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환경부터 팬데믹을 겪으면서 중요해진 인테리어와 F&B, 그리고 이제 막 다시 열린 여행길까지.
올해는 어떤 것이 유행할까?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23명에게서 2023 트렌드 예보를 들어보았다.
빛을 휴대하는 세상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빠르게 변화하는 이 세상의 특징을 하나 꼽는다면, 바로 이동성일 것이다. 즉 우리가 살고 일하고 노는 방식은 휴대성과 유연성에 의해 좌우되곤 한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고정된 책상이나 전원 콘센트에 묶여 있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빛 또한 우리와 함께 움직이길 원한다. 나는 이를 디자인 시장의 추세로 보고 있다. 감사하게도 마법 같은 기술력 덕분에 강력한 배터리와 낮은 에너지 광원을 결합한 포터블 조명은 우리가 선택한 곳이라면 어디에서도 완벽하게 그 역할을 수행해낸다. 이러한 이유로 실내 또는 실외, 선반, 책상, 벤치 또는 원하는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충전식 포터블 조명을 더욱 좋아하게 됐다. 마치 작은 동반자처럼 이제는 빛을 가지고 다니는 일이 점점 더 흔해질 것이다.톰 딕슨 영국 디자이너
과거에서 온 아이디어
스위스에서 100년 이상 된 나무로 의자를 만들어온 지로플렉스와 일본의 유명한 나무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가 함께 사무용 의자인 지로플렉스 150을 만들었다. 디자인과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는 브랜드가 지닌 유산에 있었다. 요즘 출시되는 사무용 의자는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데 우리는 지로플렉스가 예전에 해왔던 나무로 의자를 만드는 방식을 채택했다. 대신 현대적인 기술을 적용해 편리함은 더했고, 가리모쿠와의 협업으로 나무를 더욱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이렇게 과거 아카이브에서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해 현대적인 감성과 기술을 더하는 제품 디자인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빅게임 스위스 디자인 스튜디오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세분화
대한민국의 호텔 시장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양극화되어 있던 국내 호텔 업계에서 중간 등급을 겨냥하는 라인의 호텔 브랜드 진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호텔의 등급을 분류할 때에는 럭셔리, 어퍼업스케일, 업스케일, 어퍼 미드스케일, 미드스케일, 이코노미 순으로 분류하는데, 중간 등급이라고 하면 어퍼업 스케일과 업스케일급 호텔이 여기에 해당된다. 2021년에 오픈한 힐튼의 힐튼 가든인서울 강남을 필두로, 올해 상반기에는 메리어트의 AC호텔 서울 강남, IHG의 보코 서울 강남이 오픈했으며, 2022년 11월에는 메리어트의 르메르디앙 명동과 목시 서울 명동이 같은 건물에서 동시에 문을 열었다. 이처럼 인터내셔널 호텔 체인의 국내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되면서 국내외 숙박객의 선택권도 넓어졌다. K-컬처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지금 팬데믹 시대가 끝나가면서 외국 관광객의 방문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이 선호하는 여행 방식과 목적에 부합할 수 있게 세부적으로 변화해가는 셈이다. 라이프스타일 호텔은 국내 관광객에게도 식음 공간을 통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있다. 딱딱하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호텔 이미지가 아닌 일상에서 가까이 녹아 있는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해보자.김석훈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지금 우리 한옥은
한옥은 지금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2022년 1월에 실시한 국가한옥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옥에 대한 호감도가 86.4%에 이르고 한옥에 살고 싶다는 거주 의향도 68%나 되었다. 요즘 사람들의 SNS나 매체에 등장하는 한옥은 그 범위가 전통 한옥부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현대적인 한옥까지 디자인이 매우 다채롭다. 무엇보다 용도도 다양해졌다. 거주용에서 벗어나 카페, 게스트하우스, 호텔, 사무실, 갤러리, 상점 등으로 쓰이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이는 경제 발전에 따른 사회문화적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변하는 양상이다. 그 흐름은 민간 영역뿐 아니라 국가나 지방 정부 등 공공 영역까지 아우른다. 매년 국내 곳곳에서 열리는 한옥 관련 전시에서는 현대 생활에 맞는 한옥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제시하고, 함께 토론해 나간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옥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도 한층 적극적이다. 