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떠나는 여행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의 독립 서점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의 독립 서점

 

이제 읽는 것만을 독서라고 말하지 않는다. 듣는 독서, 말하는 독서 등 다채로운 독서의 세계로 빠져보자.

 

자신의 성장과 쉼에 의한 순환, 소전서림

소전서림 素磚書林은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문학 도서관이다. 소전서림이란 ‘흰 벽돌로 둘러싸인 책의 숲’을 의미한다. 스스로 생성하고 순환하는 숲처럼 독서 경험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쉬게 하며 순환하게 한다고 믿는다. 공간은 문학 도서가 있는 메인 홀과 예술 서적이 있는 예담으로 구성된다. 소전서림이 제안하는 문학, 예술, 철학 등 인문학적 독서는 각자의 취향을 고취하고, 교양을 갖추는 양분이 될 것임을 자신한다. 1년 단위의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회원은 하루 3시간씩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북 큐레이션, 전시 연계 프로그램, 소전 초이스(강연), 아카데미, 북토크, 토요마티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10월 프로그램으로는 김상욱 물리학자와 시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토크 행사, 황보유미 소전서림 관장과 이혁진 상주작가가 ‘율리시스’에 관해 토론하는 토크 행사, 마르셀 푸르스트 100주기를 맞아 <프루스트 효과> 유예진 저자와 그의 작품 세계를 토론하는 토크 행사 등 3가지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 있다. 이외에도 <개인주의자 선언> 저자 문유석 판사의 강연과 최권행 불문학자와 함께 몽테뉴의 <에세>를 함께 읽는 아카데미, <습지 장례법> 신종원 상주작가와 <양눈잡이> 이훤 시인 등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9월부터는 매주 토요일, 소전서림 예담에서 연세대 피아노과 학생들이 연주하는 토요마티네를 진행하고 있다.

ADD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지하1층 TEL 02-542-0804

 

소전서림 메인 홀 전경

 

예술과 전시가 있는 서점, 더레퍼런스

예술 출판 사업은 동시대 예술가들이 인쇄된 형태의 작품을 만들고 실험하는 대안적인 예술 활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레퍼런스는 책을 유통, 판매하는 소비 공간이자 예술가와 함께 연구하는 문화 교류 장소인 동시에 전시 공간이다. 현재 효자동 본점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 강연, 발표 행사를 준비하는 등 책에 관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더레퍼런스 아시아 아트북 라이브러리’는 매해 아시아 국가의 아트북, 사진책 등 지역별 다양한 물성과 개념, 형식으로 발간된 책을 모아 전시 형태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10월에는 아트북 라운지 토크 ‘아티스트북 리서치 컨퍼런스’가 열릴 예정이다. 출판사 이안북스, 엔커, 더플로어플랜의 주요 일원이 모여 ‘큐레이팅, 출판, 공간’이라는 주제로 아티스트북에 관한 개념을 살펴본다. 아티스트북의 역사와 현황, 책과 전시의 유기적 관계를 비롯해 경험, 소비, 공유 공간으로써의 큐레토리얼 플랫폼,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온라인 출판에 관해 다룬다. 동시대 예술로써 출판이 지식과 정보, 연구 기반의 활동 공간이자 실험적인 도구이며, 미디어 플랫폼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출판 연구를 통해 동시대 예술의 특징과 양상을 짚어보고자 한다.

ADD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24길 44 TEL 070-4150-3105

 

생각의 힘을 북돋우고 널리 퍼트리는 생각의 숲, 최인아책방

최인아책방은 아는 것이 힘이던 시대가 가고 ‘생각이 힘인 시대’가 되었다는 판단 아래 책이야말로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콘텐츠라는 믿음으로 2016년에 출발했다. 최인아책방은 독특한 큐레이션으로 눈길을 끈다. 책을 많이 읽는 책방 대표의 지인들과 책방 단골 독자들이 추천하는 서가가 따로 있다. 그리고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어른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 ‘돈 말고도 괜찮은 삶이 있지 않을까?’ 등 독자들에게 필요한 12가지 테마와 인생 책 등으로 분류했다. 추천 책에는 추천 이유를 적은 북카드가 있어 실패 없는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을 준다. 추천 서가 외에도 문학, 심리, 역사, 과학, 비즈니스까지 다양한 주제의 책을 갖췄으며, 다른 서가에도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로 책을 선별해 진열했다. 책뿐만 아니라 책방이 기획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로도 생각의 크기와 깊이를 더하고 있다. 쟁이의 생각법, 그 책 그 저자 깊이 읽기, 아티스트 토크, 토론이 있는 공부, 영어 소설 읽기 클래스, 책방 콘서트, 마음 상담 등 사람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선사한다. 10월 프로그램으로는 <안일한 하루>의 안예은 저자와의 북토크, 이금희 아나운서와의 북토크, 와인 시음을 곁들인 ‘내추럴 와인 메이커스’ 북토크가 있고, 콘서트로는 ‘앙상블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다.

