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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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은 #2
 

프랑스식 거실로의 초대, 메종 아보아보
쿠튀르 의상을 소개하는 아보아보의 쇼룸은 마치 파리의 집처럼 편안하고 이국적이다.

 
실제로 사용하던 오래된 빈티지 기둥을 천장 높이에 맞게 잘라서 2층을 장식했다. 공간의 일부를 철거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남겨두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공간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분위기, 스타일 등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 신사동에 위치한 아보아보 역시 이국적인 거실 같은 쇼룸으로 방문객의 발걸음을 이끈다. 특별한 날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쿠튀르 의상을 찾는 이들에게 잘 알려진 아보아보의 옷은 몸이 아름답게 보이는 라인과 섬세한 장식 등 한아름 대표의 취향을 잘 보여준다. 그런 그녀가 단독주택 형태의 공간에 쇼룸 ‘메종 아보아보’를 오픈했다.  
누군가의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아보아보의 입구.
  철거부터 몇 개월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완성된 메종 아보아보는 파리에 있는 아파트를 떠올리게 한다. “친한 지인으로부터 엘쎄드지 강정선 대표님을 소개받았어요. 원하는 쇼룸에 대한 막연한 느낌과 이미지는 갖고 있었지만, 대표님을 만나보니 그전까지 미팅을 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이거야!’ 하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제가 원했던 건 파리의 고급스러운 거실이었어요. 그곳에 앉아 있으면 퍼스널 쇼퍼가 와서 행어에 걸린 옷들을 보여주는 상상을 했죠. 어떻게 보면 막연할 수 있는 생각이었죠.” 한아름 대표가 쇼룸을 소개하며 말했다. 지하를 포함해 3개 층으로 이뤄진 메종 아보아보는 클래식한 대문을 지나 작은 정원을 거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누군가의 집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높은 천고의 장점을 살려 사탕처럼 알록달록한 보치의 조명을 설치했다.
 
인더스트리얼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1층. 유리 수납장처럼 보이는 곳이 계산을 할 수 있는 카운터다. 포스 기계를 비롯한 기기류는 뒤편 거울장에 깔끔하게 수납했다.
 
작은 화장실이지만 감각적인 벽지와 대리석, 클래식한 가구로 꾸며 방처럼 느껴진다.
  과하지 않게 페미닌하면서 클래식한 감성을 모던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와의 호흡도 큰 역할을 했다. “원하는 느낌을 서로 확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선 대표님을 온전히 믿고 따라갈 수 있었어요(웃음). 그 결과 제가 추구하는 의상과 동떨어지지 않으면서 정말 파리에 있는 거실 같은 쇼룸이 만들어졌어요. 그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빈티지 가구도 곳곳에 두었고요. 2층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앤티크한 기둥도 길이만 잘라서 그대로 사용했어요. 또 안쪽에는 대리석과 타일을 사용해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 라운지도 만들었죠.”  
방문객이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라운지 공간.
 
아치 형태의 벽과 오래된 아파트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금색 창문 손잡이 그리고 세르주 무이의 벽 조명이 어우러진 피팅룸. 벨벳 소재의 핫 핑크 컬러의 커튼이 포인트의 한 수다.
  한아름 대표의 말처럼 쇼룸 행어에 걸려 있는 옷을 제외하면 누군가의 집과 다름 없이 보인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천장에 설치한 보치의 28 시리즈 조명과 피팅룸을 장식한 세르주 무이의 벽 조명 그리고 카페 선반과 1층 카운터의 캐비닛을 장식한 빈티지 소품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곳이 의류숍인지 집인지 헷갈릴 정도다. 집처럼 편안하지만 세련된 분위기 덕분에 방문객들도 아보아보의 스타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보아보의 옷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내가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더불어 쇼룸 방문객들은 다른 누군가의 집을 방문한 듯한 설렘과 색다른 기분을 덤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감의 광장, 플라츠2
취향을 공유하는 소통의 공간. 플라츠가 건설한 작은 도시 이야기.

 
플라츠의 첫인상인 기프트숍 로비 한 켠에는 아티스틱한 가구가 놓여 있다. 옆으로 보이는 나무 계단은 건물의 척추 역할을 하며 2, 3층의 전시 공간인 커런트와 지하의 언더그라운드로 연결된다.
 
