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예술의 생명력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 전시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 전시
 

장 뒤뷔페는 자유로운 영혼의 미술가다. 틀 안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며 언제나 그 너머의 이상을 꿈꾼다.
그리고 마침내 틀을 깨고 나타난 그림에서는 살아 있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우를루프 시리즈 ‘메모리 채널 I(1964)’ ©ADAGP, Paris / Sacks, Seoul
  혁신적인 사람은 기존의 관습에 반하거나, 그것을 깨면서 추앙받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도 그랬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정도 시대에 반항적인 태도가 대단한 일을 벌일 수 있는 필요 조건인가 싶기도 하다. “장 뒤뷔페는 정말 뛰어난 최후의 파리 화가다. 프랑스 회화는 뒤뷔페 이후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말이다. 그의 말을 듣자 하니 장 뒤뷔페 Jean Dubuffet는 희대의 반항아로 프랑스에서 지금까지도 그를 능가하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관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사실이다. 장 뒤뷔페는 프랑스 미술 교과서에 빠질 수 없는 인물로 등장한다. 프랑스를 벗어나 세계 미술사적으로도 뒤뷔페는 흐름의 변곡점에 서 있다.  
‘시골 행군(1974)’ ©ADAGP, Paris / Sacks, Seoul
  그는 포도주 상인으로 살다 41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파리 아카데미 줄리앙에서 6개월간 공부했지만, 이조차 “아카데믹한 교육에서 더이상 배울 것이 없다”며 그만두었다. 뒤뷔페는 이후에도 그림을 그리려는 시도와 포기를 수차례 반복하는데, 주류 미술계에 자신을 맞추지 않으려는 기질이 어렸을 때부터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였다. 유럽 미술계가 침잠하는 분위기에서 끔찍했던 전쟁을 목격한 예술가들은 기존 미술계에 부족했던 인간성 회복을 갈망했고, 새로운 조형적 형태와 개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각인되었다. 비로소 장 뒤뷔페의 무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구상과 추상을 초월하여 기존 미술의 모든 정형을 부정하고 새로운 조형적 개념을 창시한다. 바로 ‘아르 브뤼 Art Brut’ 가공되지 않은 날것, 원초적 가치를 추구하는 순수 그대로의 예술 개념이다. 장 뒤뷔페는 그려지는 이미지보다 그린다는 행위 자체를 중시하며, 미리 설계한 구성을 거부하고 즉흥적이고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20세기 현대미술의 주요 사조인 ‘앵포르멜’을 개척하게 된다.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장 뒤뷔페의 초기작 ‘모나리자(여인의 큰 얼굴, 1948)’. ©ADAGP, Paris / Sacks, Seoul
  “나는 순수하고 원시적인 상태에서의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예술의 창작 과정을 오직 이 아르 브뤼 안에서만 찾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장 뒤뷔페는 인간 문화 이전 단계와 같은 원시인, 지적장애인, 어린아이의 그림에서 그가 생각하는 예술의 근원을 찾았다. 이러한 관점은 미술이 기품 있는 교양이라든가 지성의 산물이라든가 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보통 사람과 비전문가에 의해 향유되는 예술이 삶과 연결된 예술이며, 소수가 아닌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이라 생각했다. 그런 대중이 가장 사랑한 작품이자 장 뒤뷔페의 대표 작품이 ‘우를루프 L’Hourloupe’ 연작이다. 우를루프는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했다. 장 뒤뷔페가 전화를 하며 종이 위에 볼펜으로 그렸던 낙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자유롭고 활동적인 검은 선이 캔버스를 누비고, 빨간색과 파란색은 질서 없이 채색되어 있다.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뚜렷하지는 않지만 어떤 형태가 보이는 듯하기도 하고 마치 증식하는 세포처럼 생명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전에 없던 새로운 양식인 우를루프는 변화를 거듭하며 회화와 조각, 건축에 이어 무대로까지 이르며 시각예술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게 된다. 반항적 태도에서 출발한 장 뒤뷔페의 행보는 제도화된 미술에서 벗어나 인간 본능에 충실하며, 길들지 않은 순수한 이미지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우를루프에서 빛을 발했다.  
‘데스누두스(1945)’. ©ADAGP, Paris / Sacks, Seoul
 