ADD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521 TEL 02-2088-7330

 

 

경복궁의 고즈넉한 풍경을 품은 서점, 보안책방

복합 문화예술 공간인 보안1942의 신관 2층에 자리한 보안책방은 동시대 작가들의 시각예술 출판물과 전시 도록, 독립 출판물, 오브제, 가구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외에도 문학, 인문, 자연, 생태, 건축, 라이프스타일, 여행 분야 도서와 다양한 MD를 판매한다. 이곳은 한쪽을 프로젝트 벽면으로 사용해 출판사와의 협업을 통한 신간 소개와 국내외 예술가의 작품집을 선보인다. 다양한 자체 기획 행사와 북토크, 저자와의 만남, 시 읽기 모임 등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보안1942와 보안책방은 동시대 작가들과 협업하여 ‘아트 리빌드 Art Rebuild’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아트 리빌드’란 아트 에디션의 의미를 확장하고 작가들의 기존 작품을 새롭게 맥락화해 아트 에디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로 매년 전시와 함께 진행된다. 기존 작업의 형태를 해체하고 매체를 달리하여 재구성한 작품으로 단순 복제라는 오늘날의 아트 에디션이 새로운 맥락 아래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아트 리빌드’ 작품의 일부가 오는 12월까지 보안책방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서점 곳곳에 비치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생활 밀착형 예술을 지향하는 보안책방의 모토를 경험할 수 있다.

ADD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2층 TEL 02-720-8409

 

각자의 무늬로 물결을 만드는 커뮤니티, 무아레서점

무아레서점은 청년 공유주택 ‘장안생활’ 건물에 입점해 있다. 공유주택에 위치한 특성을 살려 집과 도시, 공간에 대한 책을 소개한다. 무아레는 ‘물결무늬’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선을 규칙적인 간격으로 겹치면 물결 모양의 무늬가 나타나듯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다는 의미를 담았다. 10월에는 매주 토요일 도시를 주제로 ‘다시 서울, 서울의 재발견’이라는 북토크가 열린다. 미국이 다양한 문화가 하나의 솥에 용해되는 ‘멜팅 팟’이라면, 서울은 각자 고유의 모양을 가지고 알갱이 모양으로 살아가는 ‘크러싱 팟’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의 알갱이를 탐험하며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총 4회로 구성되며 서울과 관련한 도서를 함께 읽고 청량리 등 서울 스폿을 방문하거나 서울의 면면을 수집하는 활동가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갈등 도시> 저자 김시덕 작가와의 북토크도 준비되어 있다. 이외에도 취향의 관점으로 주거 공간을 이해하는 ‘한 칸 집을 위한 공간 독서모임’과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을 읽고 파리와 서울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더 나은 주거 환경에 대해 논의해보는 ‘다른 집, 다른 삶’이 진행될 예정이다.

ADD 서울시 동대문구 천호대로89길 9 2층 TEL 0507-1307-7656

CREDIT

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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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은 #1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in 서울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in 서울

 

K뷰티, K팝, K푸드를 넘어 디자인과 아트까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서울이 뜨겁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일상에서 최근 서울에 새로 생긴 다섯 곳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현주소를 엿보았다. 다양해진 개성과 취향으로 틀에 박힌 정형화된 모습을 벗어던지고 브랜드 고유의 가치와 이야기를 자신만의 목소리로 전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철학에 조응하는 취향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는 다양한 공간을 조명한다.

 

페사드 플래그십 스토어의 오픈 전으로 이광호 작가의 작품과 함께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 마구간 분위기로 연출했다.

