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 홍콩을 앞두고 홍콩이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아시아 최고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을 맞아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기에 여행자의 마음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 Art Basel Hong Kong은 더욱 돋보일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와 복합문화공간이 가득한 센트럴 갤러리 디스트릭트(CGD)뿐 아니라 팬데믹 기간 동안 새로운 문화 지구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그간 센트럴은 한 건물에 여러 개의 갤러리가 입점한 갤러리 빌딩으로 알려진 H퀸스 빌딩, 페더빌딩, 중국농업은행빌딩이 있어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는 늦은 밤까지 샴페인을 마시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센트럴의 갤러리 빌딩은 홍콩의 상징으로 불리며, 모두를 매혹시켰다. 아트바젤 홍콩과 아트 센트럴 Art Central이 열리는 홍콩컨벤션센터 HK Convention&Exhibition Centre에서 센트럴까지 걸어서 갈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팬데믹 동안 홍콩은 머물러 있지 않았다. M+미술관을 중심으로 서구룡문화지구 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WKCD)가 완성되었고, 웡척항 역의 낡은 빌딩에 들어선 20여 개의 갤러리가 연합한 남쪽섬문화지구 South Island Cultural District(SICD)가 활성화되었다. 홍콩 문화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세 지역, 센트럴 갤러리 디스트릭트(CGD), 서구룡문화지구(WKCD), 남쪽섬문화지구(SICD)를 중심으로 홍콩의 새로운 변화를 살펴보자.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서구룡문화지구부터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구룡은 홍콩섬의 야경이 바다 건너로 보이는 환상적인 전망이 자랑이다. 거의 10년간의 개관 준비를 마친 M+미술관이 2021년 개관했으며, 얼마 전에는 홍콩고궁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2019년에는 경극 극장이 두 곳이나 있는 시취센터가 문을 열어 그 시작을 알렸으며, 뒤이어 선보인 공연장 프리스페이스와 조각공원 아트파크도 근사하다. 때문에 이번 아트바젤 기간에 홍콩에 가면 서구룡문화지구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 같다. M+미술관에서는 9개의 전시가 진행 중이며, 3개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다.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야외 조각 공원과 두 곳의 아트숍도 지나칠 수 없다. 쿠사마 야요이 작품 세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 1945 to Now> 전시뿐 아니라 <비플: 휴먼 원> <울리 지그 컬렉션> <씽스, 스페이스, 인터랙션스> <홍콩: 히어 앤 비욘드> 등의 전시는 아트바젤 홍콩 시즌까지 열리는 M+의 대표 전시다. 어느 도시든 간에 미술관과 갤러리의 가장 자신 있는 전시는 아트페어 기간에 열리기 마련이다. 특히 M+미술관 컬렉션의 근간을 이룬 컬렉터 울리 지그의 중국 미술 컬렉션을 소개한 <울리 지그 컬렉션>은 중국 현대미술의 힘을 느낄 수 있어 강력 추천하며, 우리나라 송은에서도 조만간 울리 지그 컬렉션 전시가 열릴 예정이라 더욱 관심을 가질 만하다.
M+미술관의 디자인은 알려졌듯이 건축가 듀오 자크 헤르조그 Jacques Herzog와 피에르 드 뫼롱Pierre de Meuron이 맡았다. 14만 개의 녹색 세라믹 기둥이 미술관의 콘크리트 내부와 외부를 감싸고 있는 모습은 사진보다 실제가 더욱 장엄하다. 밤이면 5,664개의 LED 튜브로 구성된 110m의 LED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미디어아트가 상영된다. 구룡에서 바라보는 홍콩섬의 야경이 유명하지만, M+미술관으로 인해 구룡의 야경에 매력을 더한 것. 야외 조각 공원과 연결된 ‘모수 홍콩’은 미식의 천국 홍콩에서도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레스토랑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모수 서울’을 능가하는 인기다. 바로 옆 홍콩고궁박물관의 수려한 건축 설계는 로코 디자인 건축 어소시에이츠 Rocco Design Architects Associates가 담당했다. 중국 전통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아름다운 천장은 자금성의 황금 기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메탈 소재의 곡선미를 만들었다. 베이징고궁박물관 180만 점의 소장품 중에서 914점의 컬렉션이 대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중 166점은 국보로 인정받은 1급 문화유산이다. 첫 번째 전시장에서는 홍콩고궁박물관 관장인 루이 응 지와 박사 Dr Louis NG Chi-wa의 179점의 작품 큐레이션을 만날 수 있다. ‘자금성으로 들어가며 Entering the Forbidden City: Collection, Architecture and Heritage’는 주제로 청나라 때 배치가 완성된 자금성의 건축과 소장품, 궁중 활동을 보여주는 전시다. 갤러리2의 <황혼에서 새벽까지 From Dawn to Dusk: Life in the Forbidden City>는 자금성에서 살았던 황제와 황후의 발자취를 찾아 319개의 보물을 만날 수 있다. 영화 <마지막 황제>가 떠오르는 전시다.
