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환경부터 팬데믹을 겪으면서 중요해진 인테리어와 F&B, 그리고 이제 막 다시 열린 여행길까지.
올해는 어떤 것이 유행할까?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라이프스타일 전문가 23명에게서 2023 트렌드 예보를 들어보았다.
하이엔드 주방 가구가 주목받는 이유
모든 트렌드에는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야외 활동이 많았고, 주말에 가족과의 여행이나 외식이 잦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시간 제한과 외부에서의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식사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집으로 지인들을 초대하고, 가족과도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을 집에서 보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동시에 어떤 모임이든 가장 중심이 되는 식사 시간에 대한 고민 또한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고민과 움직임의 변화는 주방 가구 매출 증대뿐 아니라 식기류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더 많은 관심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집의 인테리어가 사는 이의 취향을 반영하듯 주방은 그 사람이 손님에 대한 대접과 음식에 대한 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라 할 수 있다. 기존 일부 브랜드의 전유물이었던 주방이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담게 되면서 보다 다양한 브랜드를 찾게 되었고, 다양한 럭셔리 주방 가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국내에 하이엔드 수입 주방 브랜드가 하나둘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2022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도 그러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자인은 물론 간소화되면서도 편리한 기능, 새로운 소재와 하드웨어 기술이 접목된 주방이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 특히 다양한 디자인과 소재, 브랜드가 품은 가치와 비전까지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불탑처럼 특화된 하이엔드 주방 가구 브랜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종희 두오모앤코 대표
ESG 경영은 트렌드다
일회용품이 10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가격경쟁력과 편리함일 것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한번 쓰고 버려지는 것은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뒤를 알지 못했다. 이제는 그 뒤를 보고, 불이 난 이후에 그 문제를 끄려는 중이다. 트렌드라는 단어가 적합한가 싶지만, 많은 기업에서 유행처럼 ESG 경영을 앞다퉈 선포하고 있다.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앞글자를 따온 ESG는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기업철학이다. 우리는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다회용기를 빌려주고 수거해 세척한 뒤 다시 공급하는 일을 한다. 사실 그 전까지는 ESG에 대해 알지 못했다. 물론 기업의 니즈를 파악해 서비스를 론칭한 것은 아니지만 1년 동안 서비스에 관심을 보인 기업의 90% 이상이 ESG팀이었다. 평소 컨택도 쉽지 않은 대기업이 아웃바운드 영업도 안 한 채 이렇게 많은 연락이 온다는 것은 우리의 서비스가 지금의 시대가 바라는 트렌드는 아닌지 생각해본다. 과연 기업의 진심일지, ESG 트렌드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도입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
가구에서 느끼는 안식과 희망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에 따른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잠깐, 많은 전문가는 물가 폭등과 자산 시장의 폭락 등 경제 위기를 전망하고 있다. 그 안에서 개인은 멘탈 케어 서비스, 취향 모임 등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가지고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맞춰 2023년 홈 리빙 트렌드는 각박하고 힘든 현실에서도 내가 편히 쉬고 꿈꿀 수 있는 안식처를 만들고 그 안에서 희망과 활력을 찾는 3가지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첫 번째는 다년간 유행한 미니멀 인테리어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자연, 종교 공간 등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미니멀 인테리어다. 무몰딩, 무걸레받이, 무문선 등 심플함에 집중했던 기존 양상뿐 아니라 톤다운된 뉴트럴 색조와 유기적인 곡선의 형태, 가공되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질감이 더해져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아늑한 간접조명으로 이루어진 침실, 몸이 파묻힐 듯 소프트한 패브릭 소파, 부드러운 곡선의 욕조 등으로 오감 이 모두가 릴랙스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안식처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는 어려운 현실에서 벗어나 신비로우면서도 포근한 인테리어 스타일과도 연관이 있다. 파스텔 톤과 함께 투명한 소재, 안개 낀 듯 매트한 마감이 만드는 신비로운 분위기는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 글라스 월, 파스텔 톤 가구나 반투명 소재의 소품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 반대로 팬데믹으로 움츠러들었던 감정을 강렬하고 깊은 컬러로 표출하며, 자신의 취향과 개성이 담긴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트렌드도 강세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레드, 옐로, 네이비, 브라운 등 비비드한 컬러와 패턴의 가구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최지연 한샘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랩 이사
나를 돌보는 마인드풀 뷰티
보이는 아름다움에 집중하기보다는 휴식과 리추얼을 컨셉트로 새로운 일상을 경험케 하는 슬로 뷰티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호흡과 명상을 제안하며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리추얼이 결합된 ‘마인드풀 뷰티’가 뷰티 업계의 넥스트 트렌드로 조명되고 있는 것. 마인드풀니스라는 개념은 매 순간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 몸과 마음, 감정에 집중하여 오롯이 나를 인지하고 바라보는 의식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한번에 여러 가지를 수행하는 멀티태스킹을 실력이라 여기며 숨가쁜 하루를 보내곤 한다. 화려하고 무겁게, 바쁘게 돌아가는 벅찬 시간 속에서 자신을 소중히 어루만지는 단 몇 분의 여유도 갖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런 가운데에서 아름다움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욕망 또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변별력 없이 넘쳐나는 뷰티 제품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오히려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건강한 제품에 대한 보다 본원적인 니즈는 상대적으로 켜졌다. 아름다움을 돌본다는 것이 단지 피부를 가꾸기 위한 기능적 요소뿐 아니라 긍정적이고 건강한 마음과 편안함이 동반되어야 함을 잘 알기에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마인드풀 뷰티의 등장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박정애 마예 대표
경제적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슬로 리빙
영국의 트렌드 정보회사 스타일러스는 2023년이 ‘탈소비’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탈소비라고 해서 소비주의의 종말이나 반소비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살기 위해 천천히 소비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야생동물의 바이러스로 인해 깨끗한 환경과 안전한 먹거리, 동물권 등 건강한 지구 환경을 염려하며 부상했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인한 고강도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며 절약과 경제성을 더욱 중시하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가운데 기업과 소비자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어떻게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경영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생활을 지속가능하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는 그동안 열었던 지갑을 닫고 소비를 줄이며 필수품 중심의 ‘슬로 리빙’을 추구하게 된다. 팬데믹으로 인해 벌어졌던 부의 격차는 최근 들어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세대나 소득에 따라 경기를 체감하는 정도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보유 자산이 있고 과거 고금리 시대를 경험한 세대보다 보유 자산이 적고 평생 인플레이션을 경험해보지 못한 영세대가 더 큰 어려움을 느끼고 소비를 줄이게 된다. 따라서 스타일러스가 최근 발표한 매크로 트렌드인 ‘New Ways of Living’ 리포트는 단조로운 집콕 생활과 집 꾸미기 열풍으로 부상했던 화려한 맥시멀리즘의 유쾌한 무드는 지속되지만, 실용성과 본질에 초점을 둔 ‘경제적으로 친환경적인 디자인’에 주목한다.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면서도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영세대를 위해 쉽게 커스텀 가능한 제품으로 일상에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것 그리고 과도한 디지털로 인한 피로감을 완화시키는 아날로그의 매력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본다.
안원경 스타일러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