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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환경부터 팬데믹을 겪으면서 중요해진 인테리어와 F&B, 그리고 이제 막 다시 열린 여행길까지.
올해는 어떤 것이 유행할까?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23명에게서 2023 트렌드 예보를 들어보았다.
하이엔드 가구의 실험적인 행보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출시되고 있는 아이코닉한 제품이 고루했던 가죽이나 패브릭 소재를 던져 버리고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소재와 형태로 재출시되고 있다. 까시나에서도 소리아나 소파의 데님 버전이 나왔고, 나무와 대리석을 결합한 센구 테이블처럼 하나의 제품에 다양한 소재를 적용하는 것이 요즘 디자인의 대세다. 리빙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례 또한 늘고 있다. 까시나는 최근 버질 아블로와의 협업을 진행했으며, 패션 브랜드 슈프림과는 레드앤블루 체어를 출시했다. 또 이전에는 아이코닉 제품에 치중해왔다면 이제는 아웃도어 가구부터 소품, 패브릭 등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토털 홈 스타일링이 가능하도록 컬렉션의 영역을 확장하는 행보를 읽을 수 있다.고예진 크리에이티브랩 과장
여전히 주인공인 주방
팬데믹의 영향으로 홈 오피스, 홈 짐, 홈 레스토랑 등 다양한 기능이 접목된 멀티플렉스 주거 공간이 두드러졌다. 팬데믹의 영향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집이라는 키워드는 관심이 뜨겁고 2023년에도 이런 분위기는 유지될 거라 본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할 때 주방과 거실을 가장 우선시하는데 한정된 장소에서 가족 구성원 전체가 오래 머물기도 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팬데믹을 겪은 우리가 집이라는 공간이 새롭게 정의되는 시대를 겪으면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가족이 함께 큰 아일랜드에 둘러 서서 밀키트로 요리를 하고, 온 가족이 앉을 수 있는 넉넉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하고 때로는 업무를 보거나 차를 마시기도 한다. 주방에서는 요리할 때 큰 화면으로 TV를 보기도 하고 거실에 놓인 큰 소파는 TV 대신 창가나 주방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위치와 모듈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이렇듯 폐쇄적인 주방에서 벗어나 가족의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된 LDK 구조의 개방감 있는 주방을 선호하는 추세고, 침실은 오히려 수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기능과 공간이 단출해졌다. 프리미엄 가전의 활약도 더욱 두드러진다. 화려하고 대비가 강한 일반적인 럭셔리 대신 심플하고 기능적이면서 실용적인 럭셔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백색과 실버로 규정되었던 컬러를 벗어 던지고 각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컬러의 비스포크 가전이 생겨나고, 주로 거실 벽에 고정되어 있던 검은색 브라운관이 집 안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구창민 샐러드보울 대표
가구, 되팝니다!
프리미엄 가구는 초기 구입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감가상각률이 낮기 때문에 다시 되팔 때의 가치까지 고려해서 구입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또 중고 제품은 저렴하게 구입하기도 하지만 환경보호라는 가치 소비적인 측면까지 고려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리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구를 바꾸는 주기가 짧아졌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구를 구입하고 싶은 이들이 중고 가구를 선택하고 있다. 앞으로 리빙에 특화된 중고 사이트는 더 많아질 것이다. 최근 직구 사이트의 판매가는 많이 내려갔지만 최저가로 구입해도 배송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제품을 빨리 받아볼 수 있는 중고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또 내 것으로 소유하는 개념보다는 자신을 n번째 주인이라 생각하고 일정 기간에만 사용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추후 좋은 상태로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더욱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트렌드도 엿볼 수 있다.이윤경 풀티 대표
더 세밀하고 커진 여행의 욕망