A동 아파트먼트풀과 연결된 루프톱. 이곳에서는 성수동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광장은 도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쉬기도 하고,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또 다른 의미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만나거나 모일 수 있는 장소에 비유하기도 한다. 최근 성수동에 문을 연 이곳은 이러한 일관된 취향과 개성이 모인 성수동의 ‘광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플라츠2는 성수동을 기점으로 재즈바 포지티브라운지, 레스토랑 보이어, 카페 카페포제, 아러바우트, 그로서리 스토어 먼치스앤구디스 등을 운영하며, 이들이 모인 광장인 플라츠S를 전개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기획 집단, 팀포지티브제로TPZ의 새로운 공간이다. 단순히 인기 있는 제품과 브랜드, 숍을 모아둔 복합 문화 공간이 아닌 방문하는 이들이 주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의 역할을 한다.  
복잡한 성수동에서 쉼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한 중정.
  “그간 다양한 장르의 공간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의 것이라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를 통해 얻는 새로운 태도가 지속가능한 가치를 내보일 수 있어요. 특정 도시를 여행할 때 그곳에는 다채로운 장소가 있지만, 특유의 비슷한 정서가 느껴지잖아요. 플라츠2도 하나의 도시처럼 플라츠만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방문객이 여행하듯 스스로 느슨하게 경험하고 즐기면서요.” 팀포지티브제로의 의도는 공간 곳곳에 녹아 있다. 이곳은 2개 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A동에는 원오디너리맨션이 운영하는 아파트먼트풀이 위치한다. 빈티지 가구를 선보이는 원오디너리 맨션 역시 기존에 존재했던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고객들한테 선보인다는 점에서 팀포지티브제로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B동은 팀포지티브제로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상업 공간과 전시 공간, 향후 오픈 계획인 멤버십을 위한 플라츠 웍스 공간으로 구성된다. 기프트숍 로비, 가정식 레스토랑 야야호가 있으며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로비의 언더그라운드와 동시대의 이야기를 전시로 선보이는 커런트 공간이 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진행된 전시. 조명과 가구 사이를 거니는 밤의 공원을 테마로 선보였다. ©TEAMPOSITIVEZERO
 
가정식 레스토랑 야야호는 천장에 걸린 잉고 마우러의 조명 이름에서 따왔다.
 
아파트먼트풀의 전시로 바우하우스부터 포스트모던 디자인까지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인 거장의 작품을 선보였다. ©APARTMENTFULL
  플라츠2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플라츠 멤버와 오가는 소비자를 통해 이야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플라츠 멤버십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으며, ‘인터뷰 저널’을 통해 플라츠 피플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라이프스타일을 단순히 공간과 소비로만 정의하고 싶지는 않아요.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화해 나가는 게 중요해요. 이는 비단 우리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요즘 시대를 향유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자기다움을 내세우고, 자기만 아는 브랜드를 찾고 경험하려고 하죠.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로 고립된 것도 오히려 경험을 부추기는 것 같아요.” 이곳은 단순한 복합 문화 공간이 아닌 다양성을 품은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60년 된 금은방의 변신, 어니언 광장
광장시장 입구에 문을 연 어니언은 재래시장과의 공존을 꾀하며 새로운 지역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60년간 운영되던 금은방이 어니언 광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원래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주변 환경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테이핑을 한 플라스틱 의자와 스테인리스 철제 주방이 어우러져 누구나 편히 들어갈 수 있는 친근한 느낌이 완성됐다.
  폐공장을 개조한 1호점 어니언 성수를 시작으로 우체국 공간의 일부를 활용한 2호점 어니언 미아, 한옥 개조 카페인 3호점 어니언 안국에 이어서 최근 어니언이 오픈한 곳은 1905년에 형성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광장시장이다. 광장시장에 카페 어니언이 생겼다니 가보기 전까지는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그림이었다.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한 광장시장의 남1문 입구에 오픈한 어니언 광장은 원래 60년 동안 운영하던 금은방이었다. 공간은 이번에도 그동안 카페 어니언을 디자인해온 듀오 디자이너인 패브리커가 맡았다. 분주하게 오픈 준비를 하는 이른 시간, 카페에서 패브리커의 김성조 공동대표를 만났다. “어니언 대표님을 비롯해 어니언 식구들과 얘기했던 것은 노스탤지어였어요. 시장 하면 바로 와닿는 단어가 노스탤지어잖아요. 그래서 공간도 최대한 시장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신경 썼고요.” 김성조 공동 대표가 카페 오픈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몇 분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픈 시간 전에 출근해서 파이도 만들고 내부 정리를 하는 직원들로 분주했다.
  어니언 광장은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레트로 스타일의 카페라기보다는 재생건축에 가깝다. 카페 어니언뿐만 아니라 젠틀몬스터 1~3호점 등 재생건축을 훌륭하게 선보여온 패브리커는 금은방 내부를 철거해 맨 얼굴이 드러나게 만들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카페가 아니라 시장의 한 가게처럼 누구든 지나가다 불쑥 들어설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파이를 구울 수 있는 주방과 커피를 내리는 공간,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몇 개의 플라스틱 의자를 두어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광등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어니언 간판 또한 감각적이다. 입구에 걸면 액운을 물리치고, 재물을 불러온다는 북어를 레진으로 만들어 매단 모습도 친근하다. 오픈 전부터 긴 줄을 서는 카페 때문에 주변 상인들과의 충돌은 없는지 궁금했다. “오히려 좋아하시더라고요. 공사할 때부터 주변에서 많이 응원해주셨어요. 젊은 층의 시장 유입이 많이 생기고, 활기찬 분위기가 좋으신 것 같아요. 금은방을 운영하셨던 건물주분도 공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많은 힘이 되어주셨죠. 왠지 시장에 가면 마음이 푸근해지잖아요. 인심이 느껴지고요. 어니언 광장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게스트 바리스타로 어니언 광장의 오픈 팝업 이벤트를 진행한 김사홍 바리스타의 원두 이름 역시 노스탤지어다.     뿐만 아니라 어니언 광장에는 귀여운 요소가 가득하다. 은근 인기가 좋다는 테이프 소품을 비롯해 광장 페어링 가이드도 제공한다. 이곳의 커피 메뉴와 광장시장의 먹거리를 페어링한 가이드로, 예를 들면 빈대떡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떡볶이와 헤이즐넛 라테의 조합 등이다. 김성조 대표는 카페 어니언이 문화를 만드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때 유행하고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카페가 생김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문화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이제 광장시장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장보기나 먹거리만은 아닐 것이다. 어니언 광장의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빈대떡과 김밥을 먹는 이들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나긴 시장의 역사만큼 어니언 광장 또한 재래시장과의 공존으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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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이현실,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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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떠나는 여행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의 독립 서점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의 독립 서점
  이제 읽는 것만을 독서라고 말하지 않는다. 듣는 독서, 말하는 독서 등 다채로운 독서의 세계로 빠져보자.  