 

예술가들이 만든 만지는 향기, 페사드
시시각각 변화하는 진부하지 않은 공간 페사드가 해석한 향의 스펙트럼.

 

플래그십 스토어는 전반적으로 정제되어 있지만, 메인 테이블은 비정형의 형태로 공간에 무게를 잡아줄 수 있도록 의도했다.

 

창문 너머 밧줄로 감싼 독특한 테이블이 눈길을 끈다. 곳곳에는 다양한 오브제와 아트북이 전시되어 있다. 마냥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곳은 페사드 Pesade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아 조향한 오드 드 퍼퓸을 기반으로 향 제품을 전개한다. 마장마술에서 말을 훈련하는 기술의 하나인 ‘페사드’는 브랜드를 만드는 핵심 키워드다. 패키지 디자인이나 공간의 컬러 선택, 경마장의 바닥을 연상시키는 모래 바닥 텍스처 등 그곳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페사드와 연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향수와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숍을 떠올리면 제품과 이를 진열하는 집기로 구성되지만, 페사드는 이광호 작가의 아트 퍼니처가 있는가 하면 다양한 오브제와 아름다운 화보가 담겨 있는 책이 펼쳐져 있다. 2층은 라운지로 구성되는데, 편안한 암체어와 다양한 가구가 공간을 빛내고 있다.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루프톱도 마련되어 있다.

 

아트북과 함께 작은 라운지로 구성된 2층. 전시 등 다양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단순히 기능적인 역할만 수행하는 숍은 열고 싶지 않았어요. 향을 기반으로 페사드만의 무드를 공간에 표현하고 싶었죠. 이광호 작가의 매듭을 활용한 아트퍼니처를 페사드만의 감성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싶어 협업했어요. 향이라는 것이 단순히 제품으로 체험하는 것 이상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특정 시대의 패션과 좋아하던 책의 글귀, 이미지에서 그 시절의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게 되잖아요. 향은 기억이에요. 향을 단순히 텍스트로 설명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을 전달하고 싶어서 오브제 연출 또한 세심하게 골랐으며, 특정 책의 화보 페이지를 펼쳐놓음으로써 그 향이 시각적으로 와닿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었어요. 이곳에 더 오랫동안 머물고, 향이 머릿속에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2층에는 책과 함께 작은 라운지를 구성했어요.” 목영교 대표의 말처럼 향을 전달하기 위해 공간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최근 2층에서 이광호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었으며, 다른 작가들과의 전시도 계획 중이다. 때때로 소소한 파티가 열리기도 하고, 재미있는 물건이 펼쳐지는 공간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설명도 전했다.

 

하이엔드 향료로 만든 페사드 향 제품의 이름은 각기 향을 유추할 수 있는 힌트와 같다.

 

“영화의 클리셰처럼 여느 브랜드와 같이 뻔한 라인업으로 구성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트와 창작자들과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찾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고, 이러한 시도가 페사드의 공간에서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주방, MMK
점점 달라지고 있는 우리의 주방 풍경.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나만의 주방을 갖고 싶을 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MMK의 기본적인 가구 라인인 에센셜 컬러와 나무의 조합으로 완성한 내추럴한 분위기의 주방

 

박물관에 온 듯 관람하고 매장 입구에 마련된 아카이브 공간에서 하나 둘씩 소품을 구입해 간다. 마치 박물관의 아트숍에서 기념품을 사듯 말이다. 후암동에 위치한 이곳은 ‘우리는 주방 문화를 만든다 We Build Kitchen Culture’는 신념으로 주방 가구부터 작가와 협업해 제작한 도자류와 글라스, 커틀러리 등의 키친웨어를 비롯해 리넨 패브릭까지 주방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전개하는 키친 브랜드 뮤지엄 오브 모던 키친(MMK)이다.

 

매장 입구 A존에 마련된 아카이브 공간. 이곳에서는 주방에서 사용되는 각종 소품을 만날 수 있다.

 

트롤리와 모듈 프레임 등 주방 가구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색상을 맞춘 다양한 형태의 가구.

