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어디론가 떠나야만 휴가인가. 도심에서도 책과 음악, 영화만 있다면 휴가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해 추천 스폿 네 곳을 찾았다.
이토록 멋스러운 만화책방
그래픽
소라, 케이크, 작은 모래성처럼 보이는, 간판 하나 걸지 않은 건축물이 한갓진 이태원 골목에 들어섰다. 의류매장이나 편집숍이지 않을까 추측했지만, 이곳이 만화책과 그래픽 노블(만화형 소설)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독립 서점이라는 데서 무색하게 허물어졌다. 안으로 들어서면 1층부터 3층까지 뚫려 있어 천장에서 내려오는 햇빛 덕분에 편안하면서도 왠지 경건한 느낌도 든다. 어두침침했던 만화책방의 기억을 걷어내는 순간이다. QR코드로 입장료를 내면 본격적으로 이곳을 이용할 수 있다. 입장료는 1만 5천원. 마음껏 책을 본 뒤 원하는 책이 있으면 구입할 때 1만원을 적립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곳의 대표는 만화책과 그래픽 노블 덕후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나날이 증가하면서 동네 서점 뿐만 아니라 이름 있는 대형서점도 문을 닫고 있는 요즘이지만, 특정 분야의 서적에 꽂힌 이들, 술 한잔하며 만화책을 즐기고 싶은 이들, 쾌적한 공간에서 마음껏 만화를 보고 싶은 열망을 지닌 이들이라면 그래픽을 방문할 이유가 충분하다.
나선형 구조의 벽면을 따라 꼭 봐야할 명작으로 손꼽히는 만화책과 그래픽 노블, 마블/ DC와 독일의 유명한 출판사인 타셴의 아트북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겉면에는 보호 비닐이 씌워져 있지만 책의 내용을 즉시 열람할 수 있다는 점도 짜릿하다. 특히 패션, 인테리어, 타투, 퀴어 아트 등 다채로운 분야를 완성도 있게 소개하고 있는 타셴의 아트북은 대표가 꼭 소개하고 싶어 공을 들였다. 소장 가치 높은 아트북도 원하는 시간만큼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다니! 층마다 다르게 구비한 책들을 보고 있으면 무엇부터 봐야 할지 가슴이 두근두근해진다. 여기저기 배치된 의자에 앉아 위스키 한잔에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간다.
TEL 070-4070-0204
그래픽의 추천 만화책 3
신들의 봉우리
다나구치 지로가 각색한 걸작으로 산에 목숨 걸고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사내들의 이야기를 극한의 리얼리티로 담아냈다. 고도의 집중력과 에너지를 쏟게 만들어 하루에 한 권씩 읽는 것을 추천한다. 고산의 고도감과 자연의 위대함이 작은 네모 칸의 그림만으로도 느껴져 등골이 서늘해진다.
마라톤 1년 차, 2년 차
타카기 나오코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마라톤 도전기다. 약골이었던 나오코가 마라톤에 입문하면서 풀코스 마라톤까지 도전한다는 이야기로 완주 후에는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는데, 그 상쾌함과 만족감이 실제 사진으로 표현돼 더 재미있다. 여름밤에 상쾌함을 던져줄 만화책.
REN HANG
우울증으로 스스로 삶을 끝낸 베이징 출신의 사진작가 렌 항의 사진집으로 그래픽의 모든 멤버는 이 책을 지금까지 본책 중 가장 수위가 높다고 꼽았다. 온통 누드와 남녀의 성기를 적나라하게 찍었지만 억압과 통제가 심한 자국에서 그의 사진은 뜨거운 여름 햇빛만큼 도전적이다.
음악으로 떠나는 여행
뮤직스페이스 음
BCHO 조병수 건축가가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서촌 온그라운드. 처음에는 비영리 갤러리였고, 지금은 카페를 겸하고 있으며, 100년 된 적산가옥을 최대한 살린 건축을 둘러보는 것이 마치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다. 지상의 공간을 충분히 감상했다면 지하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온그라운드 지하에 생긴 뮤직스페이스 음 Eum은 비밀스러운 나만의 음악 감상실 같다. 실제로 조병수 건축가의 개인 음악 감상실이자 큰 테이블을 두고 회의했으며, 이곳의 DJ이기도 하고 음악에 조예가 깊은 을유문화사 정상준 편집주간의 권유로 대중에게 오픈했다. LP를 비롯해 스피커나 음악기기는 물론 가구나 조명 등도 갖고있던 것으로 채웠는데, 모든 것이 원래 이곳을 염두에 두고 구입한 것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지하로 내려와 입구에 들어서면 오래전부터 모아온 LP에서 나는 정겨운 냄새와 거대한 독일 클랑필름, 미국의 알텍 스피커가 시선을 압도한다. 화천 이외수 문학관, 헤이리 카메라타 남해 사우스케이프, 부산 f1963, 서울 퀸마마마켓, 서촌의 ‘막’집 등을 설계한 조병수 건축가의 공간답게 인위적이지 않고 편안하다.