자신의 성장과 쉼에 의한 순환, 소전서림

소전서림 素磚書林은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문학 도서관이다. 소전서림이란 ‘흰 벽돌로 둘러싸인 책의 숲’을 의미한다. 스스로 생성하고 순환하는 숲처럼 독서 경험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쉬게 하며 순환하게 한다고 믿는다. 공간은 문학 도서가 있는 메인 홀과 예술 서적이 있는 예담으로 구성된다. 소전서림이 제안하는 문학, 예술, 철학 등 인문학적 독서는 각자의 취향을 고취하고, 교양을 갖추는 양분이 될 것임을 자신한다. 1년 단위의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회원은 하루 3시간씩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북 큐레이션, 전시 연계 프로그램, 소전 초이스(강연), 아카데미, 북토크, 토요마티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10월 프로그램으로는 김상욱 물리학자와 시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토크 행사, 황보유미 소전서림 관장과 이혁진 상주작가가 ‘율리시스’에 관해 토론하는 토크 행사, 마르셀 푸르스트 100주기를 맞아 <프루스트 효과> 유예진 저자와 그의 작품 세계를 토론하는 토크 행사 등 3가지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 있다. 이외에도 <개인주의자 선언> 저자 문유석 판사의 강연과 최권행 불문학자와 함께 몽테뉴의 <에세>를 함께 읽는 아카데미, <습지 장례법> 신종원 상주작가와 <양눈잡이> 이훤 시인 등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9월부터는 매주 토요일, 소전서림 예담에서 연세대 피아노과 학생들이 연주하는 토요마티네를 진행하고 있다. ADD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지하1층 TEL 02-542-0804  
소전서림 메인 홀 전경
 