장 뒤뷔페. ©ADAGP, Paris / Sacks, Seoul
  “예술을 향한 인간의 욕구는 절대적으로 원시적이며, 빵을 갈망하는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강렬한 것이다. 빵이 없다면 굶어 죽겠지만 예술 없이는 지루해 죽는다.” 장 뒤뷔페의 예술관은 그 후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의 추상 회화와 그래피티 등 주요한 미술 사조에 영향을 주었다. 혁신과 영감의 에너지로 꿈틀거리는 그의 작품은 현재 진행 중인 소마미술관 <뒤뷔페>전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023년 1월 13일까지. 자료제공: 소마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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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에디터 강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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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욕망

토비아스 카스파의 국내 첫 개인전

토비아스 카스파의 국내 첫 개인전
 

12월 18일까지 파운드리 서울에서 진행되는 <Personal Shopper>는 토비아스 카스파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동시대의 사회 변화를 예민하고 빠르게 포착하는 그는 그래서 패션에 관심이 많고 패션 제작 방식을 변용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토비아스 카스파 <L’Atelier (Trunkshows 2022)>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Peter Kilchmann, Zurich. ©Sebastian Schaub  이번 개인전은 최근 몇 년간 몰두하고 있는 ‘Personal Shopper, The Japan Collection, Epicenter’의 세 가지 시리즈 신작과 근작 32점 그리고 파운드리 서울을 고안한 설치작업 등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스웨터 27벌로 이뤄진 ‘Epicenter’, 일본에서 특히 인기를 얻은 자수 작업을 초고해상도로 촬영해 다양한 크기로 출력하는 ‘The Japan Collection’ 그리고 전시 제목이기도 한 ‘Personal Shopper’는 팬데믹을 겪으며 사라져가는 퍼스널 쇼퍼와 급부상하는 온라인 패션숍의 현상을 표현한다.  
토비아스 카스파 파운드리 <Personal Shopper(2022)> 서울 전시 전경. ©노경 Courtesy the artist and FOUNDRY SEOUL
  온라인 편집숍에서 고른 한 장면을 캔버스에 출력하고 그 위에 실제로 사용한 패턴이나 붓 자국을 실크스크린하는 독특한 방식도 눈여겨볼 것. ‘The Japan Collection’ 중 손바닥보다도 작은 ‘Tiger(2022)’를 약 8m의 보이드 구간에 대형으로 프린트한 코너 또한 백미다.

WEB foundryseou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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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

예올과 샤넬이 선정한 공예가 전시

예올과 샤넬이 선정한 공예가 전시
  한국공예 후원사업에 헌신하는 재단법인 예올이 샤넬과 손잡고 올해의 장인과 젊은 공예인을 선정했다. 장인으로는 금박장 박수영이, 젊은 공예인으로는 옻칠 공예가 유남권이 그 주인공. 그들의 작품은 예올×샤넬의 프로젝트 전시 <반짝거림의 깊이에 관하여>를 통해 공개된다.  
금박장 박수영 장인과 옻칠 공예가 유남권
  금박장 박수영은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금박 작업에 금빛의 원형을 표현하고 반짝거림의 미학을 담았다. 선대가 지켜온 소중한 유산을 계승하는 모습에서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느껴질 정도. 그녀는 이번 전시를 위해 낮과 밤이라는 자연의 흐름과 움직임을 주제로 생동하는 반짝거림을 포착한 모빌을 제작했는데,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서정적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박수영 장인의 작품
  유남권 공예가는 종이로 된 기물을 옻칠로 마감하는 전통 기법인 지태칠기를 활용해 견고한 형태를 만들고 붓칠로 옻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또 두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함께한 합작품이 더해져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전시는 12월 16일까지 진행되니 관심 있는 이들은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공예가 유남권의 작품
  TEL 02-735-5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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