여행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프라이빗 스테이나 호텔 휴양인 호캉스, 자연으로 떠나는 아웃도어 여행, 캠핑 등과 더불어 한달살이(워케이션, 스터디케이션), 농가스테이(푸소), 반려동물 동반 여행, 웰니스처럼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몸과 마음을 챙기는 소소한 프로그램이 증가했다. 2023년에는 그 공간이 해외로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예를 들어, 제주 추자도 앞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즐겼던 이들이 필리핀 보홀이나 퀸즐랜드 대산호초로 딥다이빙을 떠나거나 이집트 블루홀에서 자격증 코스를 밟고 우영우의 고래를 찾아 캐나다 고래와칭 보트에 오르는 여행처럼 말이다. 이른바 ‘보복 여행’으로 일어난 항공대란 사태만 보더라도 2023년은 억눌러온 여행의 욕망을 마음껏 발현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눈으로 직접 보고, 현장을 경험하고, 사람들과 다정한 추억을 쌓는 ‘진짜 여행’을 향한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매년 대규모 설문조사를 통해 여행 트렌드를 발표하는 부킹닷컴에 따르면, 전 세계 응답자의 73%가 2023년에는 해외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오지나 농가, 친환경 숙소 같은 소박한 자연 여행을 추구하고(55%), 문화나 언어가 전혀 다른 곳을 방문하는 숨은 도시 탐험(73%)을 꿈꾼다. 아날로그 낭만을 느끼는 옛 감성 여행(88%), 마음챙김이나 명상 같은 수행 여행(44%)을 계획하는 여행자도 상당히 많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고산지대 100세 부부 농가에서 치즈를 만들고, 발리의 명상 리트릿에 참여하며, 치앙마이 에코빌리지에서 생태 여행을 경험하고, 노르웨이 피오르 트레일의 전기 없는 산장에서 묵는 여행을 꿈꾸는 것이다. 새로운 여행 트렌드에서 우리의 여행은 대체 어떤 풍경이 되어야 할까. 적어도 ‘쇼츠 Shorts’로 소비하는 얄팍한 여행에서는 벗어나고 싶다. 2023년의 여행이 무엇이든 나와 타인, 내가 사는 시공간과 낯선 땅, 일상과 비일상의 연결이 조금 더 깊게 일어나길 바라본다. 그렇다면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알게 되리라.신진주 여행 콘텐츠 에디터
전기차냐 고급 모델이냐
지속가능성의 가치는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공동 과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전동화 전환을 촉구하는 의제가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늦어도 2035년까지 주요 시장(유럽, 중국, 일본,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의 100%를 비내연기관 차량으로 전환해야 하고, 2040년까지는 세계적 시장 차원에서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은 특히 전기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수입차 시장을 살펴보면, 전기차의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무려 313% 증가했다. 볼보는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이 목표로, 지난 11월에는 새로운 플래그십 전기차인 ‘볼보 EX90’을 공개하며 안전이라는 브랜드 유산과 전동화의 미래를 결합한 비전을 제시했다. 다른 갈래를 살펴보면,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는 엔트리급 차량의 점유율이 감소하고 플래그십 혹은 상위 모델 차량의 점유율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볼보에서도 최상위 라인업인 ‘90 클러스터’가 2022년 전체 판매량의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한국수입자동차협회 2022 통계). 플래그십 라인업은 브랜드 철학과 기술이 집약되어 있어 브랜드가 선사하는 독보적인 경험을 뚜렷이 느낄 수 있는 영역이다. 무난한 상품성이 아닌 ‘대체 불가능한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선사할 것이냐가 내년의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한편, 2023년에는 국산 및 수입차 브랜드 모두 플래그십 대형 SUV 전기차의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엔트리 혹은 소형 위주의 모델을 출시했던 전기차 시장도 대형화와 고급화로 이어질 전망이다.임승준 볼보자동차코리아 과장
착한 꽃 소비
플라워 업계에서도 지속가능한 디자인은 계속해서 이슈다. 몇 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플라워폼을 사용하지 않는 플로리스트가 많아졌고 행사 이후에도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는 추세다.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꽃에 직접 염색을 하거나 방부제 처리를 한 프리저브드 플라워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이 원하면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만들 때나 꽃을 염색할 때 사용하는 스프레이나 약품, 용액 등은 환경에 몹시 해롭다. 특이한 디자인에 환호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예술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프리저브드 플라워나 염색 꽃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다가 꽃은 자연스러울 때 가장 아름답지 않은가. 플라워폼이 점점 줄어들었듯 보다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더 나은 대안을 찾기를 바라본다.
임지숙 쎄종플레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