예술과 전시가 있는 서점, 더레퍼런스

예술 출판 사업은 동시대 예술가들이 인쇄된 형태의 작품을 만들고 실험하는 대안적인 예술 활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레퍼런스는 책을 유통, 판매하는 소비 공간이자 예술가와 함께 연구하는 문화 교류 장소인 동시에 전시 공간이다. 현재 효자동 본점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 강연, 발표 행사를 준비하는 등 책에 관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더레퍼런스 아시아 아트북 라이브러리’는 매해 아시아 국가의 아트북, 사진책 등 지역별 다양한 물성과 개념, 형식으로 발간된 책을 모아 전시 형태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10월에는 아트북 라운지 토크 ‘아티스트북 리서치 컨퍼런스’가 열릴 예정이다. 출판사 이안북스, 엔커, 더플로어플랜의 주요 일원이 모여 ‘큐레이팅, 출판, 공간’이라는 주제로 아티스트북에 관한 개념을 살펴본다. 아티스트북의 역사와 현황, 책과 전시의 유기적 관계를 비롯해 경험, 소비, 공유 공간으로써의 큐레토리얼 플랫폼,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온라인 출판에 관해 다룬다. 동시대 예술로써 출판이 지식과 정보, 연구 기반의 활동 공간이자 실험적인 도구이며, 미디어 플랫폼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출판 연구를 통해 동시대 예술의 특징과 양상을 짚어보고자 한다. ADD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24길 44 TEL 070-4150-3105  

생각의 힘을 북돋우고 널리 퍼트리는 생각의 숲, 최인아책방

최인아책방은 아는 것이 힘이던 시대가 가고 ‘생각이 힘인 시대’가 되었다는 판단 아래 책이야말로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콘텐츠라는 믿음으로 2016년에 출발했다. 최인아책방은 독특한 큐레이션으로 눈길을 끈다. 책을 많이 읽는 책방 대표의 지인들과 책방 단골 독자들이 추천하는 서가가 따로 있다. 그리고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어른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 ‘돈 말고도 괜찮은 삶이 있지 않을까?’ 등 독자들에게 필요한 12가지 테마와 인생 책 등으로 분류했다. 추천 책에는 추천 이유를 적은 북카드가 있어 실패 없는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을 준다. 추천 서가 외에도 문학, 심리, 역사, 과학, 비즈니스까지 다양한 주제의 책을 갖췄으며, 다른 서가에도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로 책을 선별해 진열했다. 책뿐만 아니라 책방이 기획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로도 생각의 크기와 깊이를 더하고 있다. 쟁이의 생각법, 그 책 그 저자 깊이 읽기, 아티스트 토크, 토론이 있는 공부, 영어 소설 읽기 클래스, 책방 콘서트, 마음 상담 등 사람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선사한다. 10월 프로그램으로는 <안일한 하루>의 안예은 저자와의 북토크, 이금희 아나운서와의 북토크, 와인 시음을 곁들인 ‘내추럴 와인 메이커스’ 북토크가 있고, 콘서트로는 ‘앙상블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다. ADD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521 TEL 02-2088-7330  

 

경복궁의 고즈넉한 풍경을 품은 서점, 보안책방

복합 문화예술 공간인 보안1942의 신관 2층에 자리한 보안책방은 동시대 작가들의 시각예술 출판물과 전시 도록, 독립 출판물, 오브제, 가구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외에도 문학, 인문, 자연, 생태, 건축, 라이프스타일, 여행 분야 도서와 다양한 MD를 판매한다. 이곳은 한쪽을 프로젝트 벽면으로 사용해 출판사와의 협업을 통한 신간 소개와 국내외 예술가의 작품집을 선보인다. 다양한 자체 기획 행사와 북토크, 저자와의 만남, 시 읽기 모임 등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보안1942와 보안책방은 동시대 작가들과 협업하여 ‘아트 리빌드 Art Rebuild’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아트 리빌드’란 아트 에디션의 의미를 확장하고 작가들의 기존 작품을 새롭게 맥락화해 아트 에디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로 매년 전시와 함께 진행된다. 기존 작업의 형태를 해체하고 매체를 달리하여 재구성한 작품으로 단순 복제라는 오늘날의 아트 에디션이 새로운 맥락 아래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아트 리빌드’ 작품의 일부가 오는 12월까지 보안책방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서점 곳곳에 비치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생활 밀착형 예술을 지향하는 보안책방의 모토를 경험할 수 있다. ADD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2층 TEL 02-720-8409  