걸어서 이동 가능한 인근 구룡에는 에드리안 청 뉴월드개발 부회장이 선보인 삼총사 K11 뮤제아와 로즈우드 호텔, 아트러스 레지던스 호텔이 있다. 에드리안 부회장이 아트 컬렉터로 유명한 만큼 이 세 곳에는 로비에서부터 모든 층마다 예술 작품이 가득하다. 붉은 색깔이 아름다운 K11 뮤제아 로비의 미술 작품은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설치작품이며, 스털링 루비의 반짝이는 작품은 2개 층에 걸쳐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K11 뮤제아 6층에서는 런던 V&A 박물관과 협업한 패션 전시도 열리고 있다. 럭셔리 패션 쇼핑과 미술 작품 감상이 한자리에서 가능한 구조가 재미있다. 리노베이션해서 재개관한 홍콩미술관(HKMoA)도 K11 뮤제아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호텔로는 아트바젤 홍콩의 공식 파트너인 페닌슐라 호텔과 로즈우드를 특히 주목해야 한다. 이 두 호텔은 흥미롭게도 홍콩섬 바다 건너 구룡에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호텔 객실에서 바라다보이는 바다 너머 풍경이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홍콩컨벤션센터다. 보다 빠르게 아트바젤 홍콩을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두 호텔은 요트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펜닌슐라 호텔은 롤스로이스와 헬기 서비스로 유명하다. 헬기를 타고 공항에서 픽업 가능하며, 홍콩 상공 여행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택시, 지하철, 버스를 이용해도 구룡에서 홍콩컨벤션센터까지 15분 정도면 도착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홍콩은 크지 않은 도시이고 교통편이 잘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센트럴, 서구룡문화지구, 남쪽섬문화지구 세 곳의 문화 스폿까지 30분 내로 여유롭게 이동 가능하다. 로즈우드 호텔과 페닌슐라 호텔은 각각 홍콩에서 가장 새로운 호텔, 가장 오래된 호텔이라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인기 있는 호텔이라는 점은 같다. 또한 홍콩섬과 바다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수영장도 공통점이다. 페닌슐라 호텔의 티파니 실버 커틀러리 세트는 아침 조식에도 사용 가능하며, 투숙객에게는 애프터눈 세트 예약의 우선권이 발휘된다.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28층 루프톱 레스토랑 ‘펠릭스 Felix’ 등 7곳의 레스토랑과 바, 카페가 있으며, 홍콩 식당 ‘스프링문 Spring Moon’과 프랑스 식당 ‘가디 Gaddi’s’는 미쉐린 1스타를 획득했다. 연말연시의 호텔 외관 장식은 샤넬과 협업했으며, 샤넬과 함께 만든 초록색 페닌슐라 반지도 있을 만큼 특별한 위치에 있다. 로즈우드 호텔은 2019년에 문을 열어 아직 방문해본 한국인이 적다. 토니 치 Tony Chi가 설계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특징이다. 투숙객에게 아트 컬렉션 맵을 제공하기에 한 번쯤 돌아볼 것을 권한다. 에드리언 청 부회장 패밀리의 역사를 담은 사진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호텔 앞은 새롭게 선보인 스타의 거리와 연결돼 있어 산책 코스로도 낭만적이다.
이제, 센트럴로 가보자. 센트럴에 2018년 선보인 복합문화공간 타이퀀은 옛 경찰서와 감옥 건물이었다. 타이퀀의 21개의 건물 중에서 2개 건물은 헤르조드&드 뫼롱이 설계했는데, 그중 하나가 현대미술관이다. 아트바젤 기간을 겨냥해 <미스 메이커스 Myth Makers> 전시를 선보이는데, LGBTQ+ 성소수자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전시여서 관심을 모은다. 일부 미술 작품은 19세 이상 관람가인 공간에 별도로 전시 중이다. ‘마담 푸’, ‘차이나 라이브러리’ 등의 레스토랑은 여전히 인기가 높으며, 갤러리 오라오라, 마시모 드까를로 등의 갤러리가 팬데믹을 맞아 이곳으로 이전했다. 센트럴의 터줏대감 센트럴마켓과 피크 트램도 새롭게 단장했다. 마지막으로 웡척항역 인근의 남쪽섬문화지구는 팬데믹 이후 더욱 탄탄해졌다. 이들 빌딩숲 안의 갤러리들이 연합해 전시 투어를 갖기도 하며, 새로운 문화 세력으로 성장했다. 드 사테, 로시 앤 로시, 블라인드스팟, 기랑 마링구 갤러리 등이 새로운 빌딩으로 이전했으며, 센트럴에서 높은 월세를 포기하고 악셀 베르토르트, 벤 브라운 파인 아트 등이 이사 왔다. 이번 봄 홍콩에 간다면 갈 곳이 많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즐겁다. 팬데믹 동안 업그레이드된 홍콩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