전 시장을 통째로 감싼 종이 위에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린 작품은 전시가 끝난 후에는 철거할 예정이라고 하니 아쉬움을 자아낸다. 이처럼 부산 전체가 축제 분위기가 된 것은 아트부산의 공로다.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남녀노소 재미있 게 즐길 수 있는 전시와 행사가 부산의 봄을 뜨겁게 달구었다. 지난 3월, 아트 바젤ㆍUBS가 발표한 <2022 아트마켓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이 현대미술 경매 세계 5위에 올랐다. 아트페어와 갤러리 전시도 이처럼 상승 추세이니 조만간 한국 미술 시장 1조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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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아트부산, 롯데아트페어, 조현화랑, 부산시립미술관
writer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