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쓰리데이즈오브디자인에 참가한 덴마크 가구 브랜드 프리츠한센을 취재하기 위해 코펜하겐에 다녀왔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덴마크 건축가 중 한 명인 아르네 야콥센 Arne Jacobsen이 디자인한 래디슨 컬렉션 로열 호텔(구 SAS 로열 호텔)에 머물러 일반 투숙객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특별한 객실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렸다. 1960년, 코펜하겐에 문을 연 SAS로열 호텔은 당시 북유럽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호텔로 ‘제트 시대의 랜드마크’로 불렸다. 특히 야콥센이 건물의 비율부터 인테리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호텔의 모든 부분을 설계해 그가 지닌 예술적 재능과 섬세함을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자의 방문을 위해 특별히 공개해준 객실은 아르네 야콥센이 머물렀던 606호실이다. 1960년대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시공간을 초월한 경험을 선사했다. 하늘색 패브릭을 입은 야콥센의 에그 체어와 스완 체어, 드롭 체어, 3300 소파로 구성된 그의 객실은 60년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객실 구조뿐만 아니라 가구 간 간격, 창틀 규격, 환풍구 위치까지 세심하게 고려하여 어느 공간과 견줄 수 없는 완벽한 덴마크 모더니즘을 충실히 보여줬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다운 야콥센의 시각은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