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코 폰타나의 눈으로 본 세상은 찬란한 색으로 반짝인다.
겉보기에 평범하고 일상적인 장면도 그만의 시선과 카메라 앵글에 의해 생동하게 살아 움직인다.
우리는 매일 같은 길을 오가고, 노상 비슷한 건물 사이를 거닐며, 늘 반복되는 풍경을 응시하며 살아간다. 그게 블록처럼 쌓인 빌딩 숲이든, 광활한 자연이든 일상의 풍경이란 몇 달째 바꾸지 않은 사무실 컴퓨터 바탕 화면처럼 단조롭고 따분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똑같은 세계를 살고 있어도 보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 이탈리아 현대 사진의 선구자 프랑코 폰타나 Franco Fontana는 평범한 현실에서 떼어낸 한 조각 풍경으로 우리가 얼마나 경이롭고 찬란하며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순간을 살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폰타나의 사진은 얼핏 보면 풍경화나 추상회화 같다. 그 이유는 자로 잰 듯 적확한 구도와 강렬한 원색의 대비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작가가 독특한 프레이밍을 사용한 이유는 그가 사진을 처음 시작했던 시기를 짐작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사진이란 매체가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할 무렵, 흑백사진이 주를 이뤘고 흑백사진만이 예술로 가치를 지닐 수 있었다. 몇몇 예술가가 컬러 사진의 예술성을 주창했지만, 이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흑백사진은 예술적 변형을 거쳤지만, 컬러 사진은 예술이 아닌 현실을 그대로 옮긴 복제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코 폰타나는 ‘색’이야말로 현실의 본질을 드러내는 표현법이라고 생각했다. 실재하는 현실은 색으로 가득 차 있고, 현실은 그림 같은 ‘풍경’의 연속이며, 풍경은 곧 우리 삶의 모습이기에 작가는 일상의 장면을 포착해 경이로 가득 찬 ‘색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작가는 “색은 우리의 뇌와 우주가 만나는 곳이다”라는 파울 클레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우주는 순전히 객관적인 이유와 목적을 위해 색을 만들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색이란 감정, 의미, 감각, 기억, 지각 등 개인을 이루는 전체를 표상한다. 우주의 색은 원시적이고 객관적인 상태에서 우리 눈으로 들어오고, 색의 의미는 우리 뇌와 가슴속에서 주관적으로 변형된다. 즉 폰타나는 현실에서 보이는 것을 촬영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전하기 위해 특유의 프레이밍을 구사했다. 이는 사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그의 작업 모토를 반영하면서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의 목적과도 연결된다.
폰타나는 이렇듯 구상과 추상, 반대되는 두 지점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면서 컬러 사진의 예술성 또한 입증할 수 있었다. 프랑코 폰타나 앞에 나타난 대상이 장소든 사물이든 혹은 인물이든 작가는 그것을 해석한 뒤 자신만의 시선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제외할지 그리고 어떤 대비와 관계를 보여줄지 판단하고 정제했다. 그에게 카메라는 현실을 기록하는 수단이 아닌 해석의 도구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실은 마치 대리석 덩어리 같아서 재떨이를 만들 수도,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창조해낼 수도 있다.” 폰타나는 늘 학생들에게 흰 종이 위에 검은 점 하나를 찍고 무엇이 보이는지 물었다. 학생들은 검은 점이 보인다고 하지만 폰타나가 학생들이 보았으면 했던 것은 하얀 여백이다. 50년간 작가가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장면은 현실이란 하얀 여백에 펼쳐진 찬란한 풍경이었다. 우리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저 우리가 눈으로만 인식한 풍경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그 현실은 폰타나의 렌즈를 통해서만 비치고, 사진으로 찍힐 때 비로소 존재한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보였던 그의 사진은 사실 우리 세계에 항상 존재해온 풍경이었다. 현재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프랑코 폰타나: 컬러 인 라이프>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삶의 생생한 색과 경이로운 찰나를 감상하면서 자신의 일상에서도 반짝이는 순간을 발견해 마음 한 편에 간직해보길 바란다. 전시는 2023년 3월 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