 

트롤리와 모듈 프레임 등 주방 가구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색상을 맞춘 다양한 형태의 가구.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해 퍼니처 라인을 구입하는 그날까지, 우리의 제품을 하나씩 사모아 언젠가는 꿈꿔왔던 로망을 이룰 수 있게끔 하고 싶었어요. 우리와 같이 나이가 들어가는 거죠.” MMK의 박기민 대표가 입을 열었다. 현재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라보토리의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특별히 주방이라는 특정 분야를 파고든 이유가 궁금했다. “라보토리에서는 대부분의 가구를 커스터마이징해요. 의자와 테이블, 조명, 소품까지도 기성품을 사용하지 않아요. 누군가는 라보토리에서 디자인한 제품으로도 충분히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지 않냐고 말해요. 그런데 저한테는 마땅한 명분이 없더군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어요. 그런 면에서 주방은 10년, 20년도 사용하니까 굉장히 큰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죠.” 박기민 대표가 설명했다.

 

도예가와 협업해 제작한 도기류.

 

감각적인 컬러 조합이 돋보이는 에센셜 라인.

 

빈티지한 감성의 센츄리 라인.

 

또 그는 환경이 바뀌면 먹는 음식도, 행위도, 사람 간의 관계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생긴다며 주방의 변화는 그곳에서의 시간이 생겨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주방에 대한 그의 확고한 철학은 MMK의 퍼니처 라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MMK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의 ‘에션셜‘ 라인을 비롯해 붙박이 형태와 달리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무빙’ 라인, 미드센트리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모던하게 담아낸 ‘센츄리’ 라인으로 구성된다. 컬러와 소재도 무척 다양하다. 16가지의 감각적인 컬러 시스템과 우드 타입, 매니시한 매력의 메탈 타입까지 다채로운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원목과 메탈 조합의 에센셜 라인.

 

주방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 있는가? 박기민 대표는 주방의 문화적인 성격이 달라지면서 그 중요도와 레이아웃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며 앞으로의 트렌드에 대해 꼬집었다. “주방은 부정적인 이유로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었어요. 가부장적인 제도하에 밥상머리 예절이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선입견이 완전히 없어졌죠. 그러면서 주방이 점점 더 집 안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이러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가장 먼저 주택의 기본 요소인 거실과 부엌을 통합하여 지칭하는 개념인 LDK(Living Dining Kitchen), 즉 리빙과 주방이 하나로 결합되면서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집 안의 주인공인 거실을 제치고 주방이 남향 쪽으로 나오기 시작했으며, 2~3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거실을 대폭 축소하고 방 하나가 늘어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주방이 많은 공간을 차지해야 할 이유가 없어요. 주방은 다양한 라이프를 위해 배려되어야 하는 공간이죠. 과감하게 크기를 줄이고 책장을 만들어 서재처럼 사용하는 등 다목적 공간이 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해요.” 미국이나 유럽, 가까운 일본만 봐도 작은 주방에서 다양한 상황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천편일률적인 형태의 빌트인에서 벗어나 가구성을 띤다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줄어듦에 따라 수납을 줄이고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가구를 선호한다는 것. 주방은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러 오는 시작점이자 마지막점이고 가장 오랫동안 머무는 장소다. MMK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긍정적인 주방 문화를 그려나가며, 우리 머릿속에 깊숙이 박혀 있는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주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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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의 풍류

전통의 미를 전하는 사랑채 프로젝트

전통의 미를 전하는 사랑채 프로젝트

 

널찍한 대청 사이로 푸르른 노송과 하늘거리는 색색 가지 들꽃이 바람에 흩날리고, 세월을 품어 멋이 서린 서까래 아래에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과 가구들이 한데 어우러져 미적 영감을 선사한다.

 

 

강호지락 江湖之樂

 

민병헌 ‘Waterfall, Gelatinsilver Print’.

선병국 가옥은 연꽃이 물에 뜬 형국으로 연화부수형의 명당 자리에 위치한다. 그리고 아름드리 우거진 소나무로 둘러싸여 고귀하다. 1919년, 세 단의 석축에 지어진 이곳은 무려 100년이라는 시간을 꼿꼿하게 지켜왔다. 문 너머로 마이클 아나스타시에이드 Michael Anastassiades가 디자인한 플로스의 오버랩 조명과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민병헌 작가의 흑백사진 작품 그리고 또 다른 문 너머 기와 담장 위 싱그러운 자연이 같은 선상에 나란히 서게 되며, 현대와 전통의 콜라주 작품을 그린다. 문틀을 프레임 삼아 말이다.