천장은 오동나무 패널로 마감했는데, 부드러운 성질의 오동나무와 패널 사이의 틈새가 자연스럽게 흡음 역할을 한단다. 여기에 평행하지 않은 곡선의 공간과 가구 덕분에 음이 튀거나 공명하지 않아 최적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LP를 고르고 있는 조병수 소장에게 언제부터 LP를 듣고 모았는지 묻자 “우리 젊을 때는 이런 거만 들었지”라는 여유로운 대답에서 멋이 느껴졌다. 바 코너에서는 주류를 판매하는데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술 한잔이 빠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후 7시부터 DJ 플레이를 진행하고 신청곡도 받는다. 특별한 휴가는 멀리있지 않다. 오직 음악소리만이 다닐 수 있을 것처럼 촘촘하게 빈티지 가구를 채운 뮤직스페이스 음에 앉아 있으면 유럽이나 도쿄의 어느 살롱으로 순간이동한 듯 몽환적이다. 재생 건축의 대가이기도 한 조병수 건축가는 이곳에서 건축물이 간직한 오래된 기억 위에 음악을 덧입히고 있다.
TEL 02-720-8260
조병수 건축가의 추천 LP
이브 몽탕
불어가 주는 부드러운 느낌, 그러면서도 특유의 흥을 느낄 수 있는 이브 몽탕의 앨범으로 듣고 있으면 흥이 나고 즐거워져서 좋아한다. 큰 스피커를 통해 들으면 말소리의 맛까지 느낄 수 있어서 더 매력적이다.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FOREVER>
젊은 시절의 샤를로트 갱스루브가 아버지와 같이 부른 앨범이다. 이제 성공한 뮤지션이자 배우이지만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 그녀의 어떤 순수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한다.
서점으로 떠나는 여행
애술린 서울
1994년, 파리에서 첫 시작을 알린 프랑스 명품 서적 브랜드 애술린은 프로스퍼와 마틴 애술린 부부의 예술적 감성을 통해 펼쳐지는 현대적인 스타일의 책을 비롯해 문화와 예술, 여행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오브제를 소개한다. 국내에는 2012년 도산공원에 상륙해 올해로 론칭 10주년을 맞이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쳐 새롭게 단장했다. 특히 런던 피카딜리에 위치한 메종 애술린 런던에서 시작된 ‘상류층 칵테일 라운지, 스완즈 바 SWANS Bar’가 더해져 책과 함께하는 문화적 감성을 담은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 애술린 코리아의 한영아 대표는 책을 통해 문화적 경험으로 들어가는 흐름을 강조한 동선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입을 뗐다. “이를테면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전면에 자리한 커다란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트래블 시리즈는 모로코부터 카프리, 마이애미 등 이국적인 여행지로 우리를 안내해요. 흠뻑 적실 정도로 컬러풀한 애술린 특유의 색으로 이곳을 찾은 방문객을 새로운 여행지로 초대하죠.”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인 애술린 서울은 샹들리에, 지구본, 망원경, 돛단배, 인체 조각품 등의 이국적인 오브제가 곳곳에 전시되어 풍성함을 더했다.
또한 가장 큰 변화인 스완즈 바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들의 부러움을 살만큼 유유히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들을 일컫는 제트세터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며 그들이 즐겨 마시는 드링크인 에스프레소 마티니와 애술린의 창업자인 프로스퍼 애술린의 특별한 레시피로 제조한 프로스퍼 피스코 사워 등의 칵테일로 인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소가 되어준다. “달콤하면서도 유혹적인 애술린의 시그니처 칵테일을 즐기며 1950~60년대 문화를 리드했던 제트세터의 숨겨진 화려한 이야기를 담은 <스완즈> 책자도 만나볼 수 있어요.” 한영아 대표가 설명했다. 제트세터가 실제 즐겨 마시던 칵테일과 함께 그들의 여유로운 생활을 생생히 담은 <스완즈>를 읽노라면 조금이라도 여행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을까. 차갑고 달콤쌉싸래한 칵테일을 즐기며 나만의 작은 사치가 충만한 새로운 문화로의 여행을 제안한다.