한옥을 경험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짓고 살고자 하는 욕구가 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한옥이 담고 있는 시간의 깊이, 축적된 삶의 모습은 쉽게 사고팔 수 없는 고유한 것이기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 생활이 바뀌어도 한옥이 지닌 고유성은 우리 문화의 일부로 그 의미를 지속할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생활을 반영한 한옥을 짓고, 한옥 인테리어를 반영한 건물이 늘어나면 도시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자연스레 사람들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문화는 우리가 이뤄낸 성취를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축적하며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한옥의 고유성을 인정하면서 현대화를 이뤄내 문화의 다양성이 확장되기를 기대한다.김원천 참우리건축사무소 소장
씁쓸한 오마카세 열풍
코로나19 이후 식음료 업계는 지난 3년간 참아왔던 모임과 미식에 대한 욕구가 터져나갈 듯 보였다. 겉으로는 잃었던 고객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문제를 안게 되었다. 팬데믹 사태에 가장 타격이 심했던 식음 업장이 인원 감축으로 그 암울한 시기를 버텨오면서 많은 인력이 이직한 것이다. 숙련된 인력이 아닌 신입 직원조차 구하기 힘들어 일할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시급한 숙제가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과 더불어 집콕 생활을 통해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한 푸디 Foodie의 입맛 기준, 적은 인원으로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인정받아야 하는 시장 환경은 새로운 열풍을 몰고 왔다. 바로 오마카세다. 오마카세는 ‘맡긴다’를 의미하는 일본어로 손님이 요리사에게 메뉴 선택을 온전히 맡기고 요리사는 가장 신선한 식재료로 제철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이는 셰프와 소통하며, 나만을 위한 창의적인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요즈음의 포미 For Me에게 가장 적합한 외식 형태다.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오너 셰프와 도제 시스템에 의한 소수정예의 인원 관리로 현재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딱 맞아떨어진다. 스시야(초밥집)와 가이세키에서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우, 한돈, 스시를 비롯해 심지어 파스타, 노마드, 비건 등 트렌디한 음식의 카테고리에서 오마카세 형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2023년은 푸드는 물론 커피, 바, 디저트 등의 영역에서도 오마카세 천국이 될 듯하다.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
전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2022년 베스트오브파나마 옥션에서 과루모 농장의 블랙재규어 리미티드 랏 게이샤 커피가 파운드당 2천 달러에 낙찰되었다. 통관 비용과 관부가세를 포함하면 1kg에 6백만원을 호가하는 세계 최고 가격이다. 이외에도 일부 프라이빗 옥션에서 1천만원이 넘는 커피가 출현했다는 소문까지 커피 업계는 초고가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관심으로 뜨겁다. 해외의 스페셜티 커피 회사에서 한국 커피 산업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유럽의 대표 챔피언 에이프릴커피와 프랑스 스페셜티 커피를 상징하는 떼르드카페, 독일의 스페셜티 커피의 양대 산맥인 보난자와 더반커피, 뉴욕 커핑 챔피언이 운영하는 토츠커피뉴욕까지 최근 하나둘 국내에 진출한 것. 이외에도 2022년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의 신창호 바리스타의 디폴트 밸류, 성수동의 기미사, 구테로이테와 같은 스페셜티 커피 매장에서 오마카세 스페셜티 코스를 선보이며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또한 강릉커피축제, 대구커피축제 같은 지역 커피 축제도 꾸준히 발전하며 K-스페셜티 커피 열풍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국내 바리스타의 큰 활약도 뒷받침했다. 2019년 월드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에 이어 2020년 한국 국적(당시 호주 국가대표) 추경하 컵테이스터 챔피언, 2022년 문헌관 컵테이스터 챔피언까지. 모모스커피의 전주연 바리스타는 파트타임으로 입사해 10년 만에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는 후문.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품질, 추적가능성, 윤리적 완결성을 지향한다. 격무와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스페셜티 커피의 감동이 올해도 지속되길 희망한다.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