 

 

대청이 만든 세계

 

이세현 ‘Between Red’ Oil on Linen.

한옥에서 몸체의 방과 방 사이에 있는 큰 마루를 대청이라 한다. H자 모양의 한옥 한가운데는 널찍한 대청이 펼쳐진다. 이곳은 한달음에 모든 방으로 통한다. 대청에는 유남권 작가의 벤치와 이번 프로젝트에서 새롭게 선보인 ‘커브 Curve’ 작품이 서까래와 함께 멋스럽게 뻗어 있다. 종이로 만든 기물을 옻칠로 마감하는 지태칠기 전통 기법으로 100년 된 한옥의 모습 만큼이나 깊이감이 느껴진다. 그 끝에는 이세현 작가의 붉은 작품이 전통 산수의 형상을 연상시키며 방문 너머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듯한 판타지를 펼쳐낸다.

 

 

달 너머 달

 

박성욱 ‘Blue Moon, Ceramics’. 민병헌 ‘Snowland, Gelatinsilver Print’.

 

한옥 구조의 특징으로 개방성을 들 수 있다. 모든 문을 활짝 열어 젖히면 공간과 공간이 다층적인 구조로 서로 연결된다. 이는 작품과 작품 간의 연결을 만들어내며 흥미로운 시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15세기 조선 분청사기의독창적인 프로세스인 덤벙 분장기법을 활용한 박성욱 작가의 푸른 달 두 개가 나란히 떴다. 회흑색의 태토를 백토물에 통째 담갔다가 꺼내 표면을 분장하는 기법으로 각각의 편들이 지니고 있는 오묘한 색이 둥근 달의 형태로 드러난다. 두 달 뒤로 민병헌 작가의 눈이 쌓인 산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며 서로 다른 두 세계가 공존하는 듯한 신비로운 상상을 하게 한다.

 

 

산수화

 

석철주 ‘신몽유도원도’ Canvas on Acylic, Gel.

 

자연을 병풍 삼은 한옥의 절경만큼이나 방문 너머 석철주 작가의 ‘신몽유도원도’도 운치 있는 풍경을 자아낸다. 한국 화단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석철주 작가는 캔버스에 색을 칠한 후 일일이 붓질로 바탕을 지워 서서히 이미지를 부각하는 기법을 활용한다. 자세히 보면 특수한 기법으로 도자기의 크랙처럼 표면을 처리해 섬세한 자연 생태를 화폭으로 옮겨 온 듯하다. 석철주 작가의 오묘한 산 아래 유남권 작가의 ‘Curve’ 작품이 강물처럼 보이며 이들의 조화가 마치 한 폭의 산수화 같다.

 

 

차가움과 뜨거움

 

유남권 ‘Untitled_2022’.

 

옻의 농도로 수묵을 겹겹이 쌓아 완성한 유남권 작가의 회화작품 아래 기하학 형태의 프라마의 트라이엥골로 Triangolo 의자의 믹스&매치가 현대와 전통의 감각적인 조화를 보여준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간결한 디자인의 차가운 매력과 옻칠의 인고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의 따스함이 미묘하게 대조되며 낯설지만 아름답다.

 

 

위선최락 爲善最樂

캐스퍼 강 ‘별 181-182’ Burnt Ottchil Hanji by 장지방&Burnt Ottchil Hanji by 전북한지 on 2-panel Folding Screen.

 

태우기, 그을리기, 파쇄, 표백, 찢기, 해짐. 한지의 물성을 해체하는 작업 과정을 거친 뒤 그 흔적을 조형적 미로 활용하고 있는 캐스퍼 강의 작품은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큰 창문 뒤로는 추사 김정희가 쓴 위선최락 서체가 엿보인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선병국 가옥의 사랑채에서 갤러리 구조와 덴스크가 그린 한 폭의 그림 <사랑채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위선최락, 선을 행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가풍에 따라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후학을 양성하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보성 선씨 가문의 고택. 대를 이어 예술적 행보를 이어가는 사랑채 프로젝트의 다음 전시도 기대된다(10월 25일까지 프라이빗으로 진행된다).
TEL 갤러리 구조 02-538-4573 덴스크 02-592-6058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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