TEL 02-516-0316
애술린의 추천 아트북과 음료
스완즈 Swans
1950~70년대 비행기와 요트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해외여행을 다니는 특권을 누린 제트세터의 다양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프로방스 글로리 Provence Glory
세잔, 반 고흐, 마티스, 피카소 등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한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프로방스에 관한 그림과 글 그리고 멋진 사진이 가득하다.
산트로페 솔레이 St. Tropez Soleil
반짝이는 모래의 유혹과 타는 듯한 지중해의 태양을 즐기기 위해 많은 유명 인사가 몰려든 프랑스 리비에라에 위치한 산트로페. 그곳의 스토리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전개한 책이다.
에스프레소 마티니
보드카 베이스에 에스프레소 크레마를 올려 크림 같은 질감이 특징인 에스프레소 마티니. 달콤쌉싸름한 맛으로 시작해 품격 있는 에스프레소의 잔향으로 마무리되는 칵테일이다.
네그로니
이탈리아 네그로니 백작에서 유래한 칵테일로 캄파리의 쌉싸래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스위트버무스, 마지막으로 상큼한 향의 오렌지 필로 마무리하여 입안에 부드럽게 감돌면서 살짝 자극적인 맛이 매력적인 칵테일이다.
풍성한 사운드로 즐기는 시네 바캉스
오르페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음악가이자 시인, 연주가이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세상을 감동시킨 매력적인 인물인 오르페오에서 이름 따온 하이엔드 사운드 시어터 오르페오. 오르페오는 하이엔드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음악영화와 클래식, 오페라 공연 실황 등 다양한 콘텐츠를 사실에 가까운 소리로 재현해내는 프라이빗한 상영 라운지다. 34개의 덴마크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스테인웨이 링돌프의 스피커가 실황의 현장감과 영화의 배경음악을 보다 생생하게 구현하며 30석의 소규모 시설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매회 음악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다채로운 음악 작품을 큐레이션하여 상영하는데,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하는 이번 5~6월에는 오르페오에서도 처음 선보이는 뮤지컬 페스티벌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꿈꾸는 자들을 위한 음악 축제’를 주제로 영화 3편과 뮤지컬 실황 1편, 송스루 형식의 뮤지컬 콘서트 1편을 엮은 페스티벌을 기획한 것. 여름이라고 꼭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즐기는 야외 활동을 계획할 필요는 없다.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시원한 실내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문화를 즐기며 여름 바캉스를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프라이빗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오르페오에서 시네 바캉스를 계획해보면 어떨까. 퇴근 후 혹은 주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테니 말이다. 오르페오에서는 음악 작품 상영뿐 아니라 샴페인이나 와인 등의 F&B 서비스와 더불어 문화 강좌가 상영과 패키징된 스페셜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으니 다가오는 소식을 눈여겨볼 것. 또한 본격적으로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는 7~8월에는 새로운 계절에 맞는 다채로운 작품과 프로그램으로 찾아올 예정이라고 한다. 도심 속 쉼의 공간인 오르페오로 시네 바캉스를 떠나보자.
TEL 02-512-4093
오르페오의 음악이 좋은 영화와 스피커 추천
<라라랜드>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배우 지망생 미아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의 사랑 이야기. 오르페오에서 가장 사랑받는 베스트 필름작 중 하나다.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
빵 한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의 감옥살이를 마친 후에도 전과자의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는 장발장과 다양한 인물의 스토리. 송스루 형식으로 풀어낸 뮤지컬 콘서트로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트랜스페어런트 라이트 스피커
스웨덴 오디오 브랜드 트랜스페어런트는 조명을 적용한 랜턴형 블루투스 스피커로 실제 불꽃의 특성을 분석해서 개발해 미세하게 타는 숯불과 깜빡이는 촛불 등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600g의 가벼운 무게로 휴대가 용이해 야외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드비알레 디온
프랑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드비알레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사운드 바다. 무려 17개의 드라이버로 구성되며, 세계적인 입체음향 구현기술인 돌비애트모스 기술이 더해져 몰입감 넘치고 풍성한 사운드를 재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