각자의 무늬로 물결을 만드는 커뮤니티, 무아레서점

무아레서점은 청년 공유주택 ‘장안생활’ 건물에 입점해 있다. 공유주택에 위치한 특성을 살려 집과 도시, 공간에 대한 책을 소개한다. 무아레는 ‘물결무늬’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선을 규칙적인 간격으로 겹치면 물결 모양의 무늬가 나타나듯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다는 의미를 담았다. 10월에는 매주 토요일 도시를 주제로 ‘다시 서울, 서울의 재발견’이라는 북토크가 열린다. 미국이 다양한 문화가 하나의 솥에 용해되는 ‘멜팅 팟’이라면, 서울은 각자 고유의 모양을 가지고 알갱이 모양으로 살아가는 ‘크러싱 팟’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의 알갱이를 탐험하며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총 4회로 구성되며 서울과 관련한 도서를 함께 읽고 청량리 등 서울 스폿을 방문하거나 서울의 면면을 수집하는 활동가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갈등 도시> 저자 김시덕 작가와의 북토크도 준비되어 있다. 이외에도 취향의 관점으로 주거 공간을 이해하는 ‘한 칸 집을 위한 공간 독서모임’과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을 읽고 파리와 서울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더 나은 주거 환경에 대해 논의해보는 ‘다른 집, 다른 삶’이 진행될 예정이다. ADD 서울시 동대문구 천호대로89길 9 2층 TEL 0507-1307-7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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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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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은 #1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in 서울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in 서울
  K뷰티, K팝, K푸드를 넘어 디자인과 아트까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서울이 뜨겁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일상에서 최근 서울에 새로 생긴 다섯 곳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현주소를 엿보았다. 다양해진 개성과 취향으로 틀에 박힌 정형화된 모습을 벗어던지고 브랜드 고유의 가치와 이야기를 자신만의 목소리로 전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철학에 조응하는 취향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는 다양한 공간을 조명한다.  
페사드 플래그십 스토어의 오픈 전으로 이광호 작가의 작품과 함께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 마구간 분위기로 연출했다.
 

예술가들이 만든 만지는 향기, 페사드
시시각각 변화하는 진부하지 않은 공간 페사드가 해석한 향의 스펙트럼.

 
플래그십 스토어는 전반적으로 정제되어 있지만, 메인 테이블은 비정형의 형태로 공간에 무게를 잡아줄 수 있도록 의도했다.
  창문 너머 밧줄로 감싼 독특한 테이블이 눈길을 끈다. 곳곳에는 다양한 오브제와 아트북이 전시되어 있다. 마냥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곳은 페사드 Pesade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아 조향한 오드 드 퍼퓸을 기반으로 향 제품을 전개한다. 마장마술에서 말을 훈련하는 기술의 하나인 ‘페사드’는 브랜드를 만드는 핵심 키워드다. 패키지 디자인이나 공간의 컬러 선택, 경마장의 바닥을 연상시키는 모래 바닥 텍스처 등 그곳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페사드와 연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향수와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숍을 떠올리면 제품과 이를 진열하는 집기로 구성되지만, 페사드는 이광호 작가의 아트 퍼니처가 있는가 하면 다양한 오브제와 아름다운 화보가 담겨 있는 책이 펼쳐져 있다. 2층은 라운지로 구성되는데, 편안한 암체어와 다양한 가구가 공간을 빛내고 있다.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루프톱도 마련되어 있다.  
아트북과 함께 작은 라운지로 구성된 2층. 전시 등 다양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단순히 기능적인 역할만 수행하는 숍은 열고 싶지 않았어요. 향을 기반으로 페사드만의 무드를 공간에 표현하고 싶었죠. 이광호 작가의 매듭을 활용한 아트퍼니처를 페사드만의 감성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싶어 협업했어요. 향이라는 것이 단순히 제품으로 체험하는 것 이상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특정 시대의 패션과 좋아하던 책의 글귀, 이미지에서 그 시절의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게 되잖아요. 향은 기억이에요. 향을 단순히 텍스트로 설명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을 전달하고 싶어서 오브제 연출 또한 세심하게 골랐으며, 특정 책의 화보 페이지를 펼쳐놓음으로써 그 향이 시각적으로 와닿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었어요. 이곳에 더 오랫동안 머물고, 향이 머릿속에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2층에는 책과 함께 작은 라운지를 구성했어요.” 목영교 대표의 말처럼 향을 전달하기 위해 공간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최근 2층에서 이광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었으며, 다른 작가들과의 전시도 계획 중이다. 때때로 소소한 파티가 열리기도 하고, 재미있는 물건이 펼쳐지는 공간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설명도 전했다.  
하이엔드 향료로 만든 페사드 향 제품의 이름은 각기 향을 유추할 수 있는 힌트와 같다.
  “영화의 클리셰처럼 여느 브랜드와 같이 뻔한 라인업으로 구성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트와 창작자들과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찾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고, 이러한 시도가 페사드의 공간에서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주방, MMK
점점 달라지고 있는 우리의 주방 풍경.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나만의 주방을 갖고 싶을 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MMK의 기본적인 가구 라인인 에센셜 컬러와 나무의 조합으로 완성한 내추럴한 분위기의 주방
  박물관에 온 듯 관람하고 매장 입구에 마련된 아카이브 공간에서 하나 둘씩 소품을 구입해 간다. 마치 박물관의 아트숍에서 기념품을 사듯 말이다. 후암동에 위치한 이곳은 ‘우리는 주방 문화를 만든다 We Build Kitchen Culture’는 신념으로 주방 가구부터 작가와 협업해 제작한 도자류와 글라스, 커틀러리 등의 키친웨어를 비롯해 리넨 패브릭까지 주방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전개하는 키친 브랜드 뮤지엄 오브 모던 키친(MMK)이다.  
매장 입구 A존에 마련된 아카이브 공간. 이곳에서는 주방에서 사용되는 각종 소품을 만날 수 있다.
 
트롤리와 모듈 프레임 등 주방 가구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색상을 맞춘 다양한 형태의 가구.
 
트롤리와 모듈 프레임 등 주방 가구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색상을 맞춘 다양한 형태의 가구.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해 퍼니처 라인을 구입하는 그날까지, 우리의 제품을 하나씩 사모아 언젠가는 꿈꿔왔던 로망을 이룰 수 있게끔 하고 싶었어요. 우리와 같이 나이가 들어가는 거죠.” MMK의 박기민 대표가 입을 열었다. 현재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라보토리의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특별히 주방이라는 특정 분야를 파고든 이유가 궁금했다. “라보토리에서는 대부분의 가구를 커스터마이징해요. 의자와 테이블, 조명, 소품까지도 기성품을 사용하지 않아요. 누군가는 라보토리에서 디자인한 제품으로도 충분히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지 않냐고 말해요. 그런데 저한테는 마땅한 명분이 없더군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어요. 그런 면에서 주방은 10년, 20년도 사용하니까 굉장히 큰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죠.” 박기민 대표가 설명했다.  
도예가와 협업해 제작한 도기류.
 
감각적인 컬러 조합이 돋보이는 에센셜 라인.
 
빈티지한 감성의 센츄리 라인.
  또 그는 환경이 바뀌면 먹는 음식도, 행위도, 사람 간의 관계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긴다며 주방의 변화는 그곳에서의 시간이 생겨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주방에 대한 그의 확고한 철학은 MMK의 퍼니처 라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MMK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의 ‘에션셜‘ 라인을 비롯해 붙박이 형태와 달리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무빙’ 라인, 미드센트리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모던하게 담아낸 ‘센츄리’ 라인으로 구성된다. 컬러와 소재도 무척 다양하다. 16가지의 감각적인 컬러 시스템과 우드 타입, 매니시한 매력의 메탈 타입까지 다채로운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원목과 메탈 조합의 에센셜 라인.
  주방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 있는가? 박기민 대표는 주방의 문화적인 성격이 달라지면서 그 중요도와 레이아웃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며 앞으로의 트렌드에 대해 꼬집었다. “주방은 부정적인 이유로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었어요. 가부장적인 제도하에 밥상머리 예절이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선입견이 완전히 없어졌죠. 그러면서 주방이 점점 더 집 안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이러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가장 먼저 주택의 기본 요소인 거실과 부엌을 통합하여 지칭하는 개념인 LDK(Living Dining Kitchen), 즉 리빙과 주방이 하나로 결합되면서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집 안의 주인공인 거실을 제치고 주방이 남향 쪽으로 나오기 시작했으며, 2~3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거실을 대폭 축소하고 방 하나가 늘어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주방이 많은 공간을 차지해야 할 이유가 없어요. 주방은 다양한 라이프를 위해 배려되어야 하는 공간이죠. 과감하게 크기를 줄이고 책장을 만들어 서재처럼 사용하는 등 다목적 공간이 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해요.” 미국이나 유럽, 가까운 일본만 봐도 작은 주방에서 다양한 상황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천편일률적인 형태의 빌트인에서 벗어나 가구성을 띤다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줄어듦에 따라 수납을 줄이고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가구를 선호한다는 것. 주방은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러 오는 시작점이자 마지막점이고 가장 오랫동안 머무는 장소다. MMK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긍정적인 주방 문화를 그려나가며, 우리 머릿속에 깊숙이 박혀 